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디에 있는가
[송장길 칼럼] 대통령의 리더십은 어디에 있는가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9.30 09: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중앙지검 앞에서 열린 검찰 개혁 촛불 문화제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사태가 한국정치의 블랙홀이 되자 대한민국의 시스템과 동력이 모두 그 안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정부의 국정 운영도, 국회의 입법과 견제의 기능도, 사법의 규범 체계도 조국 관련 수사의 진행과 여야 대결에 눌려 기를 펴지 못하고 숨 죽이고 있다. 거리는 다시 소란의 현장이 돼 법치를 위협하고 있다. 장관 한 사람의 거취와 비리가 이렇게 국가적으로 큰 타격을 준다는 현실은 어떤 이유에서든 통탄할 일이다.  

국가적인 손실이고, 암울한 앞날까지 걱정하게 한다. 대립과 갈등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고, 사회 곳곳에 깊이 내재해 나라를 병들게 할 것이다. 밝은 사회, 전향적인 사회를 기대하는 건강한 국민들의 염원에게는 얼마나 큰 좌절인가. 조국 법무를 옹호하는 집권 세력과 이를 효과적으로 객토하지 못하는 야권 모두에게 정치사의 엄중한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정치가 국민의 소중함과 역사의 준엄함을 존중하지 않아서 일어나는 현상이다.       

사태의 발단은 어처구니 없게도 한 점의 먹구름에서 비롯됐다. 사회적 공정성과 법의 정신, 규범칙에서  흠결이 속속 들어난 인물을 나라의 질서를 세우는 법무부 장관 자리에 굳이 앉히려는 정치적 의도는 분명히 비정치적이고, 비상식적이었다.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가족의 편법과 비리의 흔적, 장관 본인의 거짓이 들어 났고, 그 자체로도 법무 장관 자격이 없다는 보수 진영의 신랄한 비판을 ‘의혹’이라는 프레임으로 묵살하는 여권의 역공은 설득력이 낮다. 단순한 장관 임명이 아니고 사법권의 장악과 반대 진영의 목 조이기, 총선과 대선의 포석이라는 의심을 부르는 빌미를 주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는 정치 초년생인 한 인물의 거취로 여권 전체가 심각한 정치적 타격을 받으면서까지 밀어 부치고, 이제는 대대적인 군중 동원으로 범죄 수사를 덮어버리려 하겠느냐는 것이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그 주위 세력의 무리한 권한 행사는 어떤 명분으로 합리화하려 해도 상식인의 양식으로 양해할 선을 넘었다. 문 대통령이 유엔 총회를 마치고 귀국한 다음 날 “조 장관이 책임질 일이 있는지 여부도 검찰의 수사 등 사법절차에 의해 가려질 것”이라고 표명한 것은 장기화할 사법 판결을 지목한 것으로서 뭐라 해도 조 장관을 안고 가겠다는 의사 표시이다. 또 “아무런 간섭을 받지 않고 전 검찰력을 기울여 수사하고 있는데도 검찰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은 현실을 성찰하라”면서 인권을 들어 검찰에 정면으로 경고했다. 통치권자가 스스로 뜨겁게 달아오른 수사 정국에서 수사의 주체인 검찰과의 맞대결을 선포한 형국이다. 대통령은 아직도 조국 법무가 법망을 피해갈 가능성에 기대는 듯하다. 정국의 추이를 너무 안이하게 보거나 지지 세력의 결집을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았다.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인영 원내대표의 검찰에 대한 공격과 맥을 같이 한다. 민주당 지도부는 조국 법무가 압수수색 중인 검사와 통화를 한 것을 검찰이 자유한국당에 알려줬다고 비틀어서 공격하고 있다. 본질적인 통화의 위법성 자체를 제쳐놓고 과정을 문제 삼아 “내통”과 “밀고”라는 어휘를 쓰면서 유출자를 “색출”해 처벌하라고 맹공한다. 논리의 귀를 물고늘어지는 격이다. 조국 법무가 통화는 “인륜의 문제”라고 변명한 것도 가지로 줄기를 가리는 수법이다. 그렇게 해도 ‘장관은 청장을 통해서만 지휘할 수 있고, 개별 사건은 지휘하지 못 한다’는 검찰청법 위반을 문제 삼은 한국당의 고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통화가 수색의 시작 전에 이뤄져서 피의사실 공표 금지에도 저촉되지 않는다.      

강기정 청와대 정무수석은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고 있으니 수사를 조용히 하라고 다양하게 전달했으나 검찰이 말을 안 듣는다”고 토로했다. 검찰개혁을 부르짖는 청와대의 핵심 인물이 검찰개혁의 핵심인 외부(최상급기관)로부터의 압력을 행사하고, 공개한 것이다. 조국 법무를 검찰개혁의 주역이라는 주장의 신뢰성을 스스로 떨어뜨리는 언행이다.            

조국 사태의 수사는 끝도 없이 번지고 있다. 오죽하면 일본에서까지 ‘조 양파’라는 유행어가 횡행한다고 전해지는가. 딸과 아들의 입학 서류 위조뿐 아니라 웅동학원 비리, 사모 펀드의 투자 의혹 등이 매일 새롭게 터진다. 조 장관의 부인 장경심 교수의 소환도 임박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조 장관 옹호 세력들은 서울지검 앞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이며(주최측은 200만: 수학적 계산자들은 5만으로 추산), 아직도 “의혹 수준을 공표하는 적폐”라는 프레임으로 여론전을 펴고 있지만, 윤석열 검찰총장은 헌법을 따르겠다고 곧바로 응수해 법대로 대처하겠음을 밝혔다. 법대로 수사한다면 너무 많은 혐의들이 이어지고 있어서 수사가 외압으로 덮어지기에는 이미 루비콘강을 건넜다고 보인다. 수사를 축소하거나 닫아버리려는 기도가 밝혀지든지, 검찰에 대한 인사 태풍이 불면 그 역풍은 여권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모든 상황은 대통령의 리더십과 연관돼 있다. 대통령은 나라 안의 혼란을 잠재우고 평화로운 사회 분위기 속에서 나라가 건강하게 전진하도록 해야 하는 책무를 지고 있기 때문이다. 고위 공직자는 합리적인 의혹만으로도 국민들에게 상처를 주거나 국가 운영에 지장을 주면 충분히 광의의 귀책 사유가 됨을 법률가인 문 대통령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여권이나 지지 세력의 편에만 서서 정치를 펴는 것도 취임식에서 선서한 국가 원수의 책무와 배치된다. 문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지지하지 않은 국민도 포용하겠다고 분명히 약속하지 않았는가. 갖가지 의혹의 중심에 서서 피의자가 될지 모르는 추종자를 위해 검찰을 압박해 결과적으로 대중을 선동하게 된 정치 행위는 온당치 않았다. 정권이나 지지 세력 편에 서기 위해 자신들의 정체성인 공정과 정의라는 진보의 근본 가치를 거스르고 있다는 지적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한 나라의 흥망은 국민의 정신 속에 생성된 다양한 요인들이 균형을 이루어 융합되는가에 좌우된다고 한다. 문 대통령이 이 나라의 진정한 지도자가 되려면 법학도였던 그가 학창 시절에 배웠을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부터 되새겨야 할 것이다. 몽테스키외는 “일부 요인이 너무 강하면 다른 요인들이 쇠퇴한다”고 설파했다. 과욕하지 말고 상생하라는 가르침일 것이다.       

중국의 문화혁명과 나치의 선동 정치까지 악령으로 어른거리는 대중정치의 소음 속에서 대한민국은 내적 혼란과 외적 위기를 헤쳐나가려는 대통령의 뼈를 깎는 고뇌를 요구하고 있다. 사사로움에서 벗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