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국의 심심(心心)토크] “사랑이 변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 최태원·노소영의 사랑과 이별
[김진국의 심심(心心)토크] “사랑이 변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 최태원·노소영의 사랑과 이별
  • 김진국 문화평론가(심리학자 의학자)
  • 승인 2019.12.06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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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도 '우먼센스' 10월호에 실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결혼식 기사. 사진은 1988년 9월 13일 열린 결혼식에 앞서 9월 9일 롯데월드호텔 3층 크리스탈룸에서 열린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 참석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모습이다. 최 회장은 흰색 재킷에 파란색 셔츠의 간편한 평상복을, 노 관장은 금빛 무늬를 박은 앙드레 김 특유의 앙상블을 입고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 여성경제신문 DB. 무단복제 및 사용 금지
1988년도 '우먼센스' 10월호에 실린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결혼식 기사. 사진은 1988년 9월 13일 열린 결혼식에 앞서 9월 9일 롯데월드호텔 3층 크리스탈룸에서 열린 디자이너 앙드레 김의 패션쇼에 참석한 최 회장과 노 관장의 모습이다. 최 회장은 흰색 재킷에 파란색 셔츠의 간편한 평상복을, 노 관장은 금빛 무늬를 박은 앙드레 김 특유의 앙상블을 입고 취재진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고 있다. / 여성경제신문 DB. 무단복제 및 사용 금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사랑이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그동안 이혼소송을 낸 최 회장의 요구를 묵살하며 이혼을 거부해온 노 관장이 재산분할 요구로 맞소송을 내면서 새로운 국면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노 관장은 그의 최근 자신의 심경을 페이스북에 공개하여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오늘은 노 관장의 글을 중심으로 최-노 커플의 사랑과 이별에 대하여 심리학적으로 풀어볼까 한다.

먼저 그녀의 글부터 한번 살펴보자. 도합 380자로 된 그리 길지 않은 글이므로 전문을 인용한다.

저의 지난 세월은 가정을 만들고 이루고 또 지키려고 애쓴 시간이었습니다.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을 보낼 때에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기다렸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 사이 큰 딸도 결혼하여 잘 살고 있고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 삼십 년은 제가 믿는 가정을 위해 아낌없이 보낸 시간이었습니다. 목숨을 바쳐서라도 가정은 지켜야 하는 것이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이제 그 '가정'을 좀 더 큰 공동체로 확대하고 싶습니다. 저의 남은 여생은 사회를 위해 이바지 할 수 있는 길을 찾아 헌신하겠습니다.

끝까지 가정을 지키지는 못했으나 저의 아이들과 우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노소영

 

그녀의 글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나는 가정을 지키기 위해서 지난 30년 동안 치욕을 견디며 각고의 노력을 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실낱같은 희망도 사라졌다. 1남2녀의 아이들도 장성하여 막내도 대학을 졸업했다. 비록 가정은 지키지 못했지만, 여생을 더 큰 가정인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

엽서 한 장 정도의 짧은 글 속에 ‘가정’이라는 단어가 5번이나 등장한다. 그만큼 그녀에게 가정은 목숨을 바쳐서라도 지켜야 할 그 무엇이었다. 그녀는 남편 최 회장이 포함된 ‘행복’한 가정을 희망했지만 결국 그 꿈은 물거품이 되었고,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위해 이별을 결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 이제 시계바늘을 최·노 커플이 처음 만났던 1980년대로 돌려보자. 두 사람이 연애를 하던 당시 최태원 회장은 대기업 총수의 한 사람이었던 최종현 회장의 아들이었다. 노소영 관장은 당시 현직 노태우 대통령의 딸이었다. 정경유착의 정략적인 만남이라는 말도 없지 않았고, 영국의 찰스황태자와 다이애나비 정도는 아니었지만 언론에는 ‘세기의 커플’이란 말이 등장하기도 했다.

고려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최 회장과 서울대 섬유공학과 재학 중에 미국으로 건너간 노 관장. 두 사람이 처음 만나 사랑을 하게 된 것은 시카고대학에서 각각 유학을 하던 시절이었다고 한다. 그들의 만남의 시작이 과연 정략적인 의도가 개입된 것이었는지는 알 수 없다. 집안 배경도 좋고 학력도 좋은 두 선남선녀가 만나 연애를 하고 결혼에까지 이르게 된 그들의 낭만적인 사랑을 굳이 그렇게까지 비하할 필요가 있을까. 이에 대한 평가는 독자의 판단에 맡긴다.

뇌과학 연구에 의하면 남녀가 만나 사랑에 빠지는 데는 0.1초도 걸리지 않는다고 한다. 우리 뇌에는 외부에서 들어오는 정보를 처리하는 2가지 경로가 있다. 이 정보를 순간적인 반응과 감정을 주관하는 편도체에서 즉각 처리하는가(빠른 경로), 아니면 의식과 논리에 관여하는 뇌부위를 거친 뒤에 처리하는가(느린 경로)에 따라 나눠진다. 상대방을 보고 ‘첫눈에 반했다’고 할 때 이런 감정을 갖게 만드는 경로가 빠른 경로이다. 논리적 판단을 거치지 않고 직관적으로 처리되었다는 소리다. 첫눈에 사랑에 빠졌다고 주장하는 커플들에게 그 이유를 물어보면 제대로 말을 못하고 얼버무리는 경우가 많은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젊은 최태원 학생이 대통령의 딸, 서울대에서 퀸카로 불렸다는 키 170cm 미모의 여인을 보고 반한 상황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  노 관장의 최 회장에 대한 첫인상도 비슷했을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두 사람의 낭만적인 사랑은 마침내 1988년 약혼, 1989년 결혼으로 이어진다. 그들은 행복해 보였고 슬하에 최윤정(1989년 생), 최민정(1991년 생), 최인근(1995년 생) 이렇게 1남 2녀를 두었다.

인간의 감정은 부조리하다. 계통도 없고 변덕스럽다. 사랑도 마찬가지다. 사랑의 시작에 논리가 없듯, 이별에도 이유는 없다. 영원할 것만 같았던 사랑이 식는 것도 한 순간이다. 합리적 근거? 그런 거 없다. ‘바람 난 여인에게는 애 울음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는 속담처럼 얼빠진 사람처럼 마음이 완전히 떠나는 데 이유는 없다. 바람은 그냥 ‘나는’ 것이다. 반면 다른 사람에게 한눈을 팔면서도 배우자를 향한 애착이 변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이중적인 생식전략’을 우리는 ‘간통’이라고 부른다.

여러해 전에 미국 시카고에 있는 국립여론연구센터에서 간통에 대한 통계를 낸 적이 있다. 18세에서 59세 사이 미국인 3000여명이 대상이었다. 조사 결과 남자의 25%, 여자의 15%가 결혼 중에 다른 사람과 연애를 했다고 고백했다. 그중에는 사생아, 그러니까 숨겨 놓은 애인의 아이까지 낳은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최태원 회장의 경우도 비슷했다. 그는 클로이라는 미국 이름을 가진 여인(김희영)을 2008년부터 만나왔다. 그녀와의 사이에 2010년 생 혼외자도 있다고 한다. 노소영 관장도 진작부터 이런 사실을 알고 남몰래 냉가슴을 앓았다고 한다. 그런 최 회장이 자신의 불륜을 고백하고 이혼을 요구한 것이 2015년 겨울의 일이다. 재벌회장이 불륜 사실을 공개적으로 고백하는 것도 이례적이었지만, 시점도 미묘했다. 2015년 초에 헌법재판소에서 간통제가 위헌이라는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최 회장의 고백에 흰눈질을 하는 사람이 많았다.

최 회장의 공개적인 불륜 고백에도 불구하고 노 관장은 적어도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최 회장의 이혼 요구도 거부하며 가정을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왔다. 적어도 이번에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 전까지는 말이다. 최 회장의 이혼 요구와 노관장의 가정 수호 의지, 이런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이 차이를 알기 위해선 ‘남녀의 번식전략’(진화심리학 용어)의 차이에 대해서 알아야 한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남자들은 장기적인 배우자를 고를 때 젊고 예쁜 여자를 고른다. 일시적인 파트너를 고를 때도 기준은 바뀌지 않는다. 인류의 조상이 사바나 초원에 살 때부터 남자들의 번식전략은 한마디로 다다익선(多多益善)이다. 그들은 가능하면 많은 수의 자손을 남기고 싶어한다. 그러려면 가임성, 즉 임신 가능성이 높고 유전적으로 건강한 유전자를 가진 아이를 잉태할 건강하고 예쁜 산모 후보자에게 눈길이 가야한다.

단적으로 말하면 남자들은 바비인형 몸매를 가진 젊은 처자에게 끌리게 프로그래밍 되어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남자들의 속내는 일부다처제를 지지한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최 회장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그는 자신보다 15세 연하의 미모의 여인 클로이와 만나 혼외자까지 갖지 않았는가.

그렇다면 여성들의 소위 ‘번식전략’은 어떨까. 이론적으로 치자면 무한대로 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릴 수 있는 남자에 비해 여성들은 한정된 수의 자손 밖에 남길 수 없다. 여성들은 남성들과 달리 가임기간이 제한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자라 독립할 때까지 제대로 양육하는 것을 최우선 목표로 하게끔 프로그래밍되어 있는 것 같다.

그러므로 여성들이 일시적인 파트너를 고를 때에는 잘 생기고 건장한 남자를 선호하지만, 장기적인 배우자를 고를 때에는 기준이 달라진다. 자신은 물론이고 아이의 양육을 보증할 ‘자원’이 최우선 기준이 된다. 외모는 뒷전으로 밀린다. 여성들이 경제력이 뛰어난 남자를 찾는 것은 거의 본능에 가깝다. 가난한 고학생 이수일과의 사랑보다는 돈 많은 사장 김중배의 다이아몬드를 선호하게끔 뇌에 각인되어 있다는 소리다. 돈많은 재벌회장과 젊고 예쁜 여인의 조합이 낯설지 않은 것은 다 이런 남녀의 번식전략이 묘하게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노소영 관장의 경우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녀는 비록 권력과 경제력을 두루 갖춘 집안의 장녀로 태어났지만, 자신은 물론 아이들의 제대로 된 양육을 보장하는 환경을 소원했다. 또한 그런 지아비를 갖춘 정상적인 ‘가정’을 열망해 왔고, 그것이 ‘행복’이라고 믿어 왔음을 이번 글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노관장이 견뎌낸 힘들고 치욕적인 시간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이러한 희망은 수포로 돌아갔다. 사랑이 시작되는 이유를 모르듯, 사랑이 변하는 이유를 우리는 알 수 없다. 최 회장은 자신의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 작동하는 남성의 생식전략 때문에 클로이를 만났는지 그 자신도 모를 것이다. 어쨌거나 자신이 고백한 것처럼 그가 처음 이루었던 가정을 그가 먼저 깬 것은 틀림없다.

에밀리 디킨슨은 ‘이별은 지옥이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이라는 시구를 남긴 적이 있다. 욕정에 무너져 낭만적 사랑을 깨버린 사람의 마음과는 달리, 이별을 통보받은 사람의 마음은 지옥을 방불한다. 그들은 슬픔과 분노에 휩싸인다. 심리학자들에 의하면 이렇게 사랑하는 이로부터 버림받은 사람들의 반응을 두 단계로 나눈다. ‘항의’ 단계와  ‘포기’단계가 그것이다.

항의단계에서 버림받은 사람들은 떠나버린 사람의 마음을 돌려놓기 위해 무진 애를 쓴다. 그는 지켜야할 것을 지켜내지 못했다는 자책감에 괴로워하기도 한다. 노소영 관장은 이를 ‘희망’과 ‘치욕’이란 단어로 표현한다. 그러나 한번 떠나버린 사랑은 돌아오지 않는 법이다.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할수록 자신만 비참해지고 상대방은 ‘질척거린다’고 오히려 조롱할 것이다.

항의단계를 넘게 되면 포기단계가 온다. 대개 시간이 지나면서 한번 떠난 사람은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시기가 온다.  세월이 약이 되는 경우다. “이제는 남편이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노 관장의 말처럼 이쯤 되면, 모진 세월을 견뎌낸 고단한 마음을 추스르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 상실감과 우울감에 젖어 있던 마음을 뒤로 하고 새로운 사랑을 찾아 나서야 한다.

다행스럽게도 노 관장은 그 길을 찾아낸 것 같다. 그녀는 솔직히 고백한다. 애들이 다들 성장하고 독립해서 잘 살고 있다는 것을. 여성의 번식전략의 주요 목적인 아이들의 양육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서 크게 마음의 평정을 얻은 것 같다. 눈길을 끄는 것은 그녀의 새로운 사랑의 대안은 다른 ‘제3의 인물’이 아니라는 데 있다. 그녀의 표현대로라면 ‘더 큰 공동체’이다. 그녀는 남은 여생을 우리 사회를 위해 헌신하겠다고 다짐한다.

새로운 인생의 장도에 나선 그녀의 앞날에 신의 축복이 있기를 기원한다. 아울러 최 회장도 그가 ‘저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기를 바란다. 물론 그러한 행복은 그의 진정한 참회를 전제로 해야한다. 심리학자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남자로서, 또 같은 대학의 후배로서 하는 인간적인 충고이기도 하다.

김진국 문화평론가(심리학자 의학자)
김진국 문화평론가(심리학자 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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