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인사과장의 또다른 이름 ‘보직대기자 관리과장’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인사과장의 또다른 이름 ‘보직대기자 관리과장’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11.29 17: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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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업무의 뒷이야기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과장님! 빨리 저희 사무실로 와주세요. 저희 상무님께서 급히 찾으십니다."

어느 현업부서 상무 비서로부터 받은 긴급 전화다.  보직대기로 인사발령을 받은 직원이 상무의 집무실에 나타나 이상한 말과 행동을 하고 있었다. 당시 직원은 대리 직급이었다.

"김상무(가칭)! 담배 하나만 주라. 그리고, 고향에 다녀 오려고 하는데 차비 좀 줄래!”라는 등이었다. 경천동지(驚天動地)할 일이다. 대리가 상무한테 반말을? 담배 달라고 맞짱을? 그리고 돈도 달라고 명령조로?

보직대기라는 숨겨진 조직
직장생활을 해 본 사람만이 아는 비밀조직이 있다. 보직대기자를 관리하는 자리다. 평상시 근무하던 부서에서 제외되며 인사부로 소속을 바꾸어 다음 보직을 위해 대기하는 직원이라는 의미다. 그 기간 동안은 인사부로 출근하고 인사과장이 직접 챙기는 인원이 되는 것이다. 인사과장 재직 때 가장 큰 고충이자 안쓰러움 자체였다.

보직대기로 발령을 받는 원인은 몇가지 있다.

부서장이나 소속 직원들과의 부조화나 직무 부적응의 경우다. 그런 일이 생기면 대개가 본인이 사직하고 회사를 떠나는 편이나, 일부 인원은 새로운 기회를 찾을 때가 있다. 인사부가 소속을 바꿔서 인력을 요청하거나 인사과장이 찾아 적합성을 맞추며 자리를 찾아주는 경우다. 실제 그 작업은 고충이 많이 따르는 일이었다. 현업부서에서는 한 부서에 적응을 못한 사람은 다른 부서에 가서도 다르지 않다는 믿음 때문이었다.

안쓰러운 경우는 돌출행동을 할 때다. 정신쇠약으로 심리적 이상 증후를 보이는 것이다. 선천적 요인이 있는 경우, 본인 업무에서 과도하게 스트레스를 받아 나타난 경우다. 같은 업무를 보는 동료와 비교하면 알 수 있다. 소속부서에 두면 전체 부서에 지장을 주니 인사부에서 직접 관리한다.

늘 5~10여 명의 보직대기 인원을 관리하는 ‘보직대기자 관리과장’이 되어, 매일 아침 출근과 하루의 일과를 챙기게 된다. 당장 일이 없는 사람들임에도….

보람과 안타까움의 교차
일없는 사람을 정시 출근시키는 것이 ‘조금 너무하지 않느냐?’의 견해도 많았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적당한 자리가 날때 미팅 시간에 문제가 있고, 인간의 나태함을 조장하는 부작용이 우려도 된다. 더 중요한 것은 본인 스스로도 새로운 보직을 찾아보는 노력도 해 보자는 취지도 있었다. 그러자면 출퇴근이 엄격해야만 했다.

보람과 안타까움으로 기억에 남는 3~4가지 사건이 있었다.
첫 번째는 정말 안타까운 경우였다. 보직대기자 중 한 명이 토요일에 쉬고 싶으니 허락을 해달라는 것이었다(당시는 토요일 오전 근무를 할 때다). 간곡히 요청을 해서 그렇게 해주었다. 그런데, 친구들과 낚시를 갔다가 실족(失足)을 해 바다에 빠져 사망을 했다는 비보(悲報)를 들었다.

두 번째는 무전취식으로 연락을 받은 사건이다. 출근을 하니 경찰서에서 전화가 왔다. 후견자로서 오라는 것이다. 보직대기자가 술을 먹고 돈을 내지 않은 것이다. 집에는 연락도 못하니 필자를 연고자로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근간의 사정을 핑계를 대고 술값을 치르고 나니 훈방 조치를 해 주었다. 대기업의 인사과장이 직접 와서 사과하고 돈을 지불하는 것이 통하던 시절이기도 했던 것이다. 

세 번째는 이 글의 처음에 말한 경우다. 신경쇠약으로 엉뚱한 일을 벌이는 직원이라 보직대기 발령을 낸 것이다. 근무시간 중에 특별한 일이 없으면 배회를 하는 편인데, 그날은 모시던 본부장을 찾아가 무례한 일을 한 것이다. 약 2년 간 통원 치료를 받으며 챙겨도 회복이 되질 않아 결국은 가족들과 상의해 회사 생활을 마감한 경우다.

보람이라는 것은 
적합한 부서를 찾아 무난히 회사생활을 해내는 경우다. 보직대기 기간 중에 전체 부서의 업무와 팀장의 스타일을 잘 헤아려 마침 사람이 필요하다는 기점에 자리를 잘 찾은 경우다. 그런데, 여러 차례의 노력에도 맞추지 못하는 경우가 문제다. 그때는 본인의 용단(勇斷)을 설득한다. 그러면서 ‘당신 스타일은 우리 회사와 맞질 않다. 능력이 있다는 것은 내가 안다. 새롭게 시작하는 것이 좋지 않느냐? 라며 사직(辭職)을 권유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경우다. 인사과장 4~5년 간 줄잡아 20여 명을 그렇게 마무리했다.

적은 힘이라도 보태는 노력을 했다. 외부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던 인사담당자 모임에서 다른 회사에 소개하며 다른 취업 알선을 하곤 했었다. 이후에 가끔씩은 전화 통화도 하면서 안부를 묻기도 했다. 대개가 새롭게 자리 잡은 회사에서 잘 지냈다고 한다. 그나마 작은 보람을 느끼기도 했지만 슬픈 이야기였다. 밝히기 싫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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