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불법 음란물 여전히 판친다’
[포커스] ‘불법 음란물 여전히 판친다’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09.11 15: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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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페이지 들어가자 불법 촬영 영상들 즐비
한사성, “음란물 사이트 고발했지만 반가량 불기소 처분”
11일 한 음란물 사이트의 모습 / 김여주 기자
11일 한 음란물 사이트의 모습 / 김여주 기자

 

“A 씨는 B 사이트에서 3년 전에 헤어진 전 남자친구와 함께 찍었던 영상이 올라와 있는 걸 알게 됐다. 해당 사이트에는 A 씨의 영상뿐만 아니라 다른 피해자들의 피해 촬영물도 올라와 있었고, 아예 국산 야동, 유출 야동이 카테고리화되어 있었다. 시민단체 활동가가 B 사이트에 영상의 삭제를 요구하자 해당 사이트의 운영자는 이렇게 예의 없이 삭제 요청하면 더 유포하고 다니겠다는 협박성 댓글을 남겼다 ” - 한국사이버성폭력센터에서 제공한 각색 사례

11일 기자가 한 음란물 사이트에 접속해봤다. 일본과 해외 영상물로 구별해 놓은 리스트엔 ‘국산’이라는 코너가 발견됐다. 다른 사이트 3곳도 뒤져보자 영상부터 시작해 사진까지 다양한 불법 콘텐츠들로 구성돼있었다.

불법 촬영물 유통에 대한 대안 마련 촉구가 지속적으로 요구되고 있음에도 아직도 음란물 사이트에선 쉽게 불법 콘텐츠를 볼 수 있어 비판이 일고 있다.

기사가 한 사이트에서 본 국산 영상은 미리 방에 카메라를 설치하고 여성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찍은 것 같은 구도로 찍혀있었다. 이미지도 여성의 신체를 뒤에서 몰래 찍은 사진이나 치마 속을 촬영한 사진들이다.

실제로 이런 사이트에서 유통되는 대부분의 음란물은 대부분 일반인이 캠코더나 스마트폰으로 촬영한 것들이 많다. 유통과 촬영에 있어서 피해자의 허락을 구하지 않고 무단으로 공유한다. 이런 비영리 콘텐츠는 연간 400만 회 이상의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고 있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전체 성폭력 범죄에서 몰카 범죄는 지난 2017년 6465건으로 하루 평균 17.7건 꼴로 발생하고 있다. 여가부도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의 2019년 상반기 실적을 분석한 결과, 총 1030명의 피해자에게 상담·삭제지원·수사지원 등 총 4만 9156건의 지원을 실시했다고 밝힌 바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현황을 살펴보면 ‘P2P를 통해 유포된 피해촬영물의 삭제 지원’이 가장 많았고 ‘검색결과 삭제 지원’과 ‘성인사이트 삭제 지원’이 그 뒤를 이었다. 

문제는 제대로 된 처벌이 이뤄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6월 한사성이 주요 포르노 사이트 운영자와 업로더를 카메라 등 이용 촬영 죄, 음란물 유포 죄 등의 죄목으로 고발했다. 하지만 186건 중 85건(45.7%)가 불기소 처분을 받았다. 기소된 89건도 45.7%는 약식재판으로 진행돼 벌금형에 그쳤다. 

한사성 관계자는 “검찰은 유포자들에게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이유를 ‘초범이라서’, ‘반성해서’라고 말했다”며 “이것이 과연 검찰의 불기소 이유인지 아니면 가해자를 감싸는 변호인의 의견인지 의문이 간다”고 비판했다.

조현욱 한국여성변호사회 회장은 “피해 영상물의 유통을 조장하고 방조한 웹하드 업체에 대한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촉구한다”며 “피해 영상을 유통하는 것을 통제하고 차단하는 것이야말로 디지털 성폭력 피해 규모를 줄이는 핵심임을 인식하고, 웹하드 업체에 대한 가장 높은 단계의 필터링 의무를 부과하여 웹하드 업체들이 자진하여 피해 영상물임을 확인하고 삭제하도록 하는 입법 개정을 촉구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갑룡 경찰청장은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수사당국의 수사 관행이 느슨하고 처벌이 강하지 않았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겸허히 받아들인다”며 “반성적 성찰 견지에서 수사체계를 정비하고 수사관 교육을 강화했고 수사 과정에서 2차 피해 방지를 위해 전국 경찰관 대상으로 성인지 교육을 실시한 상태다”고 말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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