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우한 폐렴으로 추락한 중국의 위신
[송장길 칼럼] 우한 폐렴으로 추락한 중국의 위신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20.02.10 16: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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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5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에서 중국발 여객기를 타고 도착한 승객들이 검역대를 통과해 중국 전용입국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우한 폐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공포가 수그러들지 않고 계속 기승을 부리고 있다. 2월 10일 현재 중국에서 사망자수가 9백 여명, 확진자수는 4만여 명에 이른다. 한국에서만도 27명의 확진자가 나왔고, 의심환자 888명이 감시를 받고 있으며, 확진자와의 접촉자도 일부는 어디론가 사라져 의료 당국을 애먹이고 있다. 정부는 뒤늦게 중국의 우한시와 허베이성 이외의 위험지역에서 입국한 경우까지 검역을 확대했지만, 우한에서 5백만여 명이 이미 타지역으로 빠져나갔고, 전지역에 발병이 퍼져있으며, 3·4차 감염도 가능하다고 판명돼 우한 폐렴의 포비아는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되고 있다.

다행스럽게도 중국에서 주말부터 사망자와 확진자수의 상승세가 다소 꺾이고 있다고 전해지고, 한국에서는 한 명의 사망자 없이 퇴원이 셋이나 이뤄져 약간은 안도가 된다. 그러나 중국의 춘절 여행자들이 이번 주에 귀환하면 관리하기가 더 어려워지고, 한국에서도 소재 파악이 어려운 다수 접촉 의심자들이 오리무중이어서 한숨을 돌릴 단계는 아니다.

우한 폐렴이 세계를 공황상태에 빠트리고 있는 이유는 알려진 대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예방 백신도 개발되지 않았고, 치료제가 없어서 일단 걸리면 끝장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의료진은 위생적인 처치와 면역력 증진, 확실한 검증 없는 실험적인 투약 등으로 치료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사망률이 메르스의 34.5%나 사스의 9.6%보다 낮은 2% 웃도는데도 감염되면 치명적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어서 위기의식이 높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정체는 외관상으로는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특히 감염 경로가 감염자와의 직·간접 접촉, 침튀김이나 손길 등으로 바이러스가 옮겨진다는 점,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소멸된다는 점, 감염자를 관리하면 전염을 차단할 수 있다는 점, 잠복기가 2주 정도인 점 등이 밝혀진 것은 다행이다. 따라서 의료진들의 효율적인 방역망으로 국내 유입을 충분히 막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한국에서 그나마 이정도로 판데믹 대유행을 막은 것은 의료기관과 의료진의 분투 결과로서 평가할 만 하다. 그러나 일부 확진자가 국내에 들어와 여러 군데를 활보한 것이나 행방이 묘연한 의심 접촉자들이 포착되지 않은 것은 관계기관의 초기 판단이 느슨한 결과였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고위 관계자들이 국민의 생명이 우선이라고 천명하고도 중국 출입국을 전면 봉쇄하지 못한 것은 외교와 경제적 측면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그러한 봉쇄에 준하는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중국을 비롯한 전염 지역 여행자들의 검역을 모두 포함해 빈틈없고 철저하게 실시하고, 행보의 제한과 추적이 가능하도록 집중적으로 관리하면 어느 정도 대등한 조치가 된다. 그러나 정부는 그러한 노력을 국민들에게 보여주지 못하고 주저했다. 고위층은 관계 회의를 소집해 놓고 보여주기식 긴 모두발언을 통해 막연한 독려만 했지 국내의 모든 전문 지식이 총동원돼 실질적인 방안을 내도록 브레인 트러스트의 여건을 조성해 주는 인상을 보이지 못했다.

WHO, 세계보건기구에서 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중국과 가장 밀접한 우리도 그에 걸맞는 태세에 돌입해 국가 비상체제를 갖추고 대응했어야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이나 보건복지부 장관보다 더 총괄적 지위인 국무총리가 비상기구를 다잡아 지휘했으면 방역과 경제적 대책이 더 효율적이고 원활했을 것이다. 방역도 문제지만 텅텅 비는 시장과 한숨짓는 생산시설의 어려움을 종합적으로 대처할 콘트롤 타워가 없지 않은가? 위기관리 능력이 민첩하지 못하면 무능하다는 평을 듣는다.

중국은 이번 우한 폐렴사태로 스스로 국제적 위신을 크게 떨어뜨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첫 경고자인 우한중앙병원 의사 고 리원량을 처벌한 일과 불투명한 발표, 발병자들 치료의 혼란, 우한시 봉쇄 조치, 외국인 출금 통제 등에서 그 후진성과 강제성 등 비정상적인 허우적거림을 여실히 드러냈다. 중국이 우한 폐렴 발생 초기에 발빠르게 대처했다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세계의 전염병이 되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 무지와 판단 미숙, 태만이 사태를 악화시켰고, 투명하지 못하고 민첩하지 못한 대처가 질병을 눈덩이처럼 키웠다. 1천만 명이 넘는 인구의 대도시를 아예 봉쇄해버리고도 격리의 실패, 치료체제의 혼미, 질병의 진원지가 되게한 나라가 과연 G2라고 뽑낼 수 있을까?

시진핑 주석은 베이징을 방문한 게브레예수스 WHO 사무총장에게 악마와의 투쟁으로 이겨내겠다고 공언했지만, 전투는 아직도 승기를 못 잡고 혼미 상태이다. 외신이 전하는 중국의 의료 시스템은 대형 사고에는 너무도 취약했고, TV 화면에 비치는 환자들과 의사들의 모습은 아비규환을 연상케 했다. 어이없는 대국의 민낯이다.

중국의 비극은 예상된 수순인지 모른다. 중국은 1980년대까지 국민소득이 3백 불 정도였던 빈곤국이었다. 등샤오핑이 흑묘백묘(黑描白描),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만 잡으면 된다면서 자본주의를 도입하고, 도광양회(韜光養晦), 빛을 감추고 실력을 키우자고 독려하므로서 40년 안에 국민소득이 30배가 넘는 만 불까지 일어서지 않았는가? 싼 인건비로 세계의 공장이 되어 GDP가 일본을 제치자 시진핑이 G2를 선언하면서 교만해졌고, 미국도 넘겠다고 과욕을 부려 내실보다는 패권을 노리면서 빛좋은 개살구의 길로 치달았다. 군사력 증강에 집중했고, 미국에 사사건건 대척하면서 패권국을 추구했다. 한국에게는 사드 보복이 그 상징적인 경험이다.

이번 우한 폐렴 사태는 중국의 국세(國勢)에 적잖은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우선 시진핑 지도체제에 큰 시련이 되었다. 국내외의 비판론자들로부터 위기관리 책임론이 심상치 않게 일고 있다. 해외의 반체제 인물들과 국내의 비판론자들의 비난이 연이어 보도되고 있는 것이다. 시진핑의 장기집권 시나리오에는 큰 상처가 되지 않을 수 없다. 국제사회의 신뢰와 위상도 크게 손상돼 국제역학관계에도 암암리에 타격을 받을 것이다. 미국과의 갈등과 홍콩의 반중 무드, 경기 하락, 잦은 대형사고 등에 따른 민심 이반 등은 중국의 체제, 내지 국가의 운명에도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박멸에 집중하는 동안 외교적으로는 이웃의 고통이 우리의 고통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경제적 유대를 고려해 자존심 강한 나라의 역린을 건드리지 않도록 유의할 필요도 있다. 그러나 절박한 상황에서 지나친 저자세는 주권국의 위상에도 맞지 않다. 중국의 상황과 좌표에 대한 예리한 관찰까지 접어둬서도 곤란하다. 신임장 인준 절차도 거치지 않은 일개 주한 중국대사 임명자가 우리정부 외교의 민감한 사안에 오만하게 공개적으로 요구한 수모는 시사점이 크다. 중국은 이번 기회에 자신들의 입장을 성찰하는 계기가 돼야 한다. 중화 굴기보다 먼저 겸허하게 내부의 후진성을 개선하는 데 매진해야 미래가 있고, 대국의 체면에 맞게 선진화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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