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아서 하면서 뭘 바라?' 마을 여성일자리 향한 삐뚤어진 인식
'좋아서 하면서 뭘 바라?' 마을 여성일자리 향한 삐뚤어진 인식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10.02 20: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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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일자리포럼-지금, 마을에 필요한 여성일자리' 개최
마을지원활동가, 월평균 37시간 일하고 20만 원도 못 받아
열정 노동·열정페이 정당화하는 사회적 인식 개선 필요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2일 '마을일자리포럼-지금, 마을에 필요한 여성일자리'를 개최했다.
서울시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가 2일 '마을일자리포럼-지금, 마을에 필요한 여성일자리'를 열었다.

#김기용 구로마을자치센터 활동가는 서울 구로구 천왕동으로 이사오면서 독박 육아를 하고 경력단절을 겪었다. 어린이집도 없는 동네에서 비슷한 상황에 놓인 엄마들과 도서관 만드는 일을 고민했다. 그러다 주민 세 명이 모여 제안서를 내면 보조금을 준다는 서울시 마을공동체 사업을 알게 됐다. 바로 제안서를 썼고 지원금 1000만 원을 받아 부모교육, 마을 벼룩시장, 한밤의 낭독회 등을 기획하고 실행했다. 우리 아이를 위해 시작한 일은 동네 아이들을 위한 일이 됐고, 개인 발전을 위한 일로 확장됐다. 그렇게 2016년에 마을지원활동가가 됐다.

마을공동체사업은 서울시가 2012년부터 추진했다. 해당 사업은 주민들이 추진하는 활동에 대해 서울시가 교육부터 컨설팅, 사업별 지원까지 총괄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마을공동체사업의 직접 참여자 73%, 대표 제안자 중 76%가 여성이다.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는 2019 서울마을주간을 맞아 2일 서울 마포구 청년문화공간JU에서 '마을일자리포럼-지금, 마을에 필요한 여성일자리'를 개최했다. 이번 포럼은 마을을 변화시키고 있는 여성들의 지속가능한 일과 성장을 위해 공공영역의 사회적 일자리를 모색하고 제안하기 위해 열렸다.

이날 이희랑 마을연구자는 지난해 연구한 '마을지원활동가 사례로 본 마을활동에서 여성의 활동 현황'을 발표했다. 이 연구자는 "마을지원활동가는 서울시 마을정책과 처음으로 등장한 일자리다. 마을주민을 만나 사업을 안내하고 주민 간 네트워크를 촉진하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이어 "마을지원활동가는 평균적으로 건당 5~10만 원을 받으며 매월 2건을 처리해 월평균 19만6000원을 번다. 월평균 37시간 소요한다. 투여하는 시간만큼 가치가 합리적으로 환산되지 못하고 있다"고 연구 결과를 설명했다. 

또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진입 동기가 강하게 작용해 노동 조건에 대한 만족도는 낮지만, 활동 자체에 대한 만족도는 높다"며 "활동가에게 '스스로 좋아서 하는 활동이면서 뭘 바라느냐'는 식으로 열정 노동, 열정페이를 정당화하는 사회적 인식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정 서울시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은 "마을 활동가의 절대다수인 여성의 헌신에 보내는 찬사를 멈추고 젠더화된 돌봄에 대한 성찰과 재가치화가 필요하다. 마을 활동가의 노동 가치가 계속 저평가된다면 좋은 일자리가 될 수 없다. 질 낮은 일자리는 다른 일자리에도 영향을 준다. 마을 활동가 일자리의 유연성을 강조하다 보면 또 하나의 질 낮은 일자리를 양산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일자리를 실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걱정이 너무 많아서 시작을 못 하는 것도 문제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질문은 미리 답을 마련해놔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이정수 중랑마을넷 이사는 "마을공동체 운동이 정책으로 전환되면서 중간지원조직이 생겼다. 마을지원활동가가 고정급여를 받는 중간지원조직에 들어가면 성장했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중간지원조직은 정책 입안 활동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목표, 과정, 평가 자체가 행정화되는 모순을 낳았다. 노동에 대한 존중을 어떻게 제도화할지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어 "마을 속 여성 일자리 지속성을 높이기 위해서 여성·문화 등 분야별 조직이 마을에 뿌리 내리는 활동이 필요하다. 안정적인 기반을 마련해 조직별로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라고 제언했다. 

김기용 구로자치센터 활동가는 "적당한 보수를 받으며 경험을 쌓을 수 있겠다는 생각에  상근활동가가 됐다. 상근 활동가 아니면 경력을 인정받기 어려워 시간이 지나면 남편의 일을 돕거나 다른 저임금 일자리에서 일하는 여성들이 많다"라고 설명했다.

김은희 서울시 명예시장은 "현재 여성 노동정책의 패러다임은 경력단절 여성 지원에서 성 평등으로 가는 중요한 시기다. 그러나 마을 차원에서 진행 중인 논의는 경력단절 여성 지원정책을 그대로 수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마을지원활동가들이 활동 자체에 나타낸 높은 만족도를 새겨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 명예시장은 "한국 사회는 발전 국가가 책임져야 했던 영역을 가정에 전가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가족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는 윤리적인 기준이 존재한다"며 "응답을 읽을 때 외부에서 받은 의도 되지 않은 학습 요소도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민주 서울시 마을공동체 종합지원센터장은 "마을공동체정책이 만으로 7년이 됐다. 실천의 전환점을 가져야 할 시기다. 하지만 일자리 문제만큼은 쉽지 않다"면서 "포럼을 시작으로 시장경제나 한국 사회에 통용되는 일자리보다는 여성이 한 발짝 더 내디딜 수 있는 사회적 일자리의 발판을 어떻게 활용하고 다음 단계로 약진할 수 있을까 열심히 고민하겠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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