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월경을 건강하고 긍적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싶어요"
[인터뷰] "월경을 건강하고 긍적적인 경험으로 바꾸고 싶어요"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2.30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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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인터뷰
생리대 정기배송→생리대 기부→월경컵 허가&제작
"생활 습관으로 건강한 월경 만들 수 있어"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본인제공
안지혜 이지앤모어 대표/ 본인제공

“한 달간 먹은 음식, 생활 습관은 월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일상을 바꾸면 건강한 월경을 만들 수 있어요. 이지앤모어가 먼저 경험한 건강한 월경을 어떻게 많은 여성에게 전할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합니다. 짜증나고 귀찮았던 월경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이고 건강하게 바꿀 수 있는 지점을 만들고 싶어요.”

안지혜(33) 대표는 구성원 모두가 여성인 월경 셀렉트샵 '이지앤모어'를 이끌고 있다. 이지앤모어는 국내 처음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월경컵 품목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월경컵 시장의 마중물을 열었다. 2016년 비싼 가격 때문에 생리대를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들을 돕기 위해 시작한 사업이 ‘여성의 월경’ 전반을 아우르게 됐다.

“이지앤모어는 '월경으로 여성을 건강하게'라는 슬로건 아래 '어떻게 하면 여성들이 월경을 건강하게 보낼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한 여러 가지 제품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최신 월경 용품을 전 직원들이 직접 사용해 본 후 3~6개월의 테스트 기간을 거처 좋은 제품만 입점시키고 있어요. 월경컵, 월경팬티, 탐폰, 면생리대, 차, 보습, 세정 제품 등 300여 가지 월경 용품을 판매하고 있어요. 이지앤모어에서 제품을 구매하면 일정 금액이 기부 포인트로 적립돼 월경 용품 지원 플랫폼 ‘초이스샵’으로 이관되고, 한 달에 150여 명의 학생이 월경 용품을 지원받고 있습니다. 월경박람회, 월경컵 수다회 등 오프라인 프로그램을 진행해 여성들이 직접 다양한 월경 용품을 체험해보고 얘기할 기회도 마련하고 있어요.”

이지앤모어는 ‘그날’, ‘마법’이라 돌려 말하며 여성들이 한 달에 한 번 겪는 현상을 ‘월경’라 부르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생리’라는 용어를 썼어요. 공부를 하다 보니 생리는 ‘생리적인 현상’에서 따온 단어라는 걸 알게 됐어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눈물, 콧물, 방귀 등 생리적인 현상은 정확한 이름을 부르는데 '왜 여성의 월경은 ‘마법’, ‘그날’이라고 속이고 감춰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죠. 월경은 ‘여성의 자궁에서 월마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출혈’이란 의미입니다. 생리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이름을 찾아주고 싶어서 월경으로 부르고 있어요. 생리대를 월경대라고 하기에는 아직 인식의 차이가 커서 생리대로 부르고 있고요. 월경이라는 이름도 명확한 이름은 아니에요. 최근 월마다 피를 흘리는 현상인 ‘월경’에서 깨끗한 피라는 뜻의 ‘정혈’(精血)이라고 부르자는 주장도 인지하고 있습니다. 더욱 명확한 명칭을 정하기 위해서는 정부, 협회 등 영향력 있는 기관에서 시작해 다 같이 변화를 만들어나가야 하지 않을까요.”

안 대표가 말하는 ‘건강한 월경’이란 무엇일까.

카페인을 많이 마시면 월경통이 심해진다는 연구결과가 굉장히 많아요. 월경은 한 달간 개인이 먹은 음식, 생활 습관에 따라 영향을 미치는 현상인데, 대부분 이 사실을 알지 못해요. 부정적인 인식이 강한 월경을 건강과 매치하는 게 어색하죠. 이지앤모어 구성원들은 카페인도 줄여보고 월경 용품도 바꿔보는 등 여러 가지 실험을 통해 월경통과 생리 전 증후군(PMS)을 완화해본 경험이 있습니다. 저희의 경험을 많은 여성에게 공유할 수 있도록 관련 콘텐츠를 계속해서 만들고 있어요. 2020년에는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를 대신해 월경통에 효과가 있는 차를 소개하는 등의 방식으로 오프라인에서도 건강한 월경을 전파하기 위한 활동을 넓혀나갈 계획입니다.”

안 대표는 대학 졸업 후 7년간 직장생활을 하다 마지막 직장인 사회적 기업에서 ‘생리대’ 사업 아이템을 찾았다.

“대학생 때부터 남의 밑에서는 일을 못 하는 사람이란 걸 알았어요. 언젠가 창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아이템이 없었죠. 대학 졸업 후에 외식 프렌차이즈 기업에서 마케팅, 기획, 홍보 업무를 담당했어요. 7년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1년에 한 번은 이직한 것 같아요. 여러 회사의 시스템을 익히고 싶었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일하는지 알고 싶어서요. 마지막 직장이 다문화 여성들의 자립을 도와주는 사회적기업 ‘오요리아시아’에서 여성의 인권 문제에 관심을 두게 됐어요. 처음에는 저렴하게 생리대를 대량으로 구입해서 정기배송을 해주는 사업모델을 구축했어요. 그러다 비싼 가격 때문에 생리대 대신 휴지, 수건 등을 이용하는 청소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사업 모델을 바꿔 고객이 생리대 한 박스를 구입하면 한 박스는 생리대를 구입하기 어려운 청소년들에게 기부하는 방식을 채택해 크라우드 펀딩으로 사업을 시작했어요.”

창업 초반, 투자금 유치를 위해 여러 정부 지원사업에 지원한 안 대표는 뜻밖의 장애물을 맞이하게 된다.

“본격적으로 창업 준비를 하던 2015년 여러 창업 지원금 사업에 지원했어요. 심사위원 대부분이 남성분이었고, 생리대 가격이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이 없었어요. ‘생리대 하나에 300~400원이 비싼 건가요?’라고 오히려 되묻더라고요. 지금은 ‘깔창 생리대’ 이슈나 생리대 유해성 논란 때문에 인식이 많이 바뀌었지만, 처음에 그들을 설득시키는 일이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이지앤모어가 바꾼 사업모델로 클라운드 펀딩을 끝낸 2016년 4월, 얼마 후 ‘깔창 생리대’ 문제가 수면 위로 떠 오르며 이지앤모어도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깔창 생리대 이슈로 저희의 이야기를 알렸다는 일차적인 목표는 달성했지만, 정부와 대기업의 지원사업이 시작되면서 수익모델의 지속 가능성을 잃었다고 판단했어요. 새로운 사업 모델을 찾기 위해 고객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생리대 가격뿐만 아니라 생리대를 사용하며 생긴 피부 짓무름, 따가움, 냄새, 월경통 등 다양한 문제들을 겪고 있었어요. ‘왜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며 겪은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브랜드만 다른 일회용 생리대를 쓸 수밖에 없을까?’라는 생각에서 시작해 2017년 4월 국내에서 처음으로 월경컵 정부 허가를 받기 위한 ‘블랭크컵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월경컵수다회’ 참가자들이 다양한 월경컵을 체험해보고 있다./ 이지앤모어 제공
‘월경컵수다회’ 참가자들이 다양한 월경컵을 체험해보고 있다./ 이지앤모어 제공

월경컵은 종 모양으로 생긴 실리콘 재질의 컵으로 질에 삽입해 혈을 받아내는 월경 용품이다. 한 번 사용하고 버리는 일회용 생리대, 탐폰과 달리 최대 10년까지 사용할 수 있고,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는 면 생리대, 월경 팬티보다 세척과 관리가 편해 일회용 생리대 대용품을 주목받고 있다. 지금은 여러 브랜드의 월경컵이 정식으로 수입되고 있고 국내에서 제작한 월경컵도 판매되고 있지만 이지앤모어가 블랭크컵 프로젝트를 시작한 2017년 4월만 해도 국내에 정식으로 허가를 받은 월경컵이 없었다. 월경컵을 사용하려면 해외직구를 통해 오랜 시간을 기다린 후에 구입하는 방법밖에 없었다.

“이지앤모어 자체 개발 월경컵인 ‘블랭크컵’으로 국내 월경컵 시장을 열겠다는 포부로 펀딩을 진행했고 2200여 명이 약 5000만 원을 투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식약처의 허가를 받기 위해서는 월경컵 원재료인 실리콘을 질 내부에 삽입해도 문제가 없다는 임상실험을 진행해야 했고, 비용은 2억 원에 달했습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 보니 이미 해외에서 임상실험을 완료한 자료가 있는 월경컵을 수입하면 임상시험을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블랭크컵을 개발하면서 미국 산부인과 선생님이 만들어 임상시험을 마친 월경컵 '페이사이클' 수입 절차도 동시에 진행했어요. 2017년 12월 식약처에서 국내 최초로 월경컵 허가를 받게 됐죠. 국내 판매 월경컵을 기다린 여성들이 식약처에 문의 전화를 많이 해주신 점도 큰 도움이 됐어요.

당초 2018년 6월 출시 예정이었던 블랭크컵은 현재 2020년 상반기에 펀딩 참여자에 제품 발송을 목표로 제작 과정을 진행 중이다.

“블랭크컵 실리콘 원재료가 국내에서는 잘 쓰이지 않는 실리콘이라 제조업체에서 원재료를 수입 허가를 받기 위한 서류를 준비하는 과정이 오래 걸렸어요. 여성의 질에 맞게 컵 두께를 다양하게 설정하다 보니 단순히 사출성형으로 찍어내면 만들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 중간에 제조 공장도 한 번 바뀌는 우여곡절도 있었습니다. 감사하게도 출품 지연 안내를 할 때마다 펀딩해주신 분들이 기다리겠다고 하셔서 속도를 내서 개발 중입니다.”

국내 월경컵 시장 활성화를 위해 앞장선 안 대표는 월경컵 시장이 커지면서 또 따른 걱정이 든다고 우려를 표했다.

“개인의 질 구조에 따라 적합한 월경컵이 달라 무조건 삽입을 해봐야 나에게 맞는 월경컵을 찾을 수 있어요. 진입장벽이 너무 크죠. 처음에는 실패 확률이 높기 때문에 비싼 제품을 절대 사지 말라고 조언해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회용 생리대처럼 언젠가 월경컵 원재료인 실리콘에 대한 문제가 발견되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월경컵을 맨눈으로 봤을 때 공업용 실리콘인지 인체에 사용할 수 있는 실리콘인지 확인할 길이 없어요. 국내에서 판매하는 월경컵은 처음 제품 허가를 받을 때 실리콘 원재료에 대한 표기를 꼼꼼하게 해야 해 믿을 수 있지만, 일부 해외 사이트에서는 1달러짜리 월경컵도 판매하고 있어 원재료에 대해 의심이 들어요. 월경컵을 처음 쓰시는 분들에게는 국내에서 허가받은 제품 중에 가장 저렴하거나 미국 FDA에 등록이 되어있는 제품 라인업을 안내하고 있습니다.”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 논란 이후 여성들은 더는 일회용 생리대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하지만 익숙하고 간편하던 생리대에서 다른 월경 용품에 도전하기는 쉽지 않다. 안 대표에게 다양한 월경용품을 접하기 위해서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 조언을 구했다.

“다양한 월경 용품을 직접 경험해 봐야 본인에게 맞는 유형을 알 수 있어요. 하지만 월경 용품 가격이 저렴하지 않죠. 그래서 월경컵 박람회, 월경 용품 수다회를 열어서 다양한 여성용품을 직접 보고, 투자하며 사용해볼 수 있는 프로그램은 운영하고 있습니다. 저는 월경혈량 정도에 따라 단계별로 적합한 월경용품을 사용하고 있어요. 월경혈이 많을 때는 월경컵을 써요. 월경혈 양이 줄어 월경컵을 쓰기 뻑뻑할 때는 면 생리대가 속옷 안에 내장된 형식인 월경 팬티를 입습니다. 월경이 끝나갈 때는 속옷에 흡수체가 포함된 제품을 착용해요. 일회용 제품은 전혀 사용하지 않죠.”

출산을 앞둔 안 대표가 앞으로 만들어나갈 이지앤모어는 어떤 모습일까?

“현재는 여성의 월경 문제 하나만 다루고 있지만 앞으로 임신, 출산, 완경에 이르기까지 여성이 생애 주기 별로 겪을 수 있는 양한 문제들을 발견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업이 되고 싶어요. 궁극적으로는 여성들의 건강한 일상을 만드는 기업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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