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해결 위해선 남편 워라밸 필수”
“저출산 해결 위해선 남편 워라밸 필수”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11.06 1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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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 2명 중 1명 업무 과다로 가정 집중키 어려워
김영미 교수 “일만 하는 남성 등 성별적 편견이 문제 원인”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서울시 일·생활균형 박람회’가 열렸다. / 김여주 기자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시 일·생활균형 정책 컨퍼런스’가 열리고 있다. / 김여주 기자

“1년 동안 육아휴직을 했는데 집에서 생활하며 휴직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창피한 일이지만 전에는 아내가 집안일과 육아를 전부 당연히 하는 것으로 생각해서 회사 일에만 신경 썼다. 하지만 육아휴직을 통해 집안일도 힘들고 애들 키우는 일도 생각보다 힘들다는 걸 알게 됐다”

6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일·생활균형 박람회' 중 토크콘서트에 참석한 노준식 서울관광재단 기획예산팀장이 육아휴직을 통해 가사와 육아의 고단함을 알게 된 사례다.

서울시와 여성가족재단이 주최한 이번 박람회에서는 남성의 워라밸과 저출산의 상관성이 강조됐다. 전문가들은 컨퍼런스에서 저출산 해결책으로 대두되고 있는 일과 생활의 균형이 기혼 여성에게만 한정돼서는 안 된다고 입을 모았다.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자문위원은 ”‘남성=일’, ‘여성=가족(모성)’이라는 성별 분업이 아니라 모든 시민은 노동자면서 돌봄자라는 생각을 이뤄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가정 양립의 주체가 여성에게만 한정된다면 남성들은 일·가정 양립의 책임이 면제되고 여성들에게 부차적 생계부양자와 돌봄 수행자로서의 이중부담을 안겨줄 위험이 크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어린 자녀를 키우는 여성 2명 중 1명은 독박 육아에 시달리고 있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에 따르면 미취학 자녀를 키우는 여성 1000명 가운데 '자녀를 돌보는 일이 주로 나에게 부과되고 있다'고 말한 비율이 67.8%에 달했다. '우리 가족은 집안일을 내가 담당하는 걸 당연하게 여긴다'고 느낀다는 비율도 60.5%에 달했다.

남성도 지나친 업무로 가정에 집중하기 어렵다고 나타났다. 인구보건복지협회에 따르면 미취학 자녀를 양육 중인 남성 2명 중 1명(50.8%)이 근무환경 때문에 일과 생활의 균형이 어려워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해본 적 있다고 응답했다. 3.8%는 직장을 그만둔 적 있고 9.5%는 이직한 적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행사에 참여한 A씨는 남성의 워라밸이 저출산 해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회사 업무로 인해 아이와 함께 보낸 시간이 많지 않았다. 어느 순간 훌쩍 큰 아이의 성장과정이 생각이 안 나 충격을 받고 육아휴직을 결심하게 됐다”고 경험을 얘기했다. 이어 “이후 가족과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다 보니 가정의 돈독함은 물론 아이와의 추억도 생겼다. 앞으로 복직을 하게 돼도 가정의 행복을 이어나가고 싶다”고 밝혔다.

B씨는 “신랑이 회사에서 한 달 동안 육아휴직을 받게 돼서 편했던 적이 있다”며 “스트레스도 많이 줄었고 큰 아이도 아빠 없으면 안 될 만큼 사랑을 많이 느꼈다. 아이들에게도 부부에게도 서로 좋은 시간이 됐다”고 말했다.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기업은 24시간 365일 일만 생각하는 남성을 표준적 근로자로 가정하고 언제든 집에서 누군가를 돌보는 여성을 이상적 엄마로 가정하는데 이는 저출생 현상의 원인이기도 하다”며 “실제로 일부 사업장에 갔을 때 임원들이 ‘워킹맘은 생산성이 떨어진다’, ‘애 낳으면 여성은 조직헌신도가 낮아진다’ 등의 편견에 기초해 업무평가를 하거나 인사 관련 결정을 내리는 것을 봤다"고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남녀의 육아휴직, 워라밸을 통해) 기업이 남녀 모두 근로자임과 동시에 돌봄자임을 인정하고 이를 존중하게 된다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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