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조국 후보의 언어와 행동거지
[송장길 칼럼] 조국 후보의 언어와 행동거지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8.26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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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에 꾸려진 인사청문회 준비단으로 출근하고 있다./연합뉴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언어는 파괴력이 있었다. 진보 진영의 대표적인 조어의 마술사였던 것이다. 손혜원 류의 홍보적 언어와도 다르게 나름 정치적 파장과 무게감도 있었다. 그의 법률과 지식 소양, 그리고 정치와 사회의 원리를 꿰고 있는 예리함에서 비롯된 듯하다. 그는 긴 말을 하지 않는다. 간단하게 함축된 말을 던져 폭발력을 발산한다. SNS를 통해 “죽창가가 떠올랐다”라든가 “친일 매국노”라는 매도, “왕후장상의 씨앗”이라는 가르기, “애국과 이적”이라는 프레임 등으로 감성을 자극하는 발언을 쏟아내 끊임 없이 정치행위를 했다. ‘정치는 언어’라는 점을 십분 활용해 유력한 진보 정치인의 위상을 굳혔고, 그의 장관 자격을 놓고 온 나라가 블랙홀에 빠질 정도로까지 주목받고 있다.  

그의 언어는 이분법으로 나누는 기술을 휘둘렀다. 민주와 비민주, 친일과 반일, 정의와 불의, 가짜와 진실, 촛불과 적폐, 통일과 반통일 등이 그가 펼친 화법의 전형적인 편가르기 유형이었고, 그 바닥에는 내 편으로 끌어들이고, 상대는 배척하는 날카로운 비수가 숨겨져 있었다. 내 편이 되면 선이고 정의이며, 그렇지 않으면 악이고 공격 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해서 나라가 더 보.혁으로 갈라지는 분열과 갈등을 부추켰고, 그의 시각에서 지목한 척결의 대상을 무대 위로 끌어냈다. 그의 언어 구사는 각종 비리와 의혹이 쏟아져 나오는 와중에서도 현란했다. 처음에는 언론과 야권이 제기하는 의혹이 “가짜 뉴스”라고 몰아치면서 청문회에서 모두 소명하겠다고 주장했다. “일부 보수 언론과 야당”이라고 국한시키려는 의도도 비쳤다. TV중계까지 요청한 가운데 장관이 되면 실행하겠다는 정책안을 미리 발표를 하는 강수를 뒀다. 비판의 기세를 누르는 한편, 지지세력의 지원을 호소한 듯하다.   

그러나 의혹이 눈덩이처럼 번지자 몸을 낮추기 시작해 25일 일요일에는 “개혁에 노력하느라 딸에게 불철저했고 안이한 아버지였다”고 고백하면서 “심기일전해서 문 정권의 개혁에 어떤 노력도 하겠다”고 주장했다. 하루 전 토요일에는 “절차적 불법이 없었다고 내세우지 않고, 법적으로 문제가 없음을 나 몰라라 하지 않겠다”고 애둘러 표현해 아직도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간접적으로 강변했다. 책임지겠다는 언급은 없었고, 사퇴 없이 밀고나가겠음을 밝힌 것이다. 사모 펀드 투자액과 웅동학원 지분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도 말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우세하다.      

조국 후보자는 법률 연구자이자 법률을 가르치는 교육자였다. 대통령 비서를 거쳐 장관 후보자가 되었지만, 아직은 정치보다 법률이 전문 분야이다. 그러나 그의 사회적 발언들은 대부분 법률과는 먼 것들이었다. 그의 대표적인 발언으로 꼽히는 “강남 좌파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주장은 강남의 중.상층을 자극해 정치적 재미를 챙겼을지 모르지만, 법학자스럽지는 않다. 오히려 이념에 몰두하는 정치인이나 사회 설계자처럼 외쳤다. 본격적인 정치인이 아닌 만큼 법률과 법체계, 법철학에 관해서, 또는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는 법의 정교한 재정비나 법조계의 건전한 개선을 애써 개진했다면 제격이었을 것이다.   

“정치는 진보, 생활은 보수라는 이중성을 배격하고, 정글의 법칙에 대한 자발적인 굴종을 경계하며, 먹고사니즘과 배금주의를 탈피해야 한다”는 언급도 법 전공자나 교육자가 아니라 정치인이나 사회철학자의 주장 같다. 누구나 의사 표시를 제한 받지 않는 게 민주사회지만, 금도를 지키는 게 건전한 사회 질서라는 차원에서는 격에 맞는다고 할 수 없다. '사법개혁의 적임자'를 자임하고, 청와대와 여권도 임명의 명분으로 그 프레임을 밀고 있지만, 사법 정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정치적인 의도로 판을 짤 지 모른다는 우려를 지울 수 없다. 사법개혁이 꼭 그가 주도해야 되느냐는 의구심도 많다.     

더구나 조 후보자가 사회에 내놓은 언어들이 자신의 처신들과 많은 괴리를 보여서 세상을 들끓게 하고, 떠들썩하게 만들어 놨다. 그는 “진보는 약자와 빈자의 편이다. 어느 집안에서 태어났느냐가 삶을 결정하는 사회는 끔찍하지 않는가?”라고 주장했다(진보집권플랜). 또 “특권은 부정되고 인간은 존중받는 것이 민주주의 요체(대한민국에 고한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금까지 언론과 야당에 의해 쏟아진 수없는 의혹들은 자신은 그러한 주장과는 정반대로 살면서 특권과 변칙을 교묘하게 이용해 표리부동하게 처신해 왔음을 보여주고 있다.  

가족이 함께 투자한 사모펀드는 후보자의 명성을 이용한 관급 사업의 수주와 증여 가능성으로 눈총을 받고 있으며, 부친이 설립한 웅동학원의 채무변제와 소유권 이전, 위장 이혼, 탈세 등의 과정에서 법망을 피한 교묘한 재산 챙기기의 냄새가 짙다. 그 과정에서 조 후보자는 이사의 직위를 맡고 있어서 책임을 면키 어려워 보인다. 남들에게는 투기를 질책하면서 자신은 IMF 당시 경매 등으로 싼 가격으로 집을 두 채나 사들였고, 강남을 떠나라고 하면서 자신은 강남에 주저 앉았다.           

특권을 누린 변칙은 딸의 진학에 활용된 논문 작성의 조작에서 주렁주렁 들어났다. 고등학생이 이해하기도 힘든 대학(단국대) 논문 작성에 3주 동안 참여해 제1저자로 등재됐고, 고려대와 서울대 환경대학원의 결정적인 입시자료로 제출한 의혹이다. 또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에도 제출해 합격했으며, 그 학교에서 두 번이나 유급됐음에도 우수학생도 한 차례 받기가 힘든 장학금을 200만 원 씩 3 년에 걸쳐 6번이나 받은 의혹도 받는다. 본인과 여권은 의혹을 부풀리는 정치적 공세라지만 의혹이 너무 많아 가짜라는 보재기로 다 덮을 수 없을  정도다.

조 후보자는 '평등교육'을 주장하면서 본인의 자녀들은 외고와 특목고를 보냈고, 무리하게 스펙을 쌓게 해서 명문학교 교육을 시켰다. 조 후보자는 25일 기자들 앞에서 “당시 존재했던 제도를 따랐다”고 변명하면서 “제도에 접근할 수 없었던 국민과 청년들에게 마음의 상처를 줬다”고 제도를 핑계댔다. 그는 “나와 내 가족이 고통스럽더라도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는 말로 정면 돌파 의지를 고집한다. 그러한 태도는 지지층에게는 의미가 있겠지만 전국민에게 보내는 의사표현으로서는 적절치 않다. 다수의 국민들은 그의 법무장관 임명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의혹과 지탄의 중심에 선 조국 후보자의 말은 '가짜 뉴스'와 “위법이 아니다”로 압축된다. 그러나 법학자인 그는 법 조문에 매달려 다툴 생각만 하고, 법정신과 법철학은 나 몰라라 한다. 법무부 장관이 되려고 하는 인사가 법 조항을 낳게한 정신과 철학을 피해나가려 한다면 어떻게 한 국가의 법 질서를 바로세우고 발전시킬 수 있을까? 더구나 법 제도를 관장하는 국무위원이 자신의 처신으로 스스로 법정에 서게 된다면 그를 법 행정의 책임자로, 법조계의 지도자로 존중하겠는가?   

국회 청문회를 거치기 전에 이미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의 언어는 공허하게 들린다. 불교의 ‘구업’처럼 자신이 내놓은 말로 스스로를 구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라도 모든 것을 내려놓고 국민을 바라보고, 국민의 눈 높이에 맞춰야 정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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