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강간죄 구성요건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라
[포커스] 강간죄 구성요건 ‘폭행·협박’에서 ‘동의’로 개정하라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9.18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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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8개 여성단체, 18일 여의도 국회 정문 앞서 형법개정 촉구 기자회견
강간 피해 71%는 폭행·협박 없이 발생
유엔, 지난해 우리정부에 강간죄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정의하라 권고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김란영 기자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이 열렸다./김란영 기자

"2019년이다. 강간죄 개정하라" "국제사회는 이미 동의가 기준이다" "국회는 강간죄 개정으로 미투에 응답하라" 

208개의 여성단체로 구성된 '강간죄 개정을 위한 연대회의'(이하 연대회의)가 18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연대회의는 형법 제297조 강간죄의 성립 요건을 '폭행·협박'에서 '동의 여부'로 전환하라고 촉구했다. 

형법 제297조에 따르면 강간죄는 '폭행·협박'이 있어야만 성립된다. 

연대회의는 현행법을 '성폭력 피해자의 경험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세계적인 입법 추세와 국제 권고를 따라가지 못할 뿐더러 오히려 성폭력 가해자를 꽃뱀으로 만드는 구시대 악법'이라고 규정했다. 

박아름 한국성폭력상담소 성문화운동팀 활동가는 "현재 강간죄는 1953년 대한민국 형법이 제정되었을 당시에 규정된 '정조에 관한 죄'를 전제로 한 구시대적 법 규정에 고스란히 머물러 있다. 지난 66년 동안 강간죄는 단 한 번 개정 되어 객체를 부녀에서 사람으로 확장했을 뿐 여전히 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두고 매우 제한된 피해만 인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미투운동 이후 강간죄 구성요건을 동의 여부로 개정하거나 비동의간음죄를 신설하는 9개의 법안이 발의됐지만 아직 제대로 된 논의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국회는 성폭력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꾸는 시대적 요구에 응답하라"고 말했다. 

연대회의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3월까지 전국성폭력상담소협회에 접수된 강간 상담사례 1090건 중 735건인 71.4%가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였다. 28.6%만 직접적인 폭행·협박이 행사됐다.

최나은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상담 통계가 보여주듯 현실에서의 성폭력은 폭행·협박을 통해서만 일어나지 않는다. 폭행·협박이 강간죄 구성요건으로 있는 한 피해자는 얼마나 저항했는지, 왜 도망치지 않았는지, 왜 충분히 거절 의사를 표현하지 않았는지 계속 증명해야만 한다"라고 말했다.

도경은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는 "유엔은 각국이 동의 여부를 기준으로 강간을 정의할 것을 여러 차례 권고한 바 있다. 특히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한국 정부에 형법 제297조를 개정해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 부재를 중심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며 "국제 사회의 흐름은 이미 동의 여부가 강간죄 성립의 기준"이라며 법 개정을 통해 변화하는 사회에 발맞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펼친 퍼포먼스./김란영 기자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펼친 퍼포먼스./김란영 기자

발언 뒤에는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이 '제정연도 1953년, 형법 32장 정조에 관한죄, 강간죄 구성요건 폭행·협박'이라고 적힌 플랜카드를 부수고 '제정연도 2019년, 형법 32장 성적 침해의 죄, 강간죄 구성요건 동의여부'라고 적힌 플랜카드로 바꿔 드는 퍼포먼스가 이어졌다. 

김민문정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여성인권개념 조차없던 시절 만들어진 형법의 낡은 조항은 2019년 지금 이순간에도 우리의 삶을 규율하고 있다. 지난 4월 21일 낙태제에 대한 헌법 불합치 결정은 여성의 힘으로 여성의 인권을 침해해온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적인 형법의 문제를 들어내고 변화를 만든 순간이었다. 낙태죄에 이어 이제는 강간죄를 바꿔야 할 때"라고 말했다. 

연대회의는 18일 오전 국회에 4차 의견서를 제출했다. 10월 14일 강간죄 구성요건 변경을 위한 토론회를 거친 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활동가들의 의견서를 추가로 제출할 계획이다. 법안이 1 소위에 상정되면 위원장과 공식면담 등 국회 압박 활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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