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문재인 정권의 걱정스러운 후반부
[송장길 칼럼] 문재인 정권의 걱정스러운 후반부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10.17 15: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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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 /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장관을 내친 일은 너무 늦은 결정이었다. 이미 대통령 자신과 당사자,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히고 난 한참 뒤였다. 순리를 무릅쓴 실패한 인사였다는 비판 뿐 아니라, 지지세력만의 대통령이라는 낙인이 찎혔다. 흠결이 나온 인사를 옹호하다가 분열을 부추킨 권력자의 이미지도 얻었다. 한 측근과 함께 검찰을 바꾸는 하나의 집념에 천착하다가 큰 상처를 입은 것이다.

리얼미터의 여론조사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도가 41.4%로 내려와 부정적인 태도 56.1%에 크게 뒤졌고, 바닥을 기던 자유한국당의 지지도가 34.4%로 뛰어 더불어민주당의 35.3%를 바짝 추격했다. 여권으로서는 집권 이후 고공 행진하다가 처음 맞는 심각한 추세이다.

조국이라는 너무 영리한 인사로 말미암아 진보 진영 전체가 위선에 휘둘렸고, 부조리와 비상식을 감싸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사태를 당했다. 범죄 수사의 본질을 외면하고, 수사 방법이 지나치다고 매도하면서 수사 자체를 맹폭했다. 본체를 부정하는 개혁이 가능한 일일까? 법치의 제도적 근간을 흔든 것이며, 진보진영의 도덕저, 윤리적 상처이다.

‘조국의 후유증’은 아직도 스멀거린다. 그는 사퇴하면서 국가적 혼란에 참회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시민으로 돌아간다고 했지만, 자신이 사법개혁의 불쏘시개라며 사법개혁의 화신으로 미화하고, 국민이 힘을 모아달라고 말해 대중 정치에 기대겠음을 암시했다. 그는 사퇴한 뒤 2 시간 만에, 대통령의 사퇴 재가가 난지 20여분 만에 서울대에 복직원을 냈다. 정권과 여론으로부터 퇴출된 입장치고는 아주 잽싼 움직임이다. 그럼에도 조씨에 대한 여권과 진보진영 인사들의 성원은 아직까지 한국 정치의 주변에서 세게 맴돌고 있다.

문재인 정권은 앞으로 3주 후면 집권 후반기에 접어든다. 남은 후반기에 정국이 어디로 흐르는가에 따라 나라의 장래가 좌우될 수 있어서 그 예측은 중요하다. 그런데 국정 운영의 세가지 측면에서 나라 사정의 전망이 밝지 않다. 정치적으로 극한 대결은 그치지 않을 것이고, 경제적으로도 활성화가 기대되지 않으며, 남북문제와 안보도 불안하다. 왜냐하면 세 가지가 모두 문 정권은 이미 되돌리기 힘든 강력한 포석을 두었고, 그 방향을 바꾸는 대전환은 사실상 쉽지 않기 때문이다.

우선 정치적으로 문 정권은 패스트 트랙에 올라간 공수처 법안과 선거법 개정안을 ‘무슨 일이 있어도’ 강하게 추진할 것이다. 공추처 법안은 대통령의 숙원 사업이고, 선거법안은 정국 돌파의 복안으로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야권은 자신들의 존립과 관련돼 있다고 여기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저항할 것이다. 자연히 총선으로까지 치열하게 대치할 것이고, 총선 후에도 샅바 싸움은 지속될 것이다. 유일한 방법은 여권에서 대국적으로 대폭 양보해 타협에 이르는 데에 있지만, 정치를 싸우는 일이라고 보는 문 정권 진영의 스타일로는 기대하기 힘들다.

총선 결과에 따라 정계의 재편이 이뤄지면 여권이 밀어붙이든지, 양보하는 변수가 예상된다. 여권이 압승하면 패스트 트랙은 힘을 얻을 것이고, 진보진영의 장기집권은 가시권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최근 민심의 동향으로는 아무리 여권의 선심공세와 조직동원이 기세를 부려도 비판적인 야세를 압도하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그렇게 되면 패스트 트랙 뿐 아니라 국정 운영이 전반적으로 동력을 잃게 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대한민국의 헌법과 그 정신은 훼손되지 않도록 국민의 현명한 선택을 기대할 수밖에 없다.

경제정책도 급선회는 거의 불가능하다. 문 대통령은 삼성과 현대를 잇따라 찾아 이벤트성 행보를 보이지만 콘텐츠 없는 레토릭과 쇼업으로는 경제의 활성화는 쉽지 않다.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스스로 활기를 띠어야 경기는 움직이게 돼 있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은 소.주.성.(소득주도성장)보다는 소.부.장.(소재.부품.장비)에 역점을 둔다 하지만 상당한 시간이 걸리므로 현실은 녹록치 않다.

대통령을 비롯해서 관계자들이 경제가 나쁘지 않다고 발표한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을 IMF는 2.6%에서 2.2%로 내렸고, 2% 이하인 1.8~1.6%까지 낮게 보는 분석기관들도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2.6%였던 당초 예측을 낮춰 2%정도로 예상하고 금리를 또 0.25% 내렸다. 수출은 급감하고 있는데 정부만 낙관하고 있는 형국이다. 문 정권이 올인하다시피한 남북관계 개선 노력도 점점 더 희미해지고 있다. 미·북 협상을 너무 긍정적으로 판단하고 서두른 패착이다. 국가 간의 대타협이 원래 험난하고 지난하다는 인식을 깔고 전략을 세우지 않은 결과로 보인다. 외교는 ‘꿈 같은 희망’과 강공으로만 이뤄질 수 없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준 것이다.

정부의 표현 대로 이러한 어려움들이 국제환경과 상황 변화의 탓도 부분적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낮은 이유는 정부의 정책에 대한 많은 전문가들의 지적과 상당한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야권을 배제했기 때문이다. 탈원전과 최저임금인상, 근로시간 축소 등이 대표적인 나홀로 막무가내식 정책이었으며, 패스트 트랙 강행과 남북문제, 인사청문회의 야권 경시는 정국의 경색을 부른 외길이었다. 정책들이 대부분 진영 논리와 이해에 지나치게 기운 것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냉엄한 국제 경쟁 속에서 성장동력을 찾는데 안간힘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판국인데 정치는 소비적인 정쟁에 묻혀 밤낮을 낭비했다는 비판도 높다.

문재인 정부의 후반기에 정권이 할 일은 자명하다. 우선 국민을 둘로 가르고 서로 분노로 들끓게 하지 말아야 한다. 분열의 비용은 해마다 수십조 원에 이른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 통합의 방법은 집권 이후 정권이 펴온 행태를 성찰하면 답을 얻을 수 있다. 장기집권을 내세우며 반대세력을 지나치게 압박하기만 했다는 비난도 경청해야 한다. 협력은 오가는 것이고, 협상은 서로 양보하는 것이다. 대통령은 진영과 일정한 거리를 두고 온 국민의 앞에 서야 되지 않겠는가. 야권을 최대한 존중하고, 내 편이 아니라도 포용해야 진정한 국가 지도자이다. 서초동의 촛불만 보지 말고, 오히려 광화문에 더 귀를 기울인다는 겸허한 자세가 지도자의 덕목이다. 그리고 냉철하게 분별해야 한다. 그래야 거리의 함성이 잦아들고 국가가 건강해질 것이다. 분명히 국민 통합을 해치는 정치인은 역사의 준열한 심판을 면치 못할 것이다. 정권이 열린 자세로 지혜로운 소리를 들어야 후반기를 건질 수 있고, 나라의 재앙을 막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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