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척 보면 압니다’라는 슬픈 이야기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척 보면 압니다’라는 슬픈 이야기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11.25 10: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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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밀어내는 사소한 행동이 주는 메시지-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인사업무를 오래 했다고 하면 듣는 말이 있다. "인사부 근무를 오래 하셨네요! 처음 본 사람도 척 보면 알겠네요?" 혹은 "사람들 보면 금방 '예스? 노?'를 가려내겠네요?"라고 한다.

"당연하지요. 돗자리 깔고 앉아도 돈 벌 수 있을 정도입니다"며 까불었던 젊은 시절도 있었다. 작은 행동이나 말씨만으로도 됨됨이나 성격을 판단하고 시간이 지난 후에 피드백하면 잘 맞았다. 많은 사람을 보고 짐작해 보고 일정 시간 후에 맞춰보면서 통계적 감각이 형성된 것이다.

인사부 근무 13년 동안 매년 입사서류 1만여 장, 면접 500여 명을 보고 200여 명을 선발하는 의사결정을 해 왔었다. 인사관리업무 전반을 담당하다 보니 부서배치와 이후의 근무평가, 인사고과로 이어지는 자료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선발 당시 결정의 효과를 피드백하게 되는 것이다.

척 보면 안다는 것이 자랑인가?

요즘은 강의장에서 강사로서, 교수로서 사람을 짐작해 본다. 척 보는 눈으로 가늠을 한다. 자랑하는 것이 아니다. 결과가 어김없이 맞다는 것이 ‘슬프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맘 때쯤 어느 대기업에서 명예퇴직한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남자분들 30여 명을 대상으로 인생 2모작에 대한 강의를 했다. 
강의장에서 앉는 자리와 표정을 눈여겨 본다. 사소한 행동으로 짐작해 보고 시간이 지나면 확신으로 바뀐다. 

먼저, 강의장에 들어와 자리를 잡는 것만 봐도 짐작인 된다. 3~4개 붙은 책상에 양쪽 끝단이냐 가운데냐로 판단하는 것이다. 먼저 들어 온 사람의 대개가 복도쪽에 자리를 잡고 가운데는 비운다. 그리고, 들고 있던 가방과 외투를 바로 옆자리에 올려 둔다. 눈길은 스마트폰으로 간다. 뒤에 들어 온 사람 안쪽의 비어있는 자리로 들어 가려면 양해를 구해야 한다. 끝자리에서 길을 막고 있기 때문에 보통 불편한 것이 아니다.

다음은 강의 시작할 때의 모습이다. 강단에서 ‘강의 시작합니다’라고 첫 마디를 뗀다. 대개가 마지못해 머리를 든다. 작은 시간 하나도 ‘준비’가 되어있질 않으면서 50대, 60대를 준비한다고 한다.

마지막으로 강의를 듣는 눈빛이다. 강의가 스며드는지 아니면 강사를 평가하고 있는지가 보인다. 전에 들은 것 같은 글귀가 나오면 벌써 ‘팔짱’을 끼며 다 알고 있다는 투다. 다른 관점의 해석으로 살아가는 지혜를 강의하는 것인데 안중에도 없고 표정에는 지루함이 역력하다. 몰라서 안하는 것이 아니라, 알고도 안하는 것이 문제다.

그때야 “아, 참! 이분들 명예퇴직자라고 했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40대 후반에 회사를 나왔다. 대개가 더 이상 진급이나 조직 생존이 어렵다는 판단으로 나온 분들이다. 그러면서 변하려는 노력은 전혀 하질 않는다.

몇가지 관찰만으로도 ‘오늘 교육은 받지만 취업도 어렵겠구나’하는 판단이 선다. 세월이 지난 후 적당한 타이밍에 그들의 다음 행보를 탐문해 본다. 예측한대로와 별 차이가 없었다.

사람이 가까이 오게 만들자

이런 사실들이 유난히 슬프게 와 닿는다. 작은 모습, 행동 하나가 그 사람의 전부를 판단하는 단서(端緖)가 되고 정확하다는 것. 구체적인 행동 하나가 사람을 끌어 모으기도 하고 멀리 물리기도 한다.

직장생활에서 아무도 이런 사실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직장 상사(上司)나 동료도 이런 충고는 하지 않는다. 가끔 들어보는 강의장에서도 강사가 말해 주지 않는다.

그런 위기감과 수강생에 대한 책임감으로 강의 중에 ‘잔소리’를 한다. 대학생이든 직장인이든…

“안으로 앉으시고, 옆자리를 비워 두시지요. 강사와 눈맞추고, 고개 끄덕거리고, 메모하세요. 그래야 그 습관으로 또다른 누군가가 나의 편이 되고 나의 팬이 됩니다. 새로운 세상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러면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뭐 그런다고 달라지겠어?” 하는 표정을 짓는다. 다음은 뻔하다.

오로지 슬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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