[인터뷰] 카카오가 포기한 '홈 클리닝' 창업한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인터뷰] 카카오가 포기한 '홈 클리닝' 창업한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
  • 김란영 기자
  • 승인 2020.02.11 19: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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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청소 아웃소싱 필요한 고객과 매니저 매칭해주는 O2O 플랫폼
가입 고객 40만 명, 매니저 2000명 ... 누적 투자액 135억
여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이맹호 기자
연현주 생활연구소 대표/ 이맹호 기자

"슈퍼우먼이 되고 싶은 워킹맘은 아무도 없어요. 누구나 편하게 살고 싶잖아요."

청소연구소는 집 청소의 아웃소싱이 필요한 고객에게 매니저를 매칭해주는 O2O(Online to Offline) 플랫폼이다. 주변 소개를 받아 고용했던 가사 도우미 중개 서비스를 애플리케이션으로 옮겨온 것이다. 신원 확인, 인성 면접, 이론∙실습 교육을 마친 '검증된' 인력을 매니저로 고용했다고 한다. ‘아줌마’, ‘이모님’, ‘도우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던 가사 도우미의 호칭을 ‘매니저’로 정해 전문성을 더했다. 집 주소와 크기, 서비스를 받고 싶은 날짜와 시간을 지정하면 지역과 스케줄을 고려해 적합한 매니저를 연결해준다.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연현주(42) 생활연구소 대표는 다음커뮤니케이션, 엔씨소프트, 카카오와 같은 굵직한 IT 기업에서 커리어를 쌓아오다 2017년 창업했다. 카카오에서 '카카오 홈클리닝' TF팀을 이끌며 1년여간 준비하던 서비스가 경영진의 결정으로 백지화되면서다. 올해 중학생이 되는 쌍둥이 아들과 10살 막내아들까지 세 아이를 경력단절 없이 키워온 연 대표는 100명이 넘는 가사 도우미를 경험해본 워킹맘이었기에 홈클리닝 서비스를 세상에 꼭 선보이고 싶었다.

―카카오에서 유료 이모티콘 사업을 하다 홈클리닝 TF팀을 맡게 된 계기는? 
“카카오택시와 대리운전 서비스를 만든 현재 카카오모빌리티 정주환 대표와 가사도우미 서비스도 O2O 서비스로 만들면 생활이 편리해질 것 같아 회사에 직접 제안했어요. 쌍둥이 아들을 임신했을 때부터 적어도 100명이 넘는 가사 도우미를 고용하며 경력단절 위기를 넘긴 제가 TF팀의 적임자였죠.”

―그런데 카카오에서 사업을 무산시킨 이유는 무엇이었나요?

“당시 카카오 실적이 좋지 않은 데다 대리운전 플랫폼에 대한 잡음이 있었어요. 홈클리닝 서비스뿐만 아니라 카카오에서 준비하던 모든 신규사업 진행이 전면 중단됐습니다. 시기적으로 맞지 않았어요. 회사의 결정은 안타까웠지만, 저한테는 굉장히 좋은 기회가 됐죠. 그렇게 2016년 말 함께 서비스를 구축하던 멤버 5명과 함께 카카오를 나와 생활연구소를 만들었어요. 

―창업을 결심하는 데 두려움은 없었나요?
“투자자가 ‘애가 셋인데 창업까지 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애가 셋인데 오죽했으면 창업했겠습니까’라고 대답했죠. 그만큼 이 서비스를 시장에 선보이고 싶은 절실함이 있었어요. 직장에서 일과 가정을 모두 지키신 여성 선배가 별로 없었어요. 제가 회사에 오래 다녀도 대표를 시켜주지는 않을 것 같더라고요. 또 여러 기업에서 익힌 조직 관리 역량이 사업하는 데 큰 도움이 됐어요.”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맹호 기자
연현주 청소연구소 대표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이맹호 기자

2017년 1월 서비스를 시작한 청소연구소의 현재 가입 고객 수는 40만 명이고 일련의 과정을 거처 등록을 마친 매니저는 2000명을 넘어섰다.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활연구소가 받은 누적 투자액은 135억 원. 서울과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매달 매출은 20% 이상 성장 중이며 재이용률은 85%이다. 23평 기준 기본 청소 시간은 4시간, 가격은 5만 2800원이다.

―생활연구소가 성장하고 있는 현재 카카오 측의 반응이 궁금합니다.
“카카오는 생활연구소의 친정 같은 곳이에요. 창업할 때 카카오의 100% 자회사인 카카오 벤처스에서 바로 10억을 투자받았습니다. 시기적인 이유로 서비스를 런칭하지는 못했지만, 서비스의 본질 자체가 좋다는 데는 이견이 없었어요. 생활연구소가 성장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죠. 정주환 대표도 저희 서비스를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는 고객이에요.”
    
―대표 본인도 청소연구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나요?  

“그럼요. 아이들이 크면서 일주일에 두 번씩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어요. 쌍둥이 아들을 임신했을 때부터 가사 도우미를 고용했어요. 아들만 셋이다 보니 저희 집을 거치신 가사 도우미만 100명이 넘어요. 일하시는 분이 자주 바뀌니까 처음 저희 집에 왔을 때 집 구조와 필요한 청소를 매번 말하는 게 번거롭더라고요. 청소연구소 앱에도 고객들이 자신의 집에 관해 상세하게 써놓게 만들었어요. 재활용 규칙, 쓰레기봉투가 있는 장소 등 새로운 매니저가 와도 금방 적응할 수 있도록 이요.”

―가사 노동 서비스 시장에 O2O 플랫폼이 나오기 전과 후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요. 
“보통은 지역 인력 소개소를 통해서 가사 도우미를 구하는데요. 제 경험과 주변 후배들의 말을 들어보면 가사 도우미의 신원을 알 수 없고, 청소하는 방식이나 결과 등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어도 말하기가 어려워요. 또 가사 도우미를 그만두게 할 때, 돈을 지불하는 방식 등 서비스 사용자가 직접 해결해야 하는 어려운 일들이 많았어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에 해결하기 껄끄러운 일들을 대신해주게 됐죠. 또 예전에는 장기적으로 가사 도우미를 고용했다면, 지금은 사용자가 원할 때만 사용할 수 있어요. 청소 서비스를 보편화시킨 거죠.”

―청소연구소만의 차별점은?

“청소연구소는 가사 노동 매칭 플랫폼 시장의 후발주자로 출발해 지금은 예약률이나 고객만족도에서 1위를 하고 있는데요. 매니저 관리 시스템이 서비스의 질을 높였다고 생각해요. 청소연구소 매니저는 신원확인부터 시작해 면접과 기본 청소 교육을 받아요. 정해진 시간 내에 집 전체를 청소할 수 있는 청소 매뉴얼이 있어요. 정기적으로 추가 교육도 해요. 다이슨 청소기는 모델마다 먼지 통 비우는 방식이 달라 어려움을 겪는 매니저님이 많으세요. 처음 방문하는 고객 집을 잘 찾을 수 있도록 길 찾기 앱을 사용하는 방법 등 교육 콘텐츠를 꾸준히 업데이트하고 있어요.” 
  
―청소연구소의 매니저는 어떤 분들인가요?
“매니저의 평균 나이는 52세고 40%는 전업주부였어요. 30~65세 여성이라면 누구나 매니저에 지원할 수 있어요. 가장 급여를 많이 받는 매니저는 매일 2건씩 서비스 해 월 300만 원 이상을 받고 있습니다. 기업에서 일해본 경험이 없으신 분들이 많은데, 청소연구소가 중장년 여성들이 계속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플랫폼 역할을 하고 싶어요. 

―청소연구소 서비스는 주로 누가 사용하나요? 
“연령별로 보면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 이용자가 가장 많아요. 대부분이 30평대 전후 아파트에 거주하면서 아이가 1~2명 정도 있는 맞벌이 가정이에요. 외벌이라도 아이가 어린 가정은 서비스를 많이 사용하고 있어요. 이용 고객에 30%는 1인 가구로 추정됩니다.” 

―서비스 이용자와 제공자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에서 고민해야 할 점도 많을 것 같아요. 
“생각보다 개인 사정으로 예정된 서비스를 못 하겠다고 하는 매니저가 많아요. 해당 매니저를 탓하기보단 고객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가능한 다른 매니저로 빨리 배정해주는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또 매니저는 교육하고 관리할 수 있겠지만, 고객은 교육할 수 없어요. 무례한 행동을 하는 고객을 감당할 수 있는 매니저를 배정하는 시스템도 갖추고 있어요. 회사 내에 심리 전문 상담가가 상주하고 있어, 일하다 고객에게 상처를 받은 매니저를 관리하고 있습니다. 저희 직원들도 교육을 받아 기본적인 심리 상담이 가능하고요. 특수청소를 받아야 할 정도로 더러운 집은 매니저님이 못하시겠다고 해요. 보통은 환불 처리가 되지만 고객이 청소를 원하실 경우 저를 비롯한 직원들이 가서 직접 청소해요.” 


―주변에 일과 가정의 양립을 위해 청소연구소 서비스 이용하는 여성 후배들이 많다고 했는데, 세 아이를 키우며 경력 단절을 시키지 않은 선배 워킹맘으로서 어떤 조언을 해주는지요. 
“우리 조금만 참자! 대학 교수 일하며 3남매를 키워온 저희 엄마가 항상 해주시던 조언은 ‘지금 힘들지 애들 크면 아무것도 아니다’ 였어요. 결혼을 앞두고 있거나 임신, 출산, 육아, 아이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쯤인 30대에 회사를 그만둘까 고민하는 후배들이 많아요. 30대는 일을 굉장히 잘할 수 있는 나이거든요. 월급을 모두 도와주시는 분에게 투자해도 절대로 경력을 중단해서는 안 돼요. 슈퍼우먼 되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어요. 누구나 편하게 살고 싶잖아요. 임신과 출산 때문에 회사의 부당한 차별을 받아 그만두는 분들도 많은데, 그러지 마세요.” 

청소연구소는 최근 SSG닷컴 내에서 서비스 예약과 결제까지 가능한 프로그램을 6개월에 거쳐 개발하며 서비스 영역을 넓히고 있다. 연현주 대표는 현재 2000여 명인 청소연구소 매니저를 올해 안에 7000명까지 늘리고 아이, 반려동물, 시니어 돌봄 노동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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