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과학자 연구비 남성 절반…'양의 되먹임' 작용"
"여성 과학자 연구비 남성 절반…'양의 되먹임' 작용"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1.17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 "연구비, 여성 연구자 유리천장 극복 위해 해결돼야"
이은정 기자 "여성 과학자 워라밸, 더 높은 지위 올라야 해결"
2019 여성과총 학술대회, '여성과학자로 살아가기' 열려
1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열린 2019 여성과총 학술대회 현장/ 김란영 기자
1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2019 여성과총 학술대회가 열리고 있다. / 김란영 기자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여성과총)가 15일 서울 서초구 엘타워에서 '멀티 플레이어 시대, 여성 과학자로 살아가기'를 주제로 2019년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여성과총은 여성 과학기술인의 성장을 돕고 역량을 결집하기 위해 과학기술 분야를 대표하는 69개 회원단체로 구성된 연합회다. 매년 개최되는 학술대회에서 회원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여성 과학기술계 교류를 확대하고 국내외 여성 과학기술인의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유명희 여성과총 회장은 "이번 학술대회에서 여성 과학자로서의 성공스토리를 얘기하기보다는 성공의 뒷이야기를 공유하면서 서로의 어려움을 이해하고 여성 과학기술계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해보자 한다"라고 환영사를 전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은 "현재 여성 연구책임자 비율은 약 24%로 대학 여성 교수 비율과 비슷하다. 그러나 1인당 연구비 규모는 이공계든 인문사회계든 남성의 절반 수준이다. 연구비가 많으면 더 많은 실적을 내고 새로운 연구비 수주로 이어지는 '양의 되먹임 작용'이 나타난다. 연구비 문제는 여성 연구자들의 유리천장을 극복하는 데 해결해야 할 중요한 숙제"라고 일침을 가했다.  

권준수 서울대학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이번 학술대회 주제에 맞춰 '여성 과학자의 워라밸(Work-Life Balance in women Sciencetis)'을 발표했다.

권 교수는 "자녀가 없는 여성과 남성 과학자의 워라밸은 비슷하지만, 자녀가 있는 경우, 여성 과학자의 육아 부담이 훨씬 크다"며 "여성 과학자의 워라밸은 '선택과 집중' 문제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일과 삶을 통합적으로 보고 정체성을 명확히 해 일의 경계를 정하고 중요 순서에 따라 시간을 활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왼쪽부터 김민선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 박현성 서울시립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이은정 KBS 과학 전문 기자,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김란영 기자
왼쪽부터 김민선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 박현성 서울시립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 이은정 KBS 과학 전문 기자,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 김란영 기자

이어진 토론에서 김민선 국가산업융합지원센터 소장은 "여학생이 1% 미만인 공대에서 박사과정까지 마치고 남성 위주인 직장을 다니면서도 여성 과학자로서 여려움을 거의 겪지 않았다. 이미 형성된 제도와 문화에 순응했을 수도 있다. 객관적으로 현재 환경, 제도, 문화가 여성 과학자에게 적절한가 고민하고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며 "여성 과학자의 역할을 크게 가졌으면 좋겠다. 모든 과학자의 워라밸을 추구할 때 우리 여성 과학자들의 지평이 더 넓어지지 않을까"라고 제안했다. 

박현성 서울시립대학교 생명과학과 교수는 "여성 과학자들이 남성 과학자 옆에 곁가지로 붙어서 살아남는 시대는 지나간 것 같다. 여성 과학자와 남성 과학자의 연구 개수는 비슷하지만, 연구비는 남성이 훨씬 많은 현상은 관주도의 대규모 톱다운 목적 과제 비율이 너무 높은 데서 기인한다. 연구에 몰두하는 과학자보다는 인맥, 정치, 네트워크에 기민한 연구자들에 기회가 주어진다. 여성 과학자들에게 그런 면모가 부족한데, 그 능력이 과연 중요한 건지 의문이 든다"고 문제점을 꼬집었다.

이은정 KBS 과학 전문기자는 "실험을 하는 과학자는 실험 스케줄에 자신의 생활을 구겨 넣어야 해 워라밸과는 거리가 멀다. 과학자들의 워라밸을 찾기 위한 강력한 해결책은 여성 과학자들이 더 높은 지위에 올라가는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어 "대학에서 생물학을 전공할 때, 노정혜 이사장이 첫 여성 교수로 취임했는데, 노 이사장 연구실만 6시 퇴근을 정책적으로 시행했다. 6시 이후에도 남아서 실험하는 연구원들이 많았지만, 눈치를 보느라 일부러 늦게까지 남아있는 경우는 없었다. 여성 기관장이 재직 중인 연구기관을 취재해보면 남성 기관장의 경우보다 조직이 더 유연하다"라고 경험담을 전했다. 

여성 의사와 결혼한 주경철 서울대학교 서양사학과 교수는 "늘 피곤한 교육과 수련 과정을 거치다 보니 직장에서도 아침 일찍 출근해서 저녁 늦게까지 일하고 퇴근하는 패턴을 유지하는 의사들이 많다. 저희 와이프는 파트타임직으로 옮겨 워라밸을 챙겼다"며 "서울대학교에 유치원이 생겼을 때, 매일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려오며 개인의 희생이 아니라 시스템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느꼈다"고 설명했다.

학술대회에 참석한 여성 과학자들이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지원 사업과 유관 단체 지원 사업 성과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김란영 기자
학술대회에 참석한 여성 과학자들이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지원 사업과 유관 단체 지원 사업 성과 포스터'를 살펴보고 있다./ 김란영 기자

2부에서는 올해 여성과총 단체지원사업에 참여한 43개 단체가 사업성과를 발표하고 단체 간의 동료평가도 이어졌다. 또한, 여성과총이 매년 젊은 여성과학기술인을 발굴하여 포상하는 '2019 미래인재상 시상식'이 진행됐다.

수상자는 ▲박민희 경북대학교 의과대학 연구교수 ▲신희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 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UC 버클리) 박사후연구원 ▲임유진 경기대학교 병원 방사선종양학과 임상 조교수 ▲여진아 한국과학기술연구원 의공학연구소 박사후연구원 ▲강희영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면역치료제연구센터 박사후연수연구원 ▲최선미 공주대학교 연구교수 ▲김시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포스트닥터 ▲김윤화 한국과학기술원 박사후연구원 ▲정은희 고등과학원 박사후연구원 ▲김인혜 광주과학기술원 박사후연구원이다.

과학기술 젠더혁신 박사 학위 논문상은 김효정 동국대학교 융합교육원 교수의 '고령자의 반려 로봇 사용 의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 연구' 논문이 받았다. 김 교수의 논문은 국내 최초로 고령자가 반려 로봇 수용할 때 개인적인 특성에 대한 고려를 젠더 영역까지 확장해 로봇 설계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을 받았다. 
 
이어 8명의 신진 여성 과학자가 '우리 젊은 여성과기인을 소개합니다' 프로그램에서 연구 성과를 공유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