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병 여성 연예인 지운다고 '폭음 문화' 해결될까?
소주병 여성 연예인 지운다고 '폭음 문화' 해결될까?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1.06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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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류 광고가 음주 주도 여성이 사려 깊고 쿨해 보이는 잘못된 이미지로 고착"
2020년부터 주류 광고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 금지
한 주류 광고에서 유명 여성 연예인이 남성 상사에게 술 한잔 마시자고 권유하는 장면. / 유튜브 캡처
한 주류 광고에서 유명 여성 연예인이 남성 상사에게 술 한잔 마시자고 권유하는 장면. / 유튜브 캡처

보건복지부가 지난 4일 음주가 미화되지 않도록 소주병 등 주류 용기에 여성 연예인 사진을 부착하지 못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유명 여성 연예인이 회식 자리에서 술을 권하는 역할로 주류 광고에 등장하는 현상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지난달 30일 열린 '젠더와 음주 문제에 대한 융합적 접근' 포럼에서 "최근 유명 여성 연예인이 직장 상사나 남성 동료에게 술 한잔하자고 권하는 주류 광고가 확산되고있다. 음주를 주도하는 여성이 사려 깊고 쿨해 보이는 잘못된 이미지를 고착시키고 실제로 여성이 음주를 주도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최근 알코올에 취약한 20·30대 여성을 중심으로 고위험 음주율이 증가 추세다. 고위험 음주율이란 한 술자리에서 여성은 5잔 이상, 남자는 7장 이상을 주 2회 이상 술을 마시는 비율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17년 기준 40·50대 중년 남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평균 25.5%로 절대적으로 높은 수치를 유지하고 있다. 20·30대 여성의 고위험 음주율은 조사를 시작한 2005년 평균 4.7%였지만 2017년에는 평균 10%를 기록했다.

이해국 가톨릭대학교 의정부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40·50대 남성 이사, 부장들이 만취 문화를 이끌고 있다. 젊은 층 여성들의 음주량이 늘어나는 건 글로벌 추세로 5년 안에 우리나라의 20·30대 여성과 40·50대 남성 고위험 음주율이 비슷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창우 을지대학교 강남을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여성은 남성과 같은 양의 술을 마셔도 위궤양, 만성 췌장염 등 각종 합병증에 더 쉽게 노출된다. 여성 음주 문제가 남성 음주 문제보다 심각한 이유"라고 강조했다.

홍 교수는 "우리나라 회식문화에서 음주는 조직 적응도를 측정하는 리트머스 시험지다. 술에 약한 여성이 술을 사양하거나 회식 자리를 기피할 경우 충성도를 의심받게 된다. 싫은 일이라도 무조건해야 하는 경우가 많은 회사 조직에서 무조건 해내는 근성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 가능성 높다. 술에 약한 여성은 핵심 업무 조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크고 지속해서 승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이어 "여성이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음주에 취약한 사실을 사회적으로 교육하고, 미디어 관련 협회와 양성평등 추진 예산을 편성하는 기관에 음주 미화 광고 관련 공문을 반복적으로 보낼 필요성이 있다. 이를 통해 주류 광고에 출연하면 이미지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낙인효과를 유발해 유명 여성 연예인 스스로가 주류 광고를 거절로 이어지는 사회적 인식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유명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부착된 소주병. 왼쪽부터 참이슬의 아이린, 처음처럼의 수지, 좋은데이의 김세정 / 박철중 기자
유명 여자 연예인의 사진이 부착된 소주병. 왼쪽부터 참이슬의 아이린, 처음처럼의 수지, 좋은데이의 김세정. / 박철중 기자

담배와 술 모두 1급 발암물질로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암, 고혈압 등 각종 질병을 유발한다. 담뱃갑에는 관련 질병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경고 그림을 붙여 금연정책을 강화하고 있다. 반면 주류용기에는 광고 모델로 활동하고 있는 유명 여성 연예인 사진을 붙여 음주를 미화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남인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실제로 연예인 같은 유명인들은 아이들과 청소년에게 큰 영향을 주며, 소비를 조장할 수 있기에 최소한 술병 용기 자체에는 연예인을 기용한 홍보를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주류 용기 여성 연예인 사진 부착 금지를 비롯한 여러 의견을 수렴해 개선 방안을 마련할 예정"이라고 답변했다. 

2019년 기준 음주 폐해 예방관리 사업 예산은 약 13억에 불과하다. 국가금연 사업은 약 1천388억의 예산을 편성해 집행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음주 관련 예산은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금연사업을 전담하는 정부 부서가 있지만, 음주 폐해 예방에 대한 전담부서조차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음주 폐해 예방대책'을 발표했다. 2020년부터는 주류 광고에서 술을 마시는 장면이 금지된다. 도시철도, 지하도, 공항, 항만, 자동차, 선박 등에 주류 옥외광고도 금지된다. 주류광고 위반사항에 대한 처벌 규정도 기존 벌금 100만 원에서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벌금으로 상향한다. 또한, 공공기관, 의료기관, 아동·청소년시설 등을 금주 구역으로 설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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