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정권과 참여연대의 위세
[송장길 칼럼] 정권과 참여연대의 위세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10.07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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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 연합뉴스
청와대 / 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을 떠받치고 있는 주요 기둥은 크게 세 세력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운동권 출신으로 정계에 진출한 정치인들과 민노총 및 전교조를 비롯한 사회 조직과 지역 기반, 그리고 정책에 참여하고 있는 두뇌 집단이다. 그 가운데 브레인 트러스트를 형성하고 있는 정책기획 그룹의 핵심에 참여연대가 똬리를 틀고 있다.

참여연대는 문 정권 출범 때 100대 국정과제를 제시해 정부의 정책적 골격을 세우는 기회를 잡았다. 정국 혼란과 갑작스런 정권 교체로 인수위조차 꾸릴 수 없었던 만큼, 시민사회단체가 사실상 5년 집권의 청사진을 설계한 셈이다. 참여연대 출신 사회운동가들이 대거 정권의 요직에 진출하는 계기는 그 흐름을 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장하성 정책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김수현 사회수석,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김기식 금감위장(2018년), 이효성 방통위원장, 정현백 여가부장관, 김연철 통일연구원장, 이석태 헌법재판관, 송인배 정무비서관 등이 권부의 요직에 포진했었다.

현재도 자리를 옮겼거나 새로 임용된 요직의 규모가 커서 한 사회단체가 배출한 인재풀이라고 보기에는 놀라울 정도로 막대하다. 조국 수석과 김연철 원장은 법무와 통일장관이 되었고, 김상조 위원장은 경제 실세인 정책실장이 되었다. 박원순 서울시장, 이정옥 여가부장관, 박은정 국민권익위원장, 장하성 주중대사, 황덕순 일자리수석, 김연명 사회수석, 박주민 의원, 이재정 의원,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김용익 국민보험공단 이사장, 한인섭 형사정책연구원장, 조흥식 보건사회연구원장, 김성진 사회혁신비서관, 이진석 사회정책비서관, 정해구 정책기획위 TF장, 하태훈 국가인권위 공동대표, 백재승 경찰개혁위장, 송두환 검찰개혁위장, 김남근 국토부 관행혁신위장, 강병구 재정개혁특위 TF장, 탁현민 대통령행사기획 자문 등이 요직에서 위세를 떨치고 있다.

조국 법무가 비리 의혹 때문에 야권을 비롯한 거대한 국민의 저항에 부딪혔음에도 불구하고 여권의 비호 아래 질기게 버티고 있는 현실은 대통령의 용인술도 작용했겠지만, 참여연대의 지지를 받으며 진영의 명운과 동일체가 된 이유 때문으로 보인다. 온 나라가 들썩거릴 만큼 시끄럽게 대결하고 있어도 요지부동이면서 오히려 국민들의 저항을 누르려는 맞저항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참여연대의 정체성의 기조는 창조적이라기보다 다분히 비판적이다. 언론인 김중배와 오재식, 변호사 홍성우가 뜻을 모아 25년 전인 1994년에 출범 시킬 때부터 사회의 부조리와 정치 및 기업의 부정적인 측면을 개혁하겠다고 나선 사회단체였기 때문에 그런 성격은 태생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재벌 개혁과 대기업 계열 금융사 감시, 비토 대상 인사를 겨냥한 선거 캠페인 등의 활동에 치중한 것도 그 반증이다. 참여연대가 출신 인사들을 통해 문재인 정권에 끊임없이 반영한 정책은 소득주도성장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의 전환, 검찰개혁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그 가운데 소득주도성장 정책은 두드러진 부작용과 전문가들의 반론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잔상을 늘여뜨리고 있으며, 경제 구조의 개편 시도도 계속 진행 중이다. 검찰 개혁은 현재 태풍급으로 발전해서 정치와 사회의 소용돌이를 일으키며 한반도를 관통하고 있다.

문재인 정권이 참여연대의 입김 아래에서 분배와 혁신 정책을 견지한다면 성장동력을 창출할 창의 및 파이를 키울 획기적인 경제정책은 기대할 수 없다. 성장과 분배의 기차는 반대 방향으로 달리므로 서로 만나기는 어려운 것이다. 한 예로 일자리를 늘린다면서 50세 이상의 노인들에게 일주일에 두어 번 허드렛일을 주고 몇 십만원 씩 지급하는 식의 사회복지 경우가 통계의 다수로 잡혔다. 복지에 치중하는 경제정책의 한 단면이다.

대한민국은 지금 국가 명운의 기로에 서 있다. 경제 중진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할 문턱에서 세찬 태풍을 만난 형국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주 올해 성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2.2% 조차 가망이 없다고 밝혔다. 디플레이션 우려도 여기저기서 나온다. 1.8%와 1.6% 전망도 나온다.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는 경고음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정치는 혼미를 거듭하고 있고, 나라 창고를 열어젖힐 선거철도 임박했다. 그리스나 베네수엘라 꼴은 면해야 되지 않겠는가?

대통령이 인재를 동원할 때 인사풀을 활용하는 일은 자연스럽다. 참여연대뿐 아니라 대학과 공직사회, 각종 전문 집단 등도 훌륭한 인재들의 보고가 될 수 있다. 빌 클린턴이나 조지 부시 미 대통령도 '아칸소 사단'이니 '택사스 사단' 같은 친분이 있는 출신지역 인사들을 집권 초기에 다수 영입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더 전문적이고 능력있는 인재로 교체했음은 잘 알려져 있다. 더구나 어떤 집단의 노선을 통째로 정책에 반영하는 일은 드물고, 그렇게 되면 편협의 위험이 크다. 부시 대통령 시절 매파인 네오콘에 둘러쌓여 강경 외교에 치우친 전례는 타산지석으로 회자된다. 다양한 중지를 모아 여과해서 정책을 삼고, 그런 다음에도 부단히 보완하고 개선해야 훌륭한 국정을 펼 수 있음을 말해준다. 정치적 경쟁자였던 윌리엄 스워드 국무장관을 기용한 애이브라함 링컨 대통령과 힐러리 클링턴을 국무에 앉힌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성공 사례는 박수갈채를 받지 않았는가.

문재인 대통령의 임기가 후반에 접어든 이제와서 참여연대의 부정적인 영향과 발탁된 인사들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정치는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라면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유연해야 건설적인 결과를 낳게 된다. 정부가 숨을 고르면서 다시 출발점에 서 있다고 보고 발상의 일대 전환을 시도하지 않으면 국가도, 정권도 어려워지고, 이 나라가 처한 어려움을 이겨낼 수 없다. 참여연대의 김경율 집행위원장이 내부고발을 하면서 밝힌 조직의 경직성은 정권적 차원에서도 좋은 반성의 단서가 될 것이다. 참여연대에게도, 참여연대를 중용한 정권에게도 치열한 자기성찰이 해답을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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