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심심(心心)토크] 남자들은 왜 고급자동차에 열광하는 걸까?
[김진국의 심심(心心)토크] 남자들은 왜 고급자동차에 열광하는 걸까?
  • 박철중 기자
  • 승인 2020.01.07 18: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스포츠카의 심리학
영화 '포드와 페라리' / 영화사 제공
영화 '포드와 페라리' / 영화사 제공

제임스 맨골드 감독이 연출하고, 배우 맷 데이먼과 크리스천 베일이 주연으로 나선 영화 ‘포드와 페라리’는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실화에 바탕을 둔 스포츠 액션 드라마다.

미국의 국민차라고 할 수 있는 포드의 회장 헨리 포드 2세는 회사 매출이 떨어지자, 당시 파산 위기에 놓인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스포츠카 회사인 페라리를 인수 합병하려고 한다. 하지만 엔초 페라리 회장의 거부로 협상이 깨지자 자존심이 크게 상한 포드 2세는 페라리를 능가하는 최고의 스포츠카를 만들겠다는 무모한 계획을 세우고 작전에 돌입한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바로 국제 카레이서 대회 우승 경험이 있는 자동차 디자이너 캐롤 셸비(맷 데이먼 분)와 엔지니어 켄 마일스(크리스찬 베일 분)이다.

‘전 세계가 숨죽인 놀라운 실화. 불가능을 즐기는 놀라운 두 남자를 주목하라. 어떤 각본보다 더 놀라운 실화’ 영화 포스트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152분의 러닝타임이 순식간에 지나간다. 단순한 카 레이싱 대회에서의 승부가 아니라 스포츠맨과 자동차 명장(名匠)의 투혼에 초점을 맞춘 감독의 전략이 주효했다.

고급 자동차, 예컨대 스포츠카 구입을 위해 거액의 돈을 무모하게 투자하기도 하는 이유는 뭘까?

아주 오래 전의 일이다. 내 친구 A가 외제 스포츠카를 한 대 샀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 외제 스포츠카를 구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A는 나이도 어렸을 뿐만 아니라 고액 연봉자도, 물려받은 유산이 많은 소위 ‘금수저’ 출신도 아니었다.

흥미로운 것은 A의 외제 스포츠카를 구경한 다른 친구들의 반응이었다. A는 놀라서 내게 전화했다. “야! 진국아! 애들 반응 정말 재미있다. 정상적인 반응은 너 밖에 없다.” 나는 A에게 이렇게 말했었다. “오! 진짜 축하해. 시승식 한번 하자. 내게도 한번 몰아 볼 기회는 줄 거지?”

대체 다른 친구들의 반응은 어땠을까? 마중 나온 A의 차가 외제 스포츠카인 것을 알면서도 침묵으로 일관하다가 끝내 한마디 말없이 귀가한 친구, ‘축하한다’는 말 대신 “음! 이 차도 탈 만하네!”라고 말한 친구. ‘야! 네가 무슨 떼돈 번다고 외제차냐?’고 핀잔한 친구. 스포츠카 타이어를 툭툭 차면서 “이 외제차 누구 것이냐?”고 묻다가 A의 차라는 게 밝혀지자 아무 말 없이 자기 차가 주차된 곳으로 가버린 친구. 어떤 친구는 축하인사 없이 ‘우리나라 차도 요즘 잘 나와!’하고선 몇 년 지나지 않아 자기도 외제 승용차를 사서 보란 듯이 몰고 다니더란다.

진화소비자심리학의 개드 사드 교수가 한 재미있는 실험이 있다. 사드 교수는 실험에 참가한 두 남성에게 캐나다의 2대 도시인 몬트리올 도심지와 다소 외진 고속도로에서 최고급 스포츠카인 포르쉐와 낡은 도요타 세단을 번갈아 몰게 했다.

우리나라로 치면 서울 강남역 주위를 몰고 다니거나 강원도의 시골 국도를 각각 달릴 때 그들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측정해 보는 실험이다. 알다시피 테스토스테론은 남성 호르몬이자 지배의 호르몬이다. 이 호르몬의 수치가 높아지면 사람이 좀 더 자신감이 커지면서 행복감과 낙천적인 느낌을 더 많이 갖게 된다. 사회적 지위가 상승되는 느낌과 아울러 이전보다 더 공격적 호전적이 되기도 한다.

결과는 어땠을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이 결과를 가르쳐 주기 전에 추측을 하게 하면 이렇게 대답한다. 몬트리올 도심지를 운전할 때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가장 높을 것이라고. 그러나 실제 실험결과는 이와 달랐다. 포르쉐를 모는 사람은 어떤 환경에서도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았다.

말하자면 고급 스포츠카를 몰고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강남역 주위를 서서히 지나갈 때나, 아무도 없는 한적한 시골길을 혼자 지나갈 때나 수치가 비슷했다는 이야기다. 한마디로 고급 스포츠카는 사람들에게 ‘승자의 신호’로 작동한다는 말이다.

사회학자 안드레아스 디크만의 실험도 이런 입장을 지지한다. 정지신호에서 녹색 신호등으로 바뀌었는데도 앞차가 꾸물거리고 출발하지 않는다고 치자. 뒤에 서 있던 차는 앞차가 어떤 차일 때 더 빨리, 그리고 더 많이 경적을 울릴까? 당연히(?) 앞차가 싼 차일수록 뒤차의 재촉의 강도와 빈도는 심해진다고 한다.

많은 남성들에게 큰 실망감을 안겨줄 지 모르지만, 일반적으로 여성들은 고급 자동차를 모는 남성들이 신체적 매력은 물론 사회적 지위까지 더 높다고 생각한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심리학자 마이클 던과 로버트 설의 실험에 따르면, 비슷한 정도의 매력을 가진 남녀가 고급 자동차(벤틀리 콘티넨탈 GT)와 일반 자동차(포드 피에스타 ST)에 번갈아 탄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이 사진을 이성의 피실험자들에게 보여주고 매력을 평가하게 했다.

결과는 예상대로 ‘멋진 차를 몰면 멋져 보일 것이다’라는 답이 나왔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성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수단 그 이상이다. 고대에는 비싼 말이나 마차가 그랬다면 지금은 그것이 고급 자동차로 바뀌었을 뿐이다. 고급 자동차는 남성들의 사회적 지위, 경제적 능력을 보여주는 ‘비싼 과시신호’(진화심리학 용어)이다.

비싼 저택이나 별장은 쉽게 보여 줄 수 없지만, 자동차는 가능하기 때문에 더욱 그 가치가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고급 시계나 고급 만년필 등은 비싼 과시신호를 대신하는 짝퉁을 만들 수 있지만, 자동차는 이것이 불가능하기에 과시신호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아진다.

수컷 공작새는 자신의 생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멋진 날개와 긴 꼬리를 자랑한다. 자신의 짝짓기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남성들은 자신의 경제적 여건이 허락되지 않을 때에도 가능하면 비싼 과시신호로서 고급 자동차를 사려고 안달복달한다.

일반 고급차와 달리 스포츠카는 사실 매우 위험하여 때로는 목숨까지 담보로 한다. 영화 ‘포드와 페라리’에서 켄 마일스의 아내가 카 레이서 남편의 경제적 수입과 목숨을 거는 직업적 특성 사이에서 괴로워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수컷 공작새처럼 남성들은 그 ‘멋진 승자의 신호’를 목숨과도 기꺼이 바꾸려 한다.

오늘도 세계 각처의 많은 남성들은 포르쉐, 페라리 같은 고급 스포츠카를, 할리 데이비슨 같은 비싼 오토바이를 사지 못해 안달하고, 그들의 가족들은 이를 이해하지 못한다. 심리학자로서 이전 처지에 놓인 많은 여성들에게 이런 말 전하기 싫지만 유감스럽게도 결론은 이들 남성들의 고집은 절대로, 아무도 못 말린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도 켄 마일스는 레이싱 연습 도중 스포츠카에 화재가 나 불덩이에서 결국 빠져 나오지 못했다.

김진국 문화평론가(심리학자 의학자)
김진국 문화평론가(심리학자 의학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