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미국 대사관저 침범한 ‘대진연’
[송장길 칼럼] 미국 대사관저 침범한 ‘대진연’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10.22 11: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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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소속 회원들이 지난 18일 오후 미국 대사관저에서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반대하는 기습 농성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친북 반미 성향의 학생들이 지난 18일 집단으로 주한 미국 대사관저를 난입한 사건은 국내법적으로나, 국제법적으로나 중대한 범죄이다. 치외법권 지역인 외국 공관을 쳐들어간 것은 그 나라 영토의 침범이고, 주권의 침해다. 더구나 동맹국이자 세계 최강국 국가 대표자의 주거지를 불법으로 들어가 위협한 일은 자칫 외교적 참사까지 불러올 수도 있었다. 형법상의 범죄로 다스리고 말 일이 아닌 매우 엄중한 사태다. 제1차 세계대전이 1914년 사라예보를 방문한 오스트리아의 페르디난드 황태자 부부의 피살로 촉발되지 않았는가.

이번 난동에 참가한 17명의 극좌 대학생들은 사다리 두 개로 서울 정동의 미 대사관저 돌담을 넘어가 대사의 가족이 머무는 주거지를 향해 “해리스는 이 나라를 떠나라, 미국은 전혀 도움을 주지 않았다, 방위비 분담금 인상 요구를 규탄한다”라고 외치며 협박했다. 그들은 한국 대학생 진보연합 소속으로 ‘국민주권연대’와 함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방문을 환영하는 “백두칭송위원회”를 결성하기도 했고, 지난 1월에는 미국 대사관 진입을 시도했으며, 지난 4일에는 반미 회견을 하다가 광화문 세종대왕상 위로 올라가 기습 점거하기도 했다. 극좌 성향의 한국 대학생 총연합(한총련) 출신들이 대진연에 참여하고 있어서 한총련이 뒷배에서 조종하고 있는 것으로 경찰은 수사를 펴고 있다.

그들은 경찰에 구속된 7명을 “정의로운 학생”이라며 당장 석방하라고 강변했고, 중간고사를 핑계로 수사의 피해를 주장했다. 대한민국 법치에 배치되는 소도 웃을 행태다. 법원은 검찰이 요구한 7명 중 3명은 제외하고 4명만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그날 행동한 19명 중 15명을 경찰이 관대하게 처리한 것은 나라 안의 질서와 대외적인 관계 증진에 미진하고도 어긋나는 수준이었다.

더 한심한 일은 경찰의 소극적이고 무력한 경비태세다. 경찰은 경비지역에 사다리를 반입하도록 방관했고, 학생들이 다친다고 사다리를 제거하는 데 주저했으며, 여대생이라 신체를 접촉해 제압할 수 없다며 여자 경찰을 기다렸다. 현행범을 다루는 공권력의 무력함을 여실히 보여준 것이다. 경찰봉도, 총검도 소지하지 않아 경비의 긴급한 상황에 대처할 준비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다. 한국의 공권력은 그토록 해이했고, 무기력했다. 그런 틈새를 타고 간첩은 활개를 칠 수 있을 것이고, 노조의 파업이나 집단 이기주의의 기승에도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없을 것이다.

미국은 당연히 외교적으로 불쾌함을 표시했고, 항의했다. 해리스 미국 대사는 “서울 중심부에서 13개월 만에 두 번째로 일어난 사건으로써 그들은 억지로 우리 집을 들어오려 했다, 경비에 힘써준 경찰에 감사하다, 고양이는 무사하다”고 에둘러 불쾌함을 표명했다. 미국 국무성은 “한국인 20여 명이 주한 미국 대사관저 경내에 불법으로 진입했고, 경찰이 그들을 체포했으며, 이번이 두 번째 불법 침입 사태라는 점에 강한 우려를 갖고 주목한다”고 비난했다. 또 “한국이 모든 주한 외교 공관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을 강화할 것을 요청한다”라고 전례없이 강하게 항의했다. 동맹국에게 그렇게 강한 표현으로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어서 앞으로 어떤 외교적 손해를 볼 지 걱정이다.

한국정부의 사과는 미흡했다. 대통령이 상대국 국가원수에게 사과의 뜻을 직접 전하든지, 최소한 외교부 장관이 나서서 유감 표명과 함께 재발방지를 선제적으로 약속했어야 했다. 그것이 동맹국에 대한 성의 있는 예법이다. 더구나 남북문제의 접근 방식과 지소미아 파기 방침으로 서먹해진 한미관계의 다짐을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했었다. 만일 주미 한국 대사관저나 주일 한국 대사관저가 그렇게 습격을 당했다면 얼마나 분노했겠는가? 한국의 공권력 강화와 법원의 영장 심사도 사태의 중요성에 훨씬 못 미치는 미온적인 수준이었다.

그악한 이념주의자들의 주한 외교관 시설에 대한 테러성 공격에는 어떤 경우, 어떤 이유로든 철퇴를 가해야 한다. 그것이 다른 나라들을 존중하고, 국제 사회에 떳떳하게 하며, 우리의 주권도 다지는 일이다. 해외의 우리 공관이 정치적 이유로 현지인들의 공격을 당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절대로 재발하지 않도록 가능성을 뿌리째 제거해야 한다.

한국 사회가 ‘다양한 국민의 목소리’ 정도로 보고 미온적으로 대처할 일이 결코 아니다. 국내 정세의 안정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친북 반미의 독기어린 준동은 싹부터 제압해야 한다. 진보정치의 그늘에서 독버섯처럼 자란다면 자유민주주의 위에 꽃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암적 존재가 될 것이다. 체제를 해치는 극단적인 종북, 반미를 걸러내는 일이 헌법정신을 수호하는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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