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지레 짐작의 오류와 부하로부터 배움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지레 짐작의 오류와 부하로부터 배움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20.01.1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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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직장여성 근무 여건 개선 초기의 일들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인사과장되시는 분이 그런 것도 모르세요? 결혼하고 애를 키우는 여직원의 경우는 육아휴직을 하고 집에 있는 것보다 출근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그러니 걱정마세요”

㈜대우에서 인사과장으로 있을 때 부하 여직원으로부터 들었던 핀잔이었다. 

“정말 그렇네. 내가 너무 마음을 졸이는 옹졸하고 우둔한 짓을 했구먼”

1990년대 초반에 회사 여직원의 근무와 관련한 일이었다. 여직원의 비중이 컸지만, 지금과 같은 근무여건은 제대로 갖추지 못했을 때였다. ‘여직원’들이라고 별도로 말하는 것도 이제는 어색하고 경우에 따라서는 양성평등 관련한 법규의 위반이 되는 시류와는 너무나 큰 차이를 느낀다. 최근 30여년 사이에 획기적인 변화 과정에서 많은 깨달음을 가지게 된 사건이었다.

필자가 일했던 종합상사는 당시 약 2000명의 직원으로 해외에 500여명이 있었고 국내 1500여명 중 여직원만도 1/3이 되는 500여명이 되었다. 대개가 무역업무 보조 직원으로 고졸 여직원이 거의 전부였고 입사경쟁도 치열했다. 1980년대 후반에 겨우 대졸여직원 공개채용이 진행되었고, 당시 일간지의 톱기사로 다뤄질 정도로 대졸 여성들의 일자리가 어려웠다.

여직원이 결혼 후 근무를 계속하는 것도 개선 되었다. 지금 기준으로는 상당히 생소하지만 결혼은 자연스러운 퇴직으로 이어지는게 관례였다. 3개월간의 출산휴가도 법적의무로 결혼 후 근무와 패키지로 이어졌다. 

대졸 여직원 공채, 결혼 후 계속 근무, 출산휴가 3개월 보장 등은 대체적으로 서울올림픽이 열린 1988년 전후로 시행 혹은 규정화 되었다.

그런데 인사과장으로서는 또다른 고민이 있었다. 출산휴가 동안 업무 공백을 메꿔주는 일이었다. 지금과 같은 인력 파견제도나 그런 회사도 존재하지 않았다. 다행히, 기간도 3개월인데다가 인원도 많지 않아서 그런대로 대처를 할 수 있었다.

문제는 육아휴직제도로 인한 문제가 있었다. 법적으로는 1년간의 육아휴직제도를 두도록 되어있으나 회사의 의무사항은 아니었다. 회사 인사규정이 도입 되어야 발효가 되는 것이라 굳이 서둘러야 할 이유가 없었다. 

그러나 결혼 후 근무가 가능하고 출산휴가가 시행되어 2~3년이 지나니 육아휴직이 필요한 사람이 제법 많아져 60~70명까지 이르렀다. 그냥 미룰 수만은 없었다. 하지만 1년 동안 대체 할 근무인원 문제가 해결이 되질 않았다. 해당자 중 절반만 해도 30여명을 새롭게 채용해야 하고, 휴직한 여직원이 복귀를 하면 대체투입한 인원은 어딘가 다른 부서로 보내야 하는 데, 자칫 잉여인력이 되는 것도 큰 문제였다. 그냥 미룰 수만은 없어서 제도를 기안, 확정하고 전부서에 알렸다. 

그런데, 정작 신청을 하는 여직원이 거의 없었다. 당시 1~2명으로 기억을 한다.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으니 우리 인사부의 한 여직원이 필자에게 핀잔을 주는 것이 아닌가.

“인사과장이라는 분이 어떻게 그런 것도 감지를 못하시냐?”

“휴직을 하면 1년동안 집에서 애기 보는 일로 시간을 보내면 얼마나 갑갑하겠느냐? 휴직기간동안 급여도 없으니 생활경제도 문제가 있고, 시어머니나 친정어머니께 육아를 맡기고 근무하는 것이 훨씬 마음이 가볍고 좋다고 한다. 월급 받아 용돈도 드리면 되는 것이고, 결국 본인은 그대로 근무하면 되니 휴직신청차가 없는 것이다” 당시 회사에서 식사를 하고 간헐적으로 회식을 하는 것도 남다른 재미로 인식되던 시기이니 휴직을 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었다.

아뿔사! 나 혼자 생각으로 지레짐작만 한 바보였다. 정작 당사자들에게 미리 조사를 해 보면 될 일을 워낙 민감하다며 걱정만 한 것이다. 여직원들의 입장이 제대로 이해가 되었고 큰 깨우침이 있었던 일이었다.

지레짐작하며 내 마음 같을 것이라는 생각은 기획이나 인사업무를 하는 데 천적(天敵)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사 모든 경우가 그렇다고 생각한다.

몇 년 지난 후에 어느 커뮤니케이션 강의에서 들은 교훈이 있다. 상대방이 내 마음 같을 것이라는 착각에서 반드시 빠져나와야 제대로 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가지 의미 있는 사례도 들었다.

첫째는 복잡한 장소나 시장에서 애를 잃어버리는 미아(迷兒) 발생의 많은 경우가 엄마가 자리를 비면서 하는 말인 ‘잠깐만!’ 때문이라는 것. 잠깐이 지나면 애가 엄마를 찾아나서는 바람에 영원히 엇갈리는 불행의 발단이 된다는 것이다.

둘째는 영어의 관용어 가운데 '낙타의 등을 부러뜨린 마지막 지푸라기(the last straw that broke the camel's back)'라는 표현이 있다. 그까짓 지푸라기 하나의 무게가 얼마나 된다고 낙타의 등뼈를 부러뜨릴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아무리 튼튼한 낙타라도 임계치에 달할 정도의 짐을 이미 지고 있는 경우는 마지막 지푸라기 하나가 결정적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모두가 상대방이 내 마음 같을 것이라고 지레 짐작해서 나오는 불행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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