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회 칼럼] 전염병 공포
[김영회 칼럼] 전염병 공포
  • 김영회(언론인)
  • 승인 2020.01.30 17: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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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은 기아, 전쟁,
마약과 함께 
인류의 4대 공적. 
나라가 위기에 처할 때
국민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지난 27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27일 외국인 관광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 폐렴' 예방을 위해 마스크를 쓰고 서울 중구 명동 거리를 걷고 있다. / 연합뉴스

1347년 10월 어느 날 흑해에서 출발한 12척의 제노바 상선이 시칠리아의 메시나 항에 도착했습니다. 그런데 선단의 선원들은 대부분 사망한 상태였으며 생존자 역시 전신을 광범위하게 뒤덮은 고름과 검은 부종을 보이며 죽어가고 있었습니다. 

주민들은 곧 선원들이 끔찍한 괴질(怪疾)에 걸려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습니다. 소식이 전해지자 시칠리아 당국은 선단을 즉시 항구에서 떠나도록 명령했습니다. 그들이 떠난 직후 주민들 역시 선원들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면서 죽어 나갔습니다. 괴질은 삽시간에 시칠리아 전체로 퍼졌으며 주민들이 이탈리아 각지로 이동하면서 제노바, 피사, 그리고 베네치아에서도 감염자가 발생했습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재앙이었던 페스트(Pest), 즉 흑사병(黑死病·Black Death)은 그렇게 유럽을 초토화 시켰습니다. 

1347년 연말에는 프랑스의 마르세유에 흑사병 감염이 보고 되었습니다. 마르세유에서는 질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했으나 실패로 돌아갔고 이듬해인 1348년에는 프랑스 전역으로 번졌습니다.

1349년에는 영국의 웨이머스항에 흑사병이 도착하여 수개월 뒤 런던을 거쳐 스코틀랜드까지 전파 되었습니다. 1350년에는 북유럽 일부국가를 제외한 유럽 전 지역에서 만연했습니다.

흑사병은 인구가 밀집돼 있던 대도시에서 특히 심했으며, 상대적으로 낙후하여 산촌 형태의 도시 구조가 유지되던 곳에서는 그나마 생존율을 보였습니다. 유동인구가 적었던 알프스와 피레네산맥 일대의 마을들, 또 최초 감염지에서 먼 내륙에 위치해 인구 유입을 차단 할 시간이 있었던 벨기에나 폴란드 일부지방에서는 대부분의 주민이 생존 할 수 있었습니다. 유럽을 휩쓴 흑사병은 1351년 수 천 만 명이 죽고 나서야 비로소 소강상태에 들어갔습니다.  

흑사병은 박테리아의 일종인 페스트균에 의해 발병하는 치명적인 전염병으로 천연두와 함께 역사상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한 무서운 전염병입니다. 페스트균은 숙주동물인 쥐에 기생하는 벼룩에 의해 사람에게 전파됩니다. 흑사병은 병이 진행되면서 출혈 및 사지와 코 등의 신체 부위에 검은색의 괴사를 일으켜 살이 검은 빛으로 썩는 증상을 보이면서 죽어가기 때문에 ‘흑사병’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흑사병은 지금까지 발견된 여러 전염병 중 사람을 가장 단시간 내에 사망으로 이르게 하는 병입니다. 급성 흑사병으로 한사람이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시간은 약 6시간. 한창 기세를 떨칠 때는 엽기적이게도 어떤 사람이 밤중에 죽어서 조문을 위해 온 친구 2명, 임종을 지켜보러 온 신부, 시체 나르는 사람까지 모두 그 다음 날 저승으로 간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1346년 인류역사에 기록된 최악의 범 유행 사건의 하나인 흑사병으로 인해 1353년까지 7년 동안 최소 7500만 명, 최고 2억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죽었습니다. 당시 유럽인구의 1/3에서 절반이 이때 목숨을 잃었습니다. 세계역사의 대재앙이었습니다. 

2019년 12월 12일 중국 후베이성(湖北省) 우한시(武漢市)에서 시작돼 ‘우한폐렴’이라고 부르던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의 감염증이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로 번지면서 공포를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이번 괴질(怪疾)의 진원지인 우한시(武漢市)는 면적 8,494㎢, 인구 970만 명의 후베이성(湖北省)의 성도(省都)이며 중국 중부에서 인구가 가장 많은 도시입니다. 양쯔강(長江)과 한수이(漢江)가 합류하는 곳에 위치하고 있으며 철로와 고속도로가 통과하는 주요지점에 위치하고 있고 정치, 경제, 금융, 문화, 교통의 중심지입니다. 지난해 12월 말 원인을 알 수 없는 바이러스성 폐렴 환자가 발병하면서 갑자기 유명해졌습니다. 

우한은 한여름 기온이 40도까지 올라가는 무더운 날씨 때문에 난징(南京), 충칭(重慶)과 함께 중국의 3대 ‘화로(火爐)’로 알려져 있습니다. 

현재 전 세계 감염 발병자는 관찰 8만1,947명, 감염 7,833명, 사망 170명, 완치 138명입니다.(2020년 1월 30일 15:30분 기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은 고열과 마른기침, 두통, 호흡곤란, 폐렴 등의 증상이 발생하며, 치사율이 2.3%로 높지는 않지만 폐 포 손상에 따른 호흡 부전으로 심하면 사망에 이릅니다. 
 
중국에서 발병된 이 괴질은 우리나라 뿐 아니라 대만, 홍콩, 마카오, 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를 넘어 이미 태평양 건너 미국에도 옮겨갔고, 프랑스, 독일, 핀란드 등 유럽, 중동의 아랍 에미리트에도 상륙했다는 소식이고 보면 문제는 심각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습니다.

우리는 2002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겪었고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도 경험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프리카 돼지열병으로 피해를 입기도 했습니다. 사회적 손실이 컸지만 그런대로 잘 넘겼습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주석은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해 이번 질병을 “악마”라고 표현하면서 “반드시 이 전쟁을 이겨야 한다”고 다짐했다고 합니다. 사태의 심각성을 말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학자들 가운데는 자업자득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인간의 끝없는 욕심으로 인한 무분별한 환경파괴와 지나친 과소비, 문명이 발전하면 발전할수록 또 신종 괴질이 발생하기 마련이니 인과응보라는 것입니다. 

다행히 정부의 발 빠른 대처로 우한 거주 교민들을 전세기를 보내 옮겨 오는 등 민첩함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일본에 이은 적극적인 행동이니 국력이란 바로 그러한 위기 대응에서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질병은 전쟁, 기아, 마약과 함께 인류의 4대 공적(公敵)으로 불립니다. 모두가 사람의 생명을 죽음으로 끝장내는 최악의 재앙인 것입니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의 예방법은 외출에서 돌아오면 반드시 수돗물에 30초 이상 깨끗이 손을 씻고 기침을 할 때에는 손수건이나 휴지, 옷소매로 입을 가리고 외출 시 마스크 착용, 병·의원 방문 시 의사에게 해외여행 여부 알리기, 감염 의심 될 때는 질병관리본부 콜센터 1339나 지역 보건소로 신고해야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국민적 지혜가 필요합니다. 근거 없는 가짜뉴스나 유언비어를 유포하는 행위는 사회를 더 큰 혼란에 빠뜨립니다. 무엇보다 정치권이 먼저 정쟁을 멈추고 위기 극복에 앞장서는 모범을 보여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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