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조국 법무 장관에게 씌워진 멍에
[송장길 칼럼] 조국 법무 장관에게 씌워진 멍에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9.10 16: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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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오후 청와대에서 신임 장관 임명장 수여식 전 조국 신임 법무부 장관과 인사하고 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국민들의 과반 이상이 반대하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종국에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을 강행했다. 여권으로서는 대선공약 이행과 멈추지 않는 개혁이고, 반대하는 국민들에게는 상식과 규범의 무너짐이다. 한반도를 덮친 두 개의 태풍 중 ‘링링’은 소멸됐지만, 조국 사태는 위세가 오히려 증폭될 조짐이 보인다. 야권은 조국 후보를 부도덕하고 정치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해 기어이 사퇴시키려고 압박했고, 여권은 총력으로 엄호하면서 밀어 부쳤기 때문에 한 장관 후보의 검증에 국한되지 않고 여야와 보혁 간 불퇴전의 싸움으로 확전됐다. 앞으로 정국은 내년 4월 총선 전까지 꽁꽁 얼어붙고, 대립과 갈등, 날카로운 공방을 치열하게 벌일 전망이다. 백척간두의 안보와 한미일 간의 삐걱거림, 경제 난국 등으로 나라가 위기에 처한 시기에 장관 한 사람의 인사 문제로 온 사회가 이런 정치적 분란을 겪는 것은 국가적 시련과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사태를 국정 최고책임자의 시각이 아니고 철저히 진영논리로 인식한 듯하다. “나와 함께 검찰 개혁을 추진했던” 사람이기에 뜻에 맞는 적임자로 본 것이다. 국민 동의가 미지수인데도 검찰개혁을 우선 과제로 꼽고, 조국이라는 인사를 적임자로 내세우지만, 국민들에게는 의리와 동료의식의 발로라는 인상이 더 짙다. 정치가 원래 용인술이긴 하지만 지도자가 거대한 제도가 아닌 인맥에 매몰되면 대의를 잃게 되기 마련이다. 

그 동안 야당과 정치 원로, 전문가들, 대학생들의 목소리는 정치적 공세로 몰고 철저히 무시했다. 국정을 시스템이 아닌 동지를 중심으로 펴나간다는 정치공학적인 태도에서 나오는 현상이다. 정치가 정치를 병들게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장관 임명식 직후의 입장문 발표에서 조국 장관 가족의 기소를 언급하면서도 “본인에 대한 의혹만으로 장관 지명을 철회하면 나쁜 선례를 남긴다”고 임명 강행 이유를 들었다. 법적으로 확실하게 유죄가 아니면 모든 게 의혹 수준이라는 논법이다. 물론 가벼운 의혹만으로 대통령의 인사권이 침해돼서는 안 되겠지만, 한 두 가지도 아니고 여러 부분에서 가족의 혐의에 더하여 본인도 연루됐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제기된 상황에서 ‘의혹만’으로 몰아가는 자체가 수사 가이드라는 지적을 받는다. 검찰은 이미 조국 장관을 사모펀드 수사의 ‘피의자’로 분류했음도 확인됐다. 법무 장관 부인은 기소했고, 아직도 다른 많은 의혹이 조사를 받고 있는데도 장관임명을 서둘러 그 자체가 비윤리적이고 ‘나쁜 선례’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장관이 휘하의 검찰에 의해 가족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검찰개혁을 제대로 추진하겠느냐는 회의론도 팽배해 있다. 본인은 수사 보고도 안 받겠다고 하지만, 인사권이나 분위기 조성 같은 고의적이든 비고의적이든 암묵적으로 영향이 미치지 않겠냐는 지적이 압도적이다. 자신들이 야당 시절 그보다 더 경미한 의혹으로도 강공을 벌여 퇴진시켰던 많은 전례도 있지 않은가. 정치공세가 아니라 일반인들도 기억하는 멀지 않은 역사이고, 의심의 눈총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장관에게 과분한 특혜를 주었다. 청와대 민정 수석에서 바로 국무위원으로 지명하는 파격을 단행했고, 결과적으로 셀프 검증의 기회를 주었다. 부부동반의 관례조차 못한 임명식도 TV중계를 시키면서 그 자리에서 임명 배경을 발표하여 간접 소명의 기회와 검찰에 대한 메시지도 암시했다. 무엇보다 큰 특혜는 많은 의혹과 검찰의 수사, 야권의 극렬한 반대를 무릅쓰고 기어코 장관으로 기용한 점이다. 적은 반대도 수용하는 지혜가 진정한 민주주의라는 정치의 기본을 등한시한 것이다. 대통령이 취임할 때 약속한 평등한 기회와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인가라는 의문이 쏟아지는 이유다.          

조국 장관 본인은 더욱 특혜의 본보기 같다. 자녀들의 입시과정에서 들어난 의혹들과 웅동학원 운용의 괴이함, 사모펀드 투자에서 들어나는 석연치 않은 과정 등은 일반인들은 꿈도 꿀 수 없는 특혜 냄새가 난다. 법을 잘 아는 사람으로서 위법을 피했다 하더라도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면서 특혜를 추구했다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는다. 이른바 ‘법꾸라지 선수’라는 평인데, 그런 인물이 법무 장관에 오른 것에 비판이 더해지는 꼴이다. 본인의 불행이고, 법조계의 불행이며, 나라의 불행이다. 조국 당시 장관 후보는 무슨 자격으로 국회에서 민주당 수석 대변인의 사회로 TV 중계를 요청해서 시간 제한 없이 기자간담회를 오밤중까지 열었는가? 사려 깊지 못한 특혜이고, 특권 의식이다.           

여권은 조국 법무 장관의 개혁성을 적극 홍보해 지지세력을 규합하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임명 직전에도 네티즌을 동원해 지지 여론을 상당히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추석 시즌의 밥상여론을 의식한 홍보전에 열을 올릴 것으로 보인다. 그런 노력으로 민심이 얼마나 집권당에 호의적일지 회의적이다. 이미 50% 이상의 국민이 조국 법무에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리서치앤리서치와 리얼미터 등 복수의 여론 조사 기관의 조사에서 나타났다.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은 대대적인 원내.외 저항 운동을 벌인다는 결의를 보임으로써 여야의 대결은 곳곳에서 충돌할 것이다. 한국당은 장관 지명 당일 국립현충원에 참배하고, 강력한 투쟁 의지를 다짐했다. 지속적인 장외집회를 예고하고 있고, 홍준표 전 대표까지  개천절 광화문 집회에 앞장서겠다고 나섰다. 한국당은 또 국회에서 해임건의안을 발의하고, 국정조사와 특별검사제를 추진하겠다는 주장이다. 정족수의 확보에 성공할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민주당과 정의당이 반대하더라도 현재 상황으로는 가결 정족수가 불가능하지는 않다. 정치는 실종되고 대결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것이다.       

청와대와 민주당, 그리고 그 지지세력들은 응집해 조국 법무 장관을 단단히 감싸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검찰의 수사를 ‘내란 수사처럼’, ‘조폭 일망타진처럼’ 한다고 비난하고, ‘미쳐 날뛰는 늑대’라는 거친 표현으로 매도했다. 이런 공격은 당연히 검찰의 수사를 압박하는 탈선이다. 검찰을 정치의 간섭에서 자유롭게 개혁하겠다면서 거꾸로 압력을 가하는 행태다. 검찰 측은 원칙 대로 수사하고 있다고 해명했지만 속으로는 부글부글 끓는 반발을 숨기고 있을 것이다. 노무현 정권 당시와 같은 검찰의 집단 반발이나 검란 가능성도 없지 않다.   

조국 사태를 청와대가 정치적으로 풀지 않고 강경 대응함으로써 스스로 정치적 부담을 끌어안았다. 조국 개인에게 돌아갈 뜨거운 기운이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으로 몰려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국정 운영에서 나오는 현안들을 타협과 협상으로 풀지 못하는 정치력의 결핍에서 나온다. 이제라도 국내의 갈등을 하루 속히 이완시키고, 더 엄중한 안보와 경제에 몰두해야 나라의 미래가 있다.      

타협과 수용이 민주주의 시발점이다. 소신과 진영에 천착하다가는 언제든 변덕스러운 정치의 철퇴를 맞게 된다. 소수를 위해 싸워 아름다운 역사를 이뤄낸 루스 린스버그 미국 여성 대법관의 지혜도 좋은 타산지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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