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라밸 보장한다는 ‘시간제 일자리’, 시름만 깊어지게 해
워라밸 보장한다는 ‘시간제 일자리’, 시름만 깊어지게 해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11.19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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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노동조합, 19일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서 토론회 주최
돌봄노동·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 현장발언으로 실태 토로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간제 일자리, 여성에게 선택인가? 강요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김세진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부장 등이 참여했다. /김연주 기자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간제 일자리, 여성에게 선택인가? 강요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김세진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부장 등이 참여했다. /김연주 기자

“너무 급해서 잠시 전화기를 내려놓고 화장실에 간 적이 있다. 변기에 앉는 순간에도 마음이 조급했다. ‘이 시간이면 전화 두 통을 받을 수 있는데’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쫓기듯이 화장실에서 나왔다. 마침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바쁘게 나가는 동료 전화상담원을 보고 내 마음과 같구나 싶었다. 인간답지 못한 근로환경에도 많은 전화를 받으라고 압력만 가할 뿐이다.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으로 일하는 우리의 얘기다”

19일 오전 10시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시간제 일자리, 여성에게 선택인가? 강요인가?’ 토론회가 열렸다. 전국여성노동조합이 주최한 토론회에는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을 비롯해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김세진 한국비정규직노동센터 정책부장 등이 참여했다. 이번 토론회는 시간제 노동의 문제점과 정책방안 마련을 주제로 전개됐다. 

◆"노동강도 점점 커지는데...처우는 제자리 걸음"

현장 발언에 나선 홍순영 전국여성노동조 서울지부 돌봄 지회장은 “학교 비정규직 시간제 돌봄 전담사는 나쁜 일자리다. 경력단절 여성을 위한 일자리라는 명목으로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다. 요일별로 다른 스케줄을 강요받으면 초과 근무가 발생하지만 초과근무수당을 신청할 수 없어 사실상 무료노동을 한다. 시간제 노동자들은 전일제 노동자들보다 적게 일한다는 이유로 상여금도 절반만 받는다. 이중차별을 겪는 것이다.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위해 돌봄 사업을 확대하면서 돌봄 노동의 전문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했다.

김미경 전국여성노동조합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 지회장은 “고용노동부 전화상담원들은 16개 노동관계 법령과 고용노동부 홈페이지에 올라오는 각종 입법예고 등을 안내하고 있다. 현재 정부 출범 이후 고용노동정책이 뉴스를 장식하는 날이 많아 민원인들의 문의전화가 많이 걸려온다. 덩달아 공인노무사, 법무사, 세무사 사무실에서도 문의한다. 업무 강도는 점점 커지고 있는데 노동자로서 권리는 전혀 생각해주지 않는다. 밀려드는 전화를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만 한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시간제 여성 노동자 "재취업 어려워 단시간 노동 선택"

시간제 여성 노동자들의 현실과 워라밸(일·생활 균형), 개선 방향 등 발표를 맡은 권혜원 동덕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시간제 노동은 나라마다 다른 특성이 있다. 시간제 노동이라도 임금·적은 경력사항 불이익·양호한 노동조건을 갖춘 국가가 있지만, 임금 불이익·열악한 근로조건·약한 사회안전망 문제를 갖는 국가도 있다. 근로 환경이 잘 구축된 국가는 시간제 일자리를 자유로운 생애 욕구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열악한 시간제 일자리가 지배적인 국가는 경력발전 가능성이나 자유로운 삶을 위해 단시간 일자리를 찾는 경우가 적다”고 운을 뗐다. 

권 교수가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41~60세 여성 391명 중 고용단절을 경험한 여성은 70.3%였다. 고용단절 이유는 ▲임신·출산 26.4% ▲육아 및 자녀교육 전념 19.3% ▲재취업 불가능 13% 순으로 집계됐다.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은 응답자는 77%로 나타났다.

설문결과와 관련해 권 교수는 “여성들이 고용단절, 가사 등의 문제로 재취업에 어려움을 겪다가 시간제 일자리에 발길을 돌리는 경우가 많다. 여성에게 부과된 돌봄 책임과 믿을만한 양질의 보육시설로 비자발적으로 단시간 노동을 선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고용지속형 모델이 확산돼야 한다. 이를 위해 전일제 노동과 일 규범 자체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 육아기 근로시간단축제도나 시차출퇴근제도 등의 안착과 실효성 제고로 노동권을 보장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고용단절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접근해야 한다”고 개선 방향을 설명했다.

혜영 일하는여성아카데미 연구원은 “20~50대 여성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한 결과 시간제 일자리로 생계를 이어가는 경우가 많았다. 하루 4~6시간 정도의 노동으로 생계유지가 어려워 시간제 노동을 몇 개씩 하는 여성도 있다”고 시간제 일자리의 실태를 꼬집었다. 이어 “초등학교 돌봄 전담사들을 예로 들면, 업무시간으로 인정받는 시간은 하루 4시간이다. 돌봄교실이 4시간 동안 운영되기 때문에 근무시간 동안 아이들을 돌보는 일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행정업무, 수업준비와 마무리 등 기타 부가적인 일에 대해서는 노동을 인정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시간제 일자리를 일·가정 균형의 지렛대라고 표현한다. 그러나 짧은 시간 동안 극도의 업무 강도를 요구한다. 때문에 여성들은 여전히 일과 생활 사이에서 큰 갈등을 겪게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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