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하기 싫은 문서창고 정리와 인생 반전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하기 싫은 문서창고 정리와 인생 반전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11.02 0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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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배, 상사의 마음을 잡는 결정적 포인트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7월 31일 전역신고, 8월 1일 그룹 신입사원 연수 1개월, 9월 1일 부서배치 면담 후 ‘인사부 근무’ 시작….단 하루도 쉼없이 이어지며 직장생활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흘러간 인사부 근무 13년! 당시 직장생활에 눈을 뜨게 해줬고 삶의 지렛대가 되었던 작은 경험이 있다.

“옛날 얘기~”라고 하면 또 ‘꼰대’라고 할지 모르지만 그냥 버리기 아까워 34년 전 1985년으로 거슬러 간다. PC, 핸드폰이라는 디지털 장비라고는 하나도 없던 시절이다. 겨우 타이핑 기계만 바삐 돌아가던 때이다. 

군대에서 인사장교, 중대장 등으로 2년을 보낸터라 사무실 상황이 그렇게 낯선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새로 자리잡은 대우의 인사부 자리는 너무 생경했다.  30여 명의 인사부 직원, 매일 들락거리는 직원들, 무엇보다 방대한 조직과 인원이었다. 회사 8000여 명의 직원 중 필자가 담당해야 할 직원은 2500여 명. 종합상사이고 제각기 다른 제품을 취급하는 특수성이 있었다. 웬만하면 모두의 얼굴을 알고 이름도 연결이 되면 최상이던 업무다. 그러나, 해외에 근무중인 직원만 300여 명, 부서조직만 100개, 워낙 대규모 인원이기에 엄두가 나질 않았다. 

1주일 간의 문서창고 정리, 행운일까? 고통일까? 
지금 돌이켜 보니 입사 초기의 2년 정도는 멋모르고 시키는 일만 했었다. 어느날 사무실 회의에서 ‘우리 인사부 서류창고 정리를 누가 해줄까?’라는 논의가 되었다. 과장 이상 제외, 여직원 제외하고 나니 그 일을 맡아 줄 대상자는 10여 명이었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생각, ‘그 창고? 약 20여 평 남짓, 지난 20년의 서류 뭉치들, 사무실에 당장은 필요 없지만 단순히 보존 연한 5년, 10년 만으로 분류가 어려운 인사서류. 일일이 다 읽고 분류해야 살릴 것인지 버릴 것인지를 결정할 수 있다. 더 곤혹스러운 것은 건물의 Core Room에 있기에 불만 끄면 완전히 밀폐가 되는 공간이다. 오래된 종이다보니 만지기만 해도 바스러질 정도, 몇일 걸릴지도 모르고 매일 일어나는 기본업무는 늦은 시간이라도 해야 할 판’ 이었다.

그래도 ‘한 번 해보지 뭐!’하고 손을 들었다. 
서울역 앞의 대우빌딩 인사부 문서창고!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여 입과 코는 마스크로 막고 매일 6시간씩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를 읽어 가기 시작했다. 뭔지도 모르는 문서를 하나하나 읽고 대체적으로 이해하고 버릴 것과 남길 것, 그리고 종류별로 재분류한 것이다.
1주일이 지나니 창고에 남은 서류는 1/5 수준만 남았다. 
그냥 추억으로만 머리에 남은 일이다. 

사무실 모든 상사와 전방위 소통의 무기
그 일이 끝난 다음부터는 사무실의 6명 상사(上司)와 선배들이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단순히 일만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머릿속으로 들어가는 기분이다. 창고정리 때 본 기안지, 보고서, 처리한 문서에 있는 기록되고 타이핑된 이름과 연결되길 시작했다.

“과장님! 지금 하고 있는 제도, 그것 과장님이 하셨데요? 와우 대단하십니다” 

“차장님! 1979년에 파일해 둔 그 자료 보고 많이 배웠습니다” 대개의 반응은 “이제 알았어? 그거 내가 했던 일이지”, “그걸 박창욱 씨가 어떻게 알아?”라는 투였다. 그러면서 어깨를 들썩이며 폼을 잡는 분위기였다. 

이런저런 일로 회사 복도를 지나다 마주치는 수많은 직원들이 제대로 보이기 시작했다. 당시보다 10년, 15년 전의 입사시험 점수와 면접당시의 면접관 COMMENT가 보였다. 멀기만 했던 차장, 과장급들의 속살을 보는 느낌이었다. 당연히 인사법이 달라졌다. 

당시 사무실에서 논의되던 인사제도의 변경 방향에 대한 주장들이 이해가 되었다. 인사부 과장님들이 고집(?)을 피우던 모습도 이해가 되었던 것이다. 몇 년 전 문서에 메모하였던 논의 포인트를 보았기 때문이었다.

인간관계는 아나로그이다. 디지털은 ‘쪼끔’이다.

요즘 일반 사무실과 오버랩이 된다. 디지털로 체계화되어 언제든지 문서를 찾아보고 어디든지 연결이 되지만 이런 형태의 경험은 쉽지 않을 것이다. 생각이나 논의, 검토의 결과물만 보는 것이다. 그러나 논의되는 과정에서 물밑에서 오고 간 흔적들을 읽어 볼 수 있는 것은 내 생각이나 다양한 시각을 접하는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창고정리! 하기 싫은 일이었다. 누군가는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는 것이 어떨까. 그런 의미에서 두 가지의 생각이 지나간다.

첫째는 아나로그에 선을 닿는 것이다. 디지털만으로도 일을 잘 할 수 있다. 그러나, 정리되지 않고 주고 받은 수많은 말들과 생각들. 세월 속에 흩어져버린 문제 접근 방법은 선배부터 배워야 한다. 아나로그이다. 

둘째는 칭찬이나 말거는 포인트로 마음을 잡는 것이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한다. 뭘로 칭찬하겠는가? 당장에 눈에 들어오는 포인트만으로도 가능하겠지만 상대의 마음을 사는 포인트가 중요하다. 그 사람의 자부심과 흔적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문서 창고 정리가 아닌 방법이 많이 있을 것이다. 그런 포인트를 찾는 정성을 모아가면 어느 순간에 큰 차이를 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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