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때 쫄딱 망한 농부, 식용 네잎클로버로 글로벌 시장 ‘똑똑’
IMF때 쫄딱 망한 농부, 식용 네잎클로버로 글로벌 시장 ‘똑똑’
  • 박철중 기자
  • 승인 2019.12.12 05: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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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인헌 농업회사법인 푸드클로버 대표
홍인헌 농업회사법인 푸드클로버 대표가 과천 농장에서 네잎클로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과천=박철중 기자
홍인헌(58) 농업회사법인 푸드클로버 대표가 경기도 과천 농장에서 네잎클로버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 과천=박철중 기자

“대형마트에 화훼 공급을 오랫동안 했습니다. 매출은 많은데 남는 게 없었죠. 잘 팔리는 것들은 다 수입품이었어요. 억울하더라고요. ‘누구나 좋아하는 걸로 메이드 인 코리아를 한번 만들어보자’하고 상품을 찾다가 행운의 상징인 네잎클로버가 번뜩 생각났습니다.”

세계 최초로 네잎클로버를 먹을 수 있게 대량생산에 성공한 홍인헌(58) 농업회사법인 푸드클로버 대표는 식용 네잎클로버를 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도 식용을 염두하고 개발한 것은 아니었다. 어디까지나 다른 화훼처럼 화분에 담겨 관상용으로 쓰일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려고 했는데, 일이 뜻대로 풀리지 않던 상황이 오히려 생각의 전환으로 이어지게 되면서 식용 네잎클로버까지 탄생하게 됐다.

“2007년 개발을 시작해 5년 뒤인 2011년 네잎클로버가 완성됐습니다. 곧바로 국립종자원에 등록을 하고 상품으로 판매 채비를 마쳤고, 대입수학능력시험을 겨냥해 10만개 화분을 준비했는데 뜻하지 않은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햇빛을 듬뿍 받고 자란 클로버가 대형마트 실내에 들어가니 약한 빛 때문에 견디질 못하고 잎이 노랗게 변색이 돼버렸어요. 한마디로 상품가치가 없게 된 것이죠. 다행히 연구를 통해 변색은 해결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당시 거래를 하던 대형마트는 직매입구조였는데, 재고 때문에 발주가 원활하게 이루지지 않았다. 고정비는 계속 들어가고 매출은 없는 구조가 되면서 억 단위의 빚만 쌓여갔다. ‘이렇게까지 연구 했는데...’ 좌절하고 ‘포기할까?’ 멈칫하던 순간, 같은 마트 내 채소팀이 문득 생각났다.

“꽃은 안사도 그만이지만, 먹는 식품은 계속 구매가 이뤄지더라고요. 네잎클로버를 생일케이크 같은 이벤트 식품의 데코레이션으로 사용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곧바로 식약처에 들어갔는데, ‘식용 가능’으로 돼있지 않았어요. 온갖 자료를 뒤져서 찾았더니 외국은 식용 가능으로 돼있었어요. 다행히 우리나라에서도 식용 가능하다는 자료를 찾게 됐고, 개발을 마치고 1년 뒤인 2012년에 식약처에 식용 작물로 등록했습니다. 2013년에는 국립종자원에 품종이 등록되면서 2033년까지 품종보호권도 갖게 됐어요. 일종의 독점권인거죠.”

네잎클로버를 식용으로 등록하고 일이 일사천리로 풀리는 것 같았지만, 정작 식재료로써 어디를 어떻게 뚫어야할지 막막했다. 전국 셰프들이 모인다는 곳도 찾아다녔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래서, 몸 어디에 좋은데?’였다. ‘셰프라는 사람들이 눈으로 먹는다’는 말도 모르나 생각하며 섭섭하기도 했다. 지금은 서울 특급호텔 식당가는 물론 소비자가 직접 선택할 수 있는 대형마트에도 공급을 시작했다.

“영업을 했는데 잘 안됐어요. 63빌딩을 찾아갔죠. ‘샘플 써보고 고객이 좋아하면 그때 구매해 주십시오’하고 그냥 나왔어요. 사용해 준 것만도 무척 고마웠어요. 고객들이 사진 찍어 SNS와 블로그에 올리면서 너무 좋아했다는 거예요. 곧바로 구매부와 계약을 체결했어요. 지금은 63빌딩 거의 모든 레스토랑은 물론, 다수의 서울 특급호텔에 납품을 하고 있어요. 이달부터는 대형마트인 홈플러스에 공급하기 시작했어요. 직접 소비자들이 선택할 수 있게됐죠.”

남들이 보기에 일이 어느 정도 괘도에 오른 것 같지만, 홍 대표는 갈 길이 멀다고 말한다. 원예학을 전공한 그는 다섯 명의 동업자들과 20여 년 전, 3만3000㎡(1만평) 규모의 시설에서 장미를 재배했는데, IMF 외환위기로 산산이 무너지는 시련을 겪었다. 그 여파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영농조합으로 김영삼 정부 때 유리온실을 지원해준다고 해서 여기저기 대출받고 보증서고해서 45억 원짜리 영농사업을 했어요. IMF때 다 말아먹었지요. 쫄딱 망했어요. 있는 것 없는 것 다 빚내서 보냈는데 거지가 됐어요. 지금도 온실 시설 늘린다고 빚만 늘었죠. 허허허”      

‘행운’의 네잎클로버로 희망을 갖게 된 홍인헌 대표는 현재, 클로버를 통해 작게는 50억, 많게는 200억까지 실현할 수 있는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을 꿈꾸고 있다.

“일반채소와 달리 냉장보관하면 3주 이상 신선도를 유지합니다. 지구 어디라도 갈 수 있다는 뜻이에요. 미국 쪽은 바이어가 직접 시설을 보고 갔어요. 지금은 통관자료를 준비 중에 있고, 로스앤젤레스 지역에 판매처도 섭외가 된 상태입니다. 일본과 유럽도 생각 중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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