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젠더리스 사회 구현으로 노동 가치 인정 받아야”
[인터뷰] “젠더리스 사회 구현으로 노동 가치 인정 받아야”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8.06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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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년째 여성노동운동 활동가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여성성 강요하는 지독한 사회 편견에 일침…개인 능력 · 특성 인정받는 사회로 가야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여성경제신문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 여성경제신문

“여성 노동자들이 자신이 하는 일을 사랑하면서 살았으면 좋겠어요. 무슨 일을 하든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고 노동자로서 자긍심을 가질 수 있기를 바라죠”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21년째 여성노동운동을 펼치고 있는 활동가다. 대학교에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느꼈던 성차별에 문제의식을 느끼게 됐고 지금까지 여성노동운동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대학생 때, 기업에 추천서를 내고 취직을 하는 구조로 사회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여학생들은 여성이라는 이유로 추천서를 받지 못했다. 왜 여성은 안 되느냐고 취업담당 선배에게 질문한 적이 있는데 ‘여학생들에게 추천서를 주는 건 추천서를 버리는 것과 같은데 낭비할 필요가 있나’라는 대답을 들었다. 당시 기업에서는 여성보다 남성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선배의 말을 듣는 순간 여성이 사회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을 갖는 게 쉽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자연스럽게 여성노동과 관련한 일을 하게 됐다”고 여성노동운동을 하게 된 계기를 설명했다. 

◆'한국여성노동자회' 성 차별없는 노동시장 만들기 앞장서

한국여성노동자회는 1987년 창립됐다. 여성들이 자기 일을 갖고, 경제적 자립을 이뤄 노동을 통한 기쁨을 꿈꾸는 세상 만들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창설 이후 매년 3천여 건의 노동상담부터 여성노동 관련법 제·개정 운동, 사회인식 개선, 여성노동문제 사회 이슈화 등 여성의 노동과 삶을 바꾸는 현장을 만들어왔다. 여성노동자회는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 가치를 인정할 수 있는 사회를 도모한다. 

배 대표는 “한국여성노동자회는 여성 노동자에 대한 전적인 지원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여성노동자회는 운영 초기 자녀를 출산한 뒤 다시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여성들이 육아의 부담을 덜 수 있도록 ‘어린이집’을 법적으로 만들어냈다. 이전에는 여성노동자회에서 자체적으로 어린이집을 운영해 여성 노동자들을 도왔다. 창립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시행하는 활동은 상담이다. 여성노동자들이 현장에서 겪는 차별을 상담을 통해 듣고 정책을 요구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또 사회에 만연한 채용 성차별 문제를 근절하기 위해 원인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데 힘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움을 요청하는 여성노동자의 곁에는 항상 배 대표가 있었다. 그는 여성노동자회를 찾아온 수많은 여성노동자로부터 도리어 큰 힘을 얻는다고 말했다. 배 대표는 “지난 2016년 김포공항 청소노동자 투쟁이 있었을 때 청소노동자들에게서 큰 감동을 받았다. 그들은 청소일을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과 달리 자신들의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었다. 그들에게 오랜 투쟁과 노동 차별에 힘들지 않느냐고 질문했었는데 ‘힘들어도 내 삶이고 내 일터이기 때문에 싸움을 이어갈 것’이라는 대답을 들었다. 88cc 골프장 경기보조원들도 인상적이었다. 이들은 장기투쟁에도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다. 조합 탈퇴서만 작성하면 복직을 시켜준다고 했지만, 그들은 일터에서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되기까지 조합원으로서 활동할 것이라는 신념을 지켰다. 여성노동자들을 지원하는 위치에 있지만 현장에서 만난 여성 노동자들에게 도리어 큰 힘을 얻는다”고 전했다.

◆개인의 능력·특성 존중받는 '젠더리스' 사회 돼야

여성노동자회는 여성노동자의 권리를 보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여성인권운동’까지 범위를 넓혀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배 대표는 “여성노동운동과 여성인권은 같은 뿌리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여성들은 전시상황에 사는 것이나 다름없다. 밤길을 두려워하는 것은 물론 화장실도 안전하게 이용하지 못하는 게 여성인권의 현주소다. 한 여성으로부터 사내 성차별 피해 제보를 받은 적이 있다. 해당 여성은 입사 동기들 중에 남성동기들은 존댓말을 듣고 자신을 비롯한 여성동기들은 반말을 들었다며 여성동기들을 향한 반말은 폭언이 됐고 폭언은 곧 성희롱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여성을 남성보다 열등하다고 보는 사회적 분위기로 인해 이 같은 일이 끊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배 대표는 ‘젠더리스’ 사회를 꿈꾸고 있다. 젠더리스 사회는 성별에 구애받지 않고 개개인의 역량을 존중하는 사회를 말한다. 그는 “내가 어떤 일을 잘하고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가 중요한 사회가 돼야 한다. 여성은 섬세하고, 남성은 듬직해야 한다는 해묵은 프레임을 깨고 개개인의 능력과 특성이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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