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문화비축기지 '마켓F 페미니즘' 큰 호응
[르포] 문화비축기지 '마켓F 페미니즘' 큰 호응
  • 김란영 기자
  • 승인 2019.09.02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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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혼, 채식주의, 완경 등 34개 부스 다채로운 여성이야기 펼쳐
사무국 "젊은층 이렇게 많이 참여할 거란 예상 못 했다" 성가 높여
8월 31일 서울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마켓F가 열렸다./ 김란영 기자
8월 31일 서울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서 마켓F가 열렸다./ 김란영 기자

8월 마지막 날, 서울국제여성영화제를 응원하고 여성의 다양한 삶을 지지하는 셀러들이 서울시 마포구 문화비축기지에 모였다. 이곳에서 제21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대표 이벤트인 마켓F가 성황리 열리고 있었다. 페미니즘을 소재로 한 34개의 부스에서는 재미있고 유익한 책, 잡지, 여성용품은 물론 여성의 이야기를 담은 개성 있는 굿즈와 자기 몸 방어 워크숍, 북 토크, 콘서트까지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었다. 

길게 늘어선 마켓F 참가 부스 중 지난달 창간호를 세상에 내놓은 '매거진 비(批)'부스가 가장 붐볐다. 매거진 비는 비혼 여성의 시각에서 바라본 여성 이야기를 담은 잡지다. 이번 마켓F에서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독자들과 만났다. 매거진 비 관계자는 "많은 분이 찾아주셔서 준비한 잡지 50권이 모두 판매됐다"며 "두 번째 잡지는 '미디어:여성 영화'를 주제로 준비 중이다. 서울국제여성영화제와 마켓F에 참여 경험을 바탕으로 미디어에서 다루는 비혼 여성을 향한 왜곡된 시각을 꼬집는 콘텐츠를 담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마켓F에서 다양한 페미니즘 잡지를 만나볼 수 있었다. 왼쪽부터 'BOSHU', 'WOMANKIND', 'Fwd' 순이다. /김란영기자
마켓F에서 다양한 페미니즘 잡지를었다 만나볼 수 있었다. 왼쪽부터 'BOSHU', 'WOMANKIND', 'SECOND' 순이다. /김란영기자

영화 연출을 준비하던 여성들이 '참고할 만한 여성 영화 캐릭터가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씨네 페미니즘 매거진 'SECOND' 부스는 깔끔한 디스플레이로 눈길을 끌었다. 과월호와 영화 산업의 성 차별, 여성 캐릭터가 적게 나타나는 현상을 지적하기 위해 고안된 테스트인 벡델 테스트를 해볼 수 있는 노트와 메모지를 판매했다. SECOND 관계자는 "매년 마켓F에 참여하는데 작년보다 규모가 커졌고 무엇보다 부스의 종류가 다양해졌다"라고 전했다.

이외에도 바다출판사에서 발간하는 'WOMANKIND', 대전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페미니스트 문화 기획자 그룹이 발행하는 'BOSHU', 논문만큼 심도 있지만 읽기 쉬운 에세이 형식의 글을 웹진 형태로 기고하는 페미니스트 연구 웹진 'Fwd' 등 다양한 페미니즘 잡지들이 참여해 발걸음을 멈추게 했다. 

유방랜드의 임정서 작가는 다양한 작품들로 부스를 구성했다./김란영 기자
임정서 작가는 다양한 작품들로 부스를 구성했다./김란영 기자

임정서 작가는 어릴 적 유방암으로 돌아가신 어머니에 대한 슬픔과 그리움을 반영한 전시 작품을 일러스트와 스티커 등 굿즈로 제작해 부스를 구성했다. 또, 여성의 유방이 터부시되는 인식을 종이에 적어 유방 무덤에 넣으면 꽃 모양으로 접어 완성하는 설치 예술 작업도 진행했다. 그는 "무서운 주제이지만 슬픈 얘기를 슬프게 하면 기운이 빠지니 으쌰으쌰 해보자는 마음으로 이번 부스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영화 속 그녀들, 물러서지 않았던 장면'을 공유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해 다양한 영화와 영화 속 장면을 공유했다. 또 '나의 적극적 합의 점수는 몇 점?' 캠페인을 통해 적극적 합의 개념을 알리고 참여자들이 과거를 돌아볼 수 있는 시간을 마련했다.  

"비건 지향인분들, 논 비건이지만 비건 지향을 고민하고 있는 페미니스트분들까지 많이 만난 뜻깊은 자리였다." 페미니즘과 비거니즘을 함께 다루고 있는 팟케스트 '흉폭한 채식주의자들'이 이번 마켓F에 참여해 다양성을 더했다. 

서울시 마포구에 있는 '개똥이네책놀이터'팀은 완경기 책모임에서 읽은 완경, 갱년기 분야의 부정적인 편견을 긍정적 시각으로 바꾸기 위해 마켓F에 참여했다. 책 모임 구성원 장욱희씨는 "마켓F에 젊은 층이 이렇게나 많이 참여할 거라고 예상 못 했다"며 젊은 여성들이 엄마를 생각하는 마음이 남달라서 많이들 보고 가 저희에게는 큰 성과다"라고 참여 소감을 밝혔다. 

작년에 이어 올해도 마켓F를 찾은 고희윤씨는 "다른 영화제와는 달리 불편함 없이 젠더 감수성이 고려된 프로그램을 많이 만날 수 있어서 매년 찾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마켓F 사무국 관계자는 "영화인이 아니더라도 여성 활동가들과 연대할 수 있는 방식을 고안의 결과물로 마켓F를 시작하게 됐다. 회를 거듭할수록 페미니스트로서의 정체성을 다양한 방향으로 펼쳐가는 부스가 많아지고 있다"고 마켓F의 특징을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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