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한국영화 100년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어떻게 달라졌나'
[르포] 한국영화 100년 '영화 속 여성 캐릭터들은 어떻게 달라졌나'
  • 문인영 기자
  • 승인 2019.07.29 16: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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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 오는 10월13일까지 무료 관람
'자기 욕망·본능에 충실하면 나쁜 여자인가' 화두 던져

 

25일 서울 마포구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문인영 기자
서울 마포구 상암동 한국영화박물관에서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기획전이 열리고 있다. /문인영 기자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기획전 관람을 위해 서울 마포구 월드컵북로 400 한국영상자료원 1층에 위치한 한국영화박물관을 29일 찾았다. 한국영화박물관은 우리에게 대중문화로 자리 잡고 있는 영화가 어떻게 탄생했는지, 어떻게 변화했는지 등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40평 남짓 되는 작은 전시장을 들어서자 영화음악이 흘러나오고 입구 오른편 벽을 둘러싼 4개의 스크린에서는 대사없이 영상만을 짧게 편집한 영화들을 상영하고 있었다.

조소연 큐레이터는 “베티 데이비스라는 여배우가 ”남자가 자신의 의견을 피력하면 그건 남자다운 것이고, 여자가 자신의 의견을 주장하면 몹쓸 여자가 된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과거 영화계가 감독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스텝도 남성이기 때문에 왜곡된 여성의 모습이 많다. 자기 욕망, 본능에 충실하고, 의지를 표명하면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위험한 여자로 치부되어 왔다”며 이번 전시 기획의도를 설명했다.

이어 “영화 페미니즘 관련 전문가 6명과 함께 기획회의를 하면서 주제를 6가지로 정했다.  인물 중심이 아니라 캐릭터가 시각적으로 잘 드러나게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전시는 6가지 주제의 개별 섹션과 1개의 미디어아트 섹션으로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불온한 섹슈얼리티’, ‘위반의 퀴어’, ‘초-능력’, ‘비인간 여자’, ‘법 밖에 선 여성’, ‘엄마의 역습’ 등의 6개의 주제와 미디어 아트 섹션인 ‘여인의 초상’ 등이다.

전시장을 들어서자마자 ‘불온한 섹슈얼리티’섹션을 만나볼 수 있었다. 양주남 감독의 1936년작 ‘미몽:죽음의 자장가’는 현존하는 가장 오래 된 한국 영화이며 6번째 발성영화인데, 자신의 욕망을 드러낸 애순(문예봉)을 단죄하는 것으로 결말짓는다. 섹슈얼리티를 전면에 내세우는 여성 캐릭터는 매혹적이지만 결국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한다는 영화사적 교훈을 담고 있다.

섹슈얼리티를 내세운 영화와 대표적인 캐릭터는 1958년작 신상옥 감독의 ‘지옥화’에서 양공주 소냐(최은희), 1954년작 한형모 감독의 ‘운명의 손’에서 북한 공작원 마가렛(윤인자), 한형모 감독의 1956년작 ‘자유부인’에서 바람난 교수부인 오선영(김정림), 1960년작 김기영 감독의 ‘하녀’(이은심), 1967년작 김수용 감독의‘사월’(도금봉), 1985년작 이두용 감독의 ‘뽕’의 안협네(이미숙) 등이 있다. ‘악녀’나 ‘팜프파탈’로 불리는 이 영화들 속 여성 캐릭터들은 자기애적 정체성을 표현하기 위해 섹슈얼리티를 ‘불온’하게 사용한다. 이들 영화는 남성 중심의 시대상을 반영했다. 이들은 남성을 넘어서고 공동체의 윤리를 넘어설 때 응징당한다.

1990년대 이후 여성인권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이 높아지고, 여성 감독과 여성 스텝이 많아지면서 남성 중심이던 영화 산업 시스템이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1998년작 임상수 감독의 ‘처녀들의 저녁식사’나 2003년작 ‘바람난 가족’을 보면, 여성의 섹슈얼리티는 더 이상 불온한 것으로 표현되지 않으며 더 이상 처단의 대상이 아니다.

조소연 큐레이터는 “이 전시를 통해 관람객들이 여성을 역동적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영화에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더 많은 개성 있는 여성 캐릭터가 출현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여성 캐릭터로 보는 한국영화 100년 전, 나쁜 여자, 이상한 여자, 죽이는 여자’ 기획전은 오는 10월 13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매주 월요일은 휴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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