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미국 위상에 어긋나는 트럼프의 일탈 정치
[송장길 칼럼] 미국 위상에 어긋나는 트럼프의 일탈 정치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8.20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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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8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이 8월 9일 오전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한미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쇼맨십 정치가 도를 넘고 있다. 세계 제일의 지도적인 국가원수로서의 품격과 기대를 걷어차고, 그가 말하는 미국 우선의 국가이익과 재선을 위한 인기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외적으로 좌충우돌, 중구난방의 정치행위를 서슴치 않아 리얼리티 쇼의 사회자 같은 인상도 지울 수가 없다. 윤리적으로는 그는 이미 눈밖에 난 정치인이라는 낙인이 널리 찍혀버린 게 현실이다.

국내적으로는 CNN과 뉴욕 타임스, 워싱턴 타임스 등 주요 언론 매체들과 원수처럼 갈등을 빚지 않나, 야당 의원들과도 대놓고 강도 높은 비난의 공방을 주고받지 않나 워싱턴 정가는 끊임없이 시끄러운 투우장 같다. 자기에게 비협조적이라고 언론과 야당을 존중하지 않고 몰아세우는 건 상당한 국민을 무시하는 꼴이다. 자신이 임명한 국무장관과 국방장관, 비서실장 등도 헌신짝처럼 내치고, 각료들과 참모들은 제쳐버린 채 화려한 원맨 쇼에 몰두한다.     

그가 애용하는 트위터는 그야말로 단순 소통을 위한 단말기이다. 발신자의 생각도 깊이있게 표현되지 않고, 수신자도 거두절미한 메시지만 대충 받아드린다. 합리적인 판단보다 일방적인 전달과 수용의 의미가 크다. 미국 대통령의 직무가 얼마나 엄중하고 파급효과가 큰데 아무리 편리하고 대중적이라고 하더라도 단편적이고 밑도끝도 없는 문자 메시지로 세계를 상대로하는 막중한 정치를 일삼는가. 그의 정치행위가 신중하지 못하고 선동성이 짙은 의도에 매달리고 있음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정책의 실행 방법도 전례없이 기이하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공약한 멕시코 국경의 장벽 건설이 민주당의 반대에 부딪히면 협상에 공을 더 들이거나 포기해야지 야당을 일방적으로 공격만 해서 얻을 게 없지 않은가. 미국의 경기가 최근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사태 등 세계시장의 불안으로 하강의 조짐을 보이자 연방준비위원회의 탓이라고 공개적으로 공격한다. 대통령이 통제할 수 없는 독립적인 연준을 계속 압박하는 일은 경제가 아무리 재선의 아킬레스 건이라고 하더라도 눈쌀을 찌푸리게 하는 월권이다. 그렇게 해서 금리를 내려 경기가 다소 회복돼도 속이 말짱한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는 데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가 취임 후 의욕적으로 벌인 법인세 인하 등의 경제정책으로 미국 경제가 상당히 순항했음은 인정된다. 셰일 가스의 덕도 있겠지만, 아무튼 경기의 호조로 올해 상반기만 해도 그의 재선 가능성이 많이 회자됐었다. 그러나 최근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경기의 불안감이 높아지자 그의 인기는 내려앉기 시작해 50%를 유지하다가 45%까지로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의 초조함은 여기서 비롯되는 듯 싶다. 최근에는 조 바이든 민주당 대선 주자와의 지지도가 38% 대 50%로 12%나 뒤진다는 조사결과도 발표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트럼프 대통령은 예측불가의 홍길동이나 돈키호테 같다. 세계의 주요한 국제기구인 유네스코와 파리기후협정을 일거에 탈퇴해 버리고, IMF와 World Bank, WTO에서도 빠져나오겠다고 으름장을 놓는다. 운영기금에 부담을 느낀다고 지도적 국가가 그렇게 계산에 매몰 돼 국제질서의 기둥을 이루는 기구들을 걷어찰 수 있느가?          

중국이 위협적인 사회주의 국가이고, 패권을 노린다는 위협을 느낀다고 해도 국제사회와 공조해서 전략적인 포석을 할 일이지, 관세와 지적재산권을 무기처럼 휘둘러 게임을 하듯이 치고, 어르는 방법은 좋은 매너가 아니다. 세계가 수긍할 큰 원칙을 제시하고 준수하도록 하지 않고 저잣거리의 협상처럼 큰 나라를 다룬다면 갈등이 높아짐은 물론, 세계경제의 질서도 불안해진다. 중국 수입품에의 관세도 25%라고 했다가 10%라더니, 이제는 또 협상의 여지를 내비친다. 그는 지나치게 국익만을 천착하다가 세계의 불황을 부른 지도자가 될지 모르겠다.   

트럼프 정치의 천박함은 주로 상업적인 게걸스러움에서 나온다. 그는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듯한 발언에서 동맹이 적보다 미국을 더 우려먹는다고 주장했다. 미국이 냉전 시대부터 중국과 러시아, 북한 등 북방 세력의 팽창을 막으려는 전략의 일환으로 한국과 일본, 필리핀, 호주로 이어지는 방어선을 유지하고 있는 사실은 전혀 안중에 없는 모양이다. 미국의 1년 예산은 1조 3000억 달러 가량의 규모이며 그 절반인 7000여 억 달러가 국방예산이다. 그 가운데 50억 달러 정도가  주한미군에 소요된다. 그 적은 부분을 그렇게 과장해서 표현하고 한국에 더 부담시키려고 안달이다. 현재 1조 3000 억여 원 정도인 주한 미군 주둔비의 한국 측 부담액을 한국이 5 조 원으로 껑충 올리기로 했다고 지레 주장하기도 했다. 올해의 분담금에 대한 한미 간의 협의는 아직 시작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국에 나간 미국 기업들의 회환과 외국자본의 유치에 혈안이 돼 있다. 일본과 한국 기업들의 투자에 거의 압박 수준의 노력을 펴고 있고, 한국의 롯데와 SK 등의 미국 투자에 환대가 대단하다. 미국이 노동시장의 문제로 제조업이 쇠퇴한 데 대한 몸부림으로 투자 유치에 공을 들이는 정책이 이해는 되지만, 투자 환경의 개선과 제조업 활성화를 위한 여건 조성보다 힘을 통한 물리적 투자 유치가 얼마나 도움이 될지 그다지 긍정적인 판단이 서지는 않는다. 

북미협상 방식도 정상적이지 않았다. 북한 핵을 폐기시키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 하지만 작은 나라를 상대로 하는 협상에서 외교의 매너를 벗어난 이벤트성이 짙다. “좋은 관계”라든지, “아름다운 편지를 받았다”든지 끊임없이 상대를 어르는 언행을 벌이는 것도 세련된 외교라기보다 기업들의 상행위처럼 보인다. 정교한 논의가 아니고 조급한 타협을 이룬 다음 공산주의자들이 자주 범하는 무효화 같은 엄청난 후유증이 불거지면 어떻게 수습할 것인가? 특히 요즈음 연이은 북한의 INF, 중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하는 듯한 태도는 한국인들의 깊은 우려를 낳고 있다. 그러면서도 방위비 증액과 호르무즈 파병 같은 무리한 요구를 하는 일은 전혀 미국답지 않다.     

한일 무역분쟁에 대한 무간여 태도도 한미일 협력 관계를 고려해서라도 지나치게 방관적이었다. 최소한 대화의 장이라도 마련해 타협을 주선하는 노력을 보였어야 했다. 내정 간섭이 아니고, 지역의 안보와 경제를 위해 필요한 자세다. 협력은 주고 받는 것이지, 일방적인 요구로는 이뤄지지 않는다. 한국은 사드 배치로 중국의 무자비한 보복을 당하고도 감수하지 않았는가. 물론 한국 측의 외교력에 미진함이 있다 하더라도 지도적 위치의 미국 대통령으로서 그렇게 분쟁의 조정에 소극적이었음은 일종의 직무 태만에 가깝다.    

미국은 기독교적 가치관을 바탕으로 지구촌의 리더를 자임하고 있다. 20세기 이후 자유민주주의 기수로서 국제정치를 이끌고 있다. 세계는 일부 사회주의 국가들과 이슬람 국가들을 제외하고는 그런 미국의 정신을 신뢰하고 따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의 정치는, 특히 미국 대통령은 이런 미국의 좌표와 위상에 맞게 건전하고 모범적인 행태를 보여야 한다. 리더가 신뢰를 잃으면 리더십은 빛을 잃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물론 미국도 국가주의를 아주 배제할 수는 없다. 더구나 20세기 후반부터 제조업 쇠퇴로 세계 제1의 부채국이 되어 고민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트럼프라는 기인이 러스트 벨트의 침체를 끌어내 미국 우선의 경제 정책을 내세워 기업인에서 일약 대통령 자리에 오른 이유도 거기에 있다.          

그러나 일단 대통령이 됐으면 지도자 품위를 지켜야 하고, 백악관의 전통과 문화를 존중해야 된다. 대통령의 행동거지에까지 구설에 자주 올라서야 그 막중한 직무를 어떻게 순조롭고, 빼어나게 수행할 수 있겠는가. 국가 경제에도 경제를 살리는 정책을 개발하는 데 집중해야지 재화를 끌어들이는 방식은 절대로 우호적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이 명심해야 할 일은 최소한 미국의 정신을 훼손하는 인물이 되어서는 안된다는 점일 것이다. 이제라도 세계 대통령의 격에 맞는 모습으로 정중하고 체계적인 언어와 행동, 정책으로 세계 정치의 귀감이 되어 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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