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나는 바보같이 35년 동안 뭘 했을까?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나는 바보같이 35년 동안 뭘 했을까?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10.18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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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생활의 취미 활동과 의미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참 못난 사람이다는 생각이 든다. 그 흔한 취미 하나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 그나마 영화를 즐겨보는 정도다. 요즘은 집에서 다운로드해 보기도 한다. 딸이 시집가고 남은 방에 홈씨어터를 만들자고 마음만 먹고 있는 중이다. 주말이면 산에 가고, 평일은 1시간 걷는 운동을 취미라고 하기에는 마뜩지가 않다. 건강하게 오래 살 궁리로 하는 것이니.

이 글을 쓰는 밤 늦은 시간(11시경)에 친구에게서 전화가 왔다. 골프 마치고 몇 명이 어울렸는데 나를 아는 사람이 있다면서 약을 올린다. 왜 골프 안하냐고도 묻는다. 배울 생각도 했는데 그냥 한 두 번 치고는 더 이상 진도가 못 나갔다. 

취미 – 회복과 균형
지금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대학교 때도 아르바이트로 ‘나의 시간’을 가져본 적이 별로 없었다. 대학 때는 통기타도 치며 싱어롱을 주도하기도 했지만 오래가질 못했다. 나이가 들면서 재즈피아노도 한 번 해볼까 생각도 했지만 그 뿐이었다. 그나마 사진촬영도 어깨너머로 배워서 제법 비싼 카메라도 있었으나, 순식간에 디지털 카메라가 나오면서 퇴물이 되어버렸다.

요즘 같으면 절실하다. 숨쉴 틈을 갖고 싶을 때가 많으나, 강의가 주업(主業)이 되고 나서는 더 어렵다. 필드 약속을 해 두었는데, 강의 요청으로 대책이 없었던 때가 있었다. 수차례 강의의 돈벌이도, 한 번만 날짜가 안 맞으면 전체를 날린다.

취미는 힘들고 지칠 때 회복제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직장인은 봉급쟁이 시절에 만들어야 한다. 그러자면 초기에 바짝 집중해서 일정 수준이 되어야 제대로 즐길 수 있을 듯하다.

입사지원서, 자기소개서에 많은 회사들이 ‘취미’를 묻는다. 힘들고 피곤할 때 회복에 도움이 되는 것을 묻는 것이다. 스트레스 많은 직장에서의 회복탄력성이 있는지를 본다. 30년 전에는 동호회(同好會)라며 직원 복지와 부서간 소통의 도구로도 삼았다. 적지 않은 예산도 지원을 했다.

수지침과 쑥뜸
30여 년 전의 일이다. 입사 4년차 때 대졸 여직원이 한 명 들어와서 나와 같이 일하게 되었다. 요즘은 대졸이 당연한 일이지만 당시에는 귀한 시절이었다. 필자가 다닌 회사도 여직원 전체 500여 명 중에 대졸 여직원은 30~40명 밖에 안되던 시절의 이야기다.

그 여직원이 수지침과 쑥뜸을 취미로 한다는 것이었다. 어느 날 아침시간에 전날 숙취로 헤매고 있었을 때였다. 

“박 대리님! 손 줘 보세요”, “왜?”, “침하고 뜸 떠 드릴게요”

효과가 컸다. 그 이후로는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며 부탁도 했다. 사무실에 쑥 냄새도 은근히 흐른다. 이를 본 부장께서 지나가다 말고 “둘이 손잡고 연애하냐?”라며 은근히 놀리기도 했다.

그런데, 며칠 후에는 부장님의 손에서, 급기야 사장님실에 가서 ‘뜸’을 뜨고 왔다는 것이다. 나로서는 감히 얼굴 한 번 제대로 뵌 적이 없는 사장님에게 이 후배 여직원은 순식간에 소개가 된 것이다. 이후에도 가끔씩 다녀온 것을 보았다. 그러면서 신나는 모습이다. 아마 용돈도 조금 받은 듯 했던 것 같다. 요즘은 상상도 못할 전설같은 이야기다.
취미가 이렇게 상하 간에 소통의 모티브가 됐다.

출근 길의 예쁜 꽃 한 송이,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라
작은 딸내미한테 가끔씩 해주는 소리가 있다.

“꽃꽂이 같은 취미는 없어도 꽃에 대한 관심을 한 번 가져 보아라. 누굴 만나러 갈 때 손이 허전하면 꽃이라도 한두 송이 들고 가보아라”

“사무실에서 누군가 골든벨을 울릴 일이 있으면 꽃을 사서 건네 보아라”

우리 삶이 조금 더 여유있는 모습이 되질 않을까 생각한다. 요즘은 한술 더 뜬다. 내가 못한 것을 막 시켜본다.

“취미를 만들고 조금이라도 차별화해보라. 그림이든, 음악이든, 스토리든… 재미로 느껴질 때까지 한 번 해 보아라. 시간이 없을수록 꼭 해두는 것이 좋다. 그리고, 기록으로 남겨라. 요즘은 그런 작은 차이가 가치로 이어져 ‘돈’이 되기도 하더라”

실제 은퇴 후에 취미로 돈도 벌며 즐기는 분들을 자주 보기 때문이다.

별 수 없어서 ‘만화방’을 찾았다 
쓰라린 경험이 있다. 20년 전에 외환위기로 필자의 회사가 워크아웃으로 최악의 상황으로 갈 때다. 경영기획부장과 비상경영실무대책반장을 겸하고 있었다. 받는 스트레스가 말을 못할 정도였다. 잠도 모자라고 온몸이 지쳐 숨을 못 쉴 것 같을 때 사무실을 나선다. 근무시간 중에… 짧은 시간에 회복하고 싶었다. 

겨우 찾은 곳이 ‘만화방’이었다. 1시간여 폭풍 읽기를 하고 사무실로 돌아왔던 기억이 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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