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알파고 보다 똑똑한 AI '한돌'에 승리한 이유
이세돌, 알파고 보다 똑똑한 AI '한돌'에 승리한 이유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2.19 10: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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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월간 학습 데이터 쌓은 '한돌'...10일 연습한 이세돌에 패배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쌓지 못했기 때문"
Al '한돌'과 첫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 연합뉴스
Al '한돌'과 첫 번째 대국에서 승리한 이세돌 9단/ 연합뉴스

이세돌 9단이 18일 치러진 국내 인공지능(AI) '한돌'과 은퇴 대국 중 첫 번째 경기에서 92수 만에 흑 불계승을 거뒀다. 객관적인 기력(棋力) 차이로 이세돌이 2점을 먼저 깔고 시작했고, 많은 전문가가 한돌의 우세를 예상한 가운데 이세돌이 첫 대국 승리할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을 펼치고 있는 한돌에 대해 알아보자. 한돌은 NHN이 2017년 12월 선보인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이다.  기력 측정에 쓰이는 'Elo 레이팅' 기준으로 한돌은 4500을 넘겼다. 인간 9단 평균치(3700)는 물론 알파고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알파고 제로'보다도 우위인 것으로 평가된다. 

한돌은 호선에서는 인간이 당해내기 어려운 상대였다. 지금보다 기력이 10% 정도 낮은 2.1 버전 시절이던 올해 1월 신민준 9단·이동훈 9단·김지석 9단·박정환 9단·신진서 9단과의 5연전에서 모두 이겼다. 지난 8월 첫 출전한 세계 AI 바둑대회 '2019 중신증권배 세계 AI 바둑대회'에서 3위에 올랐다.

전문가들은 첫 번째 대국 승리 요인을 한돌이 경험하지 못했던 '2점 접바둑'에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치수는 실력의 차이를 나타내는 돌의 수다. 실력이 약한 쪽이 바둑을 두기 전에 미리 바둑판 위에 깔아놓는 돌의 수가 치수다.

한돌과의 대결에서는 이세돌이 흑을 잡아 두 점을 깔고 시작했다. 이는 한돌이 이세돌보다 실력이 높다는 것을 인정하고 대국에 들어가는 것을 의미한다.

한돌은  호선이 아닌 먼저 몇 점을 깔아주고 두는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이었기에 두 달여 동안 프로기사들과 연습하며 학습 데이터를 쌓았다. 이에 개발진 내부에서는 3점은 몰라도 2점 접바둑은 어느 정도 기력이 올라왔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세돌도 "두 점을 깔고 두는 첫판은 아마도 내가 질 것 같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첫 실전 대국에서 충분한 학습 데이터를 쌓지 못한 AI의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이세돌이 3년여 전 알파고와 대결할 때 '신의 한 수'로 불렸던 78수로 승기를 잡은 것처럼 이번에도 78수가 승부를 갈랐다.  한돌은 초반 열세를 딛고 공세를 펼쳤으나 상대방의 78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한순간에 무너지면서 결국 돌을 던졌다.

이세돌 역시 25년 프로 기사 생활에서 접바둑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이번 대국을 앞두고 열흘 동안 연습한 게 전부라고 한다. 결국 나란히 낯선 상황에서 인간의 임기응변과 유연성이 기계를 앞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한돌이 이세돌의 78수 이후 실수를 연달아 범했다는 점에서 버그(프로그램 오류)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NHN 관계자는 "버그는 아니다. 이세돌이 '신의 한 수'를 뒀다. 이세돌이 대처를 잘했다는 것이 개발진의 평가"라고 말했다. 

한 AI 바둑 전문가는 "이세돌의 78수는 프로기사라면 흔히 두는 맥점이지만, 세계 최강의 AI 바둑이라는 중국의 '절예'(絶藝)도, 벨기에의 '릴라제로'도 못 본 수"라고 분석했다.

이세돌 9단의 은퇴 대국인 '바디프랜드 브레인마사지배 이세돌 vs 한돌'은 2차례 경기가 남아있다. 19일은 서울 양재 도곡타워 바디프랜드 본사에서, 마지막 3국은 이세돌의 고향인 전남 신안군 엘도라도 리조트에서 진행된다.

이세돌은 1억5000만 원의 기본 대국료를 받고, 1승을 할 때마다 5000만 원의 승리 상금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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