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 인사만사25시] ‘두 얼굴’이라는 직업병(病)
[박창욱 인사만사25시] ‘두 얼굴’이라는 직업병(病)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9.06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교수님! 인사(HR)업무로 입사지원을 하려고 합니다. 자기소개서 한 번 봐주시면 고맙겠습니다. 직무역량 중심으로 썼습니다”라며 부탁을 한다. 옆에 두고 한 번 훑어 본다.
눈에 들어 오는 인사업무 지원동기에
‘사람을 좋아 합니다’,
‘구성원의 사기를 올리는 알을 잘 합니다’,
‘힘들거나 어려운 사람을 보면 그냥 보고 있지를 못합니다’ 등으로 이어져 있다.

그래서, 한 두가지 질문을 해 본다.
“친하게 지내는 입사동기가 회사 돈을 유용하는 것을 봤다. 어떻게 하겠는가?”
“지하철에서 맹인(盲人)이 앞에 와서 ‘한 푼 적선’을 해달라고 손을 내민다. 어찌하겠는가?”

인사관리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의 기본 역량을 우회적으로 말한 것이다.
첫번째 질문은 따뜻함과 냉정함의 양면성을 말하는 것이다. 사람을 좋아하지만 가장 가까운 사람에게 차가워야만 할 상황에 대한 대처를 보는 것이다.
두번째 질문은 따뜻한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때와 장소를 가리는가를 보는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동냥을 청한다고 그냥 무심코 돕는 것은 그 위에서 눌러 앉히는 결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 이럴 가능성을 감안한 판단과 답변을 기대한 것이다.
긴 세월동안 인사업무를 하면서 ‘짧은 시간에 양극단의 판단을 하는 습관’이 몸에 스며든 ‘직업병’이 됐다.
인사부직원, 인사과장의 숙명이라고 생각하고 지냈다.

두 얼굴을 가진 사나이!
1970~80년대에 흑백 TV에서 즐겨 보았던 미국 드라마의 제목이다. 평범한 사나이였던 남자주인공이 위기상황이 되면 옷이 뜯어지고, 괴력을 가진 사나이 헐크(Hulk)로 변신해 악당들을 물리치는 두 얼굴이다.
인사업무 15년여동안에 해마다 100여명의 신입사원을 만나는 ‘사람관리’ 업무를 해 왔다. 입사하면 맨 먼저 만나는 회사의 대표격인 상징성도 있었다. 마음 속에는 늘 신입사원들이 잘 적응토록 따뜻하게 챙겨주려는 마음이 흘러 넘쳤다. 그런데, 조금이라도 기준선을 넘어서면 나도 모르게 잔소리가 터저나오는 차가운 모습으로 변신해 있었다. 15년을 그런 모습으로 살았고 습관이 되어버렸다.

20여 년이 지난 4~5년 사이에 일어난 일들이다.
가끔씩 있는 집안 식구들끼리 식사하는 자리에서다. 대학을 갓졸업한 조카들도 같이 있다 보면 눈에 거슬리는 광경을 종종 보게 된다. ‘그러려니 하고 지내자’는 마음과 ‘아니다. 조언을 해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여지없이 충돌을 일으킨다. 그러나 숨어있던 직업병이 발동이 되어 ‘조언’이랍시고 하고 있다. 여지없이 와이프에게 야단을 맞는다. “그냥 두지 왜 시키지도 않고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하느냐. 잔소리 좋아할 사람이 어디 있겠냐”고...
그러면서, “평소에는 조카들에게 잘 해주고 인기도 좋으면서 괜한 잔소리로 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버리냐”는 것이다. 요즘은 이런 경우를 조심하지만 배 떠난 뒤가 되어 있는 형국이다.

그런데, 최근에는 또다른 일로 고민이 많다.
직장인들 대상의 리더십(LEADERSHIP)강의 때문이다. 주변 사람들을 부드럽고 감성적으로 대해주라는 말을 자주 하게 된다. 딱딱하게 굴고, 가르치기만 하고, 충고가 일상이 되면 주변에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요지의 강의를 자주 한다. 그리고 내가 실천하지 않으면 강단에 설 자격이 있겠냐는 생각이 스스로를 힘들게 만든다. 아직도 직업병이 속에서 꿈틀거리고 눈에 거슬리는 일만 보이는 데…

어제도 같은 방향에 사는 후배이자 부하직원과 내 차로 같이 퇴근을 했다. 약 1시간여 운전해 가면서 강의 내용을 소개해 준다며 이런저런 소리에 잔소리를 곁들였다. 내릴 시간이 되어서야 ‘아차’하며 머리를 때린다.

좋은 것(?)들은 후배들에게 들려주고 전수(傳受)해야 하겠다는 마음과 알아서 하겠지! 구하지 않는 조언에 나서지 말아야지 하는 마음이 충돌한다.

새로운 두 얼굴. 부드럽고 편한 모습과 틈만 나면 잔소리하는 모습! 어떻게 조화를 이룰까? 글을 쓰며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을 찾아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