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멀고 험난한 공수처 설치
[송장길 칼럼] 멀고 험난한 공수처 설치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10.30 14: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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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2+2+2' 회동에서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원내대표(오른쪽)와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0월 16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공수처 설치법을 비롯한 검찰 개혁안 등을 논의하기 위한 '2+2+2' 회동에서 시선을 외면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치권은 원내대표 회담 등을 여러 차례 열고 공수처(고위공직자 범죄수사처)법안 처리 문제를 논의했지만 대립만을 거듭할 뿐 전혀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신속처리안건(패스트 트랙)에 올린대로 기필코 처리하겠다는 강경 입장이고, 한국당은 반대세력의 말살을 위한 악법이라면서 필사적으로 저지하겠다는 태도여서 타협은 거의 난망이다. 양측이 각각 바늘도 안 들어가는 강경한 주장을 들고 회담을 여는 건 하나의 절차적 시늉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권은 노무현 정권부터 숙제인 공수처법안의 국회 통과에 목을 매고 있어서 현재로서는 강행 처리의 가능성이 높다. 여야 합의 처리가 안 되면 패스트 트랙의 절차에 따라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를 시키고 표결에 들어갈 공산이 크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29일로 예정된 일정을 일단 연기해 12월 3일 부의하고, 12월 10일 정기국회 폐회 전까지 표결처리하겠음을 야권에 압박했다.

집권 여당은 공수처 설치가 고위공직 사회의 정화에 요체이자,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내세워 국정의 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 서초동과 여의도에서 계속 벌이는 지지세력의 대중시위까지 등에 업고 밀어붙이고 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28일 국회 대표연설에서 국민이 모두 검찰개혁을 요구하는데 한국당만 어깃장을 놓으며 반대하고 있다면서 무슨 일이 있어도 반드시 처리하겠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2일 예산국회 시정연설에서 여야 의원들 앞에서 공개적으로 공수처법안의 통과를 요청해 법안 처리를 반대하고 있는 한국당 의원들의 집단적인 가위표(X) 거부 신호를 받기도 했다. 대통령이 반대 입장인 의원들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언행도 금도가 아니고, 국회 협상으로 처리될 입법 과정을 행정부가 압박하는 일은 더더욱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 좌파 지지세력이 국회 주변에서 거친 시위를 벌이며 정부의 검찰개혁과 공수처 설치 입법을 압박하는 것은 의회주의를 훼손하는 무리한 행동이다.

집권 여당은 한국당(110석)을 제외한 야권을 회유해 과반 찬성의 벽을 넘으려 하지만, 민주당 의원수가 127명이므로 과반인 149석을 채우기 위한 22석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공수처 설치를 반대하는 친야 바른미래당(28석)과 선거법안의 우선 처리를 요구하는 정의당(6석), 평화당(4석), 공화당(2석), 민중당(1석), 대안신당(10석), 무소속(8석) 등 진보 야당의 협조를 얻기 위해 정치곡예를 부리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4월 패스트 트랙 파동 당시 야 3당과의 합의를 되살리려고 선거법 개정의 동시 처리까지 고려중이다. 막후 회유를 통한 정족수 확보도 정치의 정도가 아니며, 정치공학에 빠져드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얼마나 더 추락할지 부정적인 시각이 많다.

현재의 권력기관 중에서 가장 서슬이 퍼런 검찰의 구조를 대폭 재편하는 일은 헌법개정에 버금가는 중요한 국가적 정치일정이다.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사안이며, 의도적으로 권한을 남용하면 정치와 국정운영에도 심각한 권력의 치중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게슈타포, 친문 홍위병, 반문 보복처, 장기집권사령부 등으로 반발하는 데에 상당한 국민의 공감을 받는 이유이다.

공수처법안은 첫째, 정예 검사를 25명이나 둘 수 있는 거대 조직에 6천 여 고위층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갖는 막강한 새 수사기관의 출범이라는 점, 둘째, 공수처장 등의 임명권을 갖는 대통령의 권한이 비대해지는 점과 민변 등 진보적 법조인들의 대거 진출과 전횡 우려, 셋째, 그에 따른 사법부의 장악과 반대 진영의 핍박 등이 우려스럽다는 것이 야권과 재야의 지적이다. 거기에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 청장의 지위에 관한 헌법의 명시를 들어 위헌 소지까지 제기하는 학자들도 있다.

과연 정부 여당이 주장하는 고위 공직자들의 정화에 획기적인 장치가 될 지, 무소불위의 대통령 손에 더 막대한 권력을 쥐어주어 세력 강화의 도구로 악용하게 될 지 국민들의 생각은 갈라져 있고, 많은 시민들은 회의적이다. 백혜련안도, 권은혜안도 검찰 조직의 옥상옥이라는 지적과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라는 검찰 개혁에 어긋난다는 점, 편향적인 인사와 그 부작용에 대한 확실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점에서 반대 입장에 설득력이 부족하다.

공수처법안은 아직 숙성되지 않은 발상이다. 오늘날 한국사회에서 반부패에 대한 반감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명제이다. 공추처가 오래 전부터 하나의 방법으로 논의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부패를 막는 방법은 갈고닦지 않으면 또다른 부작용을 부를 수 있는 양날의 칼인 만큼, 지극히 신중해야 한다. 더구나 한 사람의 운명에 영향을 주는 법의 집행에 관해서야 두 말할 여지가 없다.

여권은 서초동과 여의도 촛불시위를 들어 국민의 뜻이 뜨겁다고 내세우지만, 누가 봐도 그들은 지지세력의 집합이지 전 국민의 의사라고 말할 수는 없다. 광화문의 군중은 십중팔구 그 반대의 의견일 것이다. 한 쪽만 바라보면 과반이 넘을 지도 모를 다중의 반대를 무릅쓰는 격이 되고, 독주하는 정치를 낳게 되는 것이다, 충분한 소통과 설득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억지로 강행하면 그 부작용은 패스트 트랙 파동이나 조국 사태 같은 혼란과 분열을 부를 수 있다.

시급을 다투지 않는 정치는 충분히 숙성시켜 100%는 아니라도 다수의 지지를 받을 때 실행해야 효율성도 높고, 부작용도 줄이게 된다. 그것이 정치의 묘미이다. 정치행위는 되돌릴 수가 없는 국가적인 엄중한 일이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권은 지금 국정의 우선 순위를 설익은 주장의 강행보다 당장 어렵게 된 경제 살리기와 안보의 다지기에 역점을 두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 의견으로 본보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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