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성공할까?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은 성공할까?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7.30 10: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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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를 떠나기 앞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의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를 떠나기 앞서 조국 전 민정수석이 지난 26일 오후 춘추관에서 노영민 비서실장의 신임 수석 인선안 발표를 듣고 있다./연합뉴스

청와대를 떠난 조국 전 민정수석이 법무부 장관에 임명될 것 같다. 내정설이 유력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정치 행태로 보아 국회 청문회와 관계 없이 입각은 기정 사실로 여겨지고 있다. 원리 대로라면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필요하다고 보는 인사를 기용해 국정에 보좌를 받겠다는데 반대할 일은 아니다. 그러나 대선 후보 시절부터 마음에 두었다고, 코드가 맞는다고 정치적, 사법적인 우려를 무릅쓰고 각료의 임면을 정의적, 또는 대국적이 아닌 소신에 치중해 강행한다면 순리도 아니고, 심각한 부작용도 걱정된다.            

각료는 청와대 비서와는 격이 다른 헌법기관이다. 막중한 국사를 논의하는 국무위원이고, 휘하 부서를 지휘해서 정책을 입안, 실행하는 국정의 중책이 부여된다. 국무회의에서 실세로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도 있고, 장관의 말 한 마디, 서류 한 구절에 국민의 삶과 나라의 형편이 크게 좌우된다. 어디라고 중요하지 않은 부서가 없겠지만, 법무는 특히 국민의 활동 반경과 사회 질서를 규정하는 국가 규범을 쥐락펴락할 수도 있는 중요한 직무이다. 서슬이 퍼런 권력기관인 검찰을 지휘할 뿐 아니라, 전체 사법계에 음양으로 영향력이 크다. 정교하고 건전한 규범의 유무와 기능은 공동체의 안전과 평화, 활기에 결정적인 요인이며 바로미터가 아닌가?  조국이란 인물은 누구인가?         

그는 파격의 대명사다. 우선 서울법대 교수로서 진리를 탐구하고 청년들을 교육시키는 상아탑에  근거지를 두고서 정치 행위를 자주 벌였다. 두드러진 폴리페서였다. 민주당의 전신인 새정치 민주연합의 혁신위원으로 활동했고, 정치색이 짙은 진보적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운영위원이었으며, 정치인 못지 않은 정략적인 발언도 구비구비에 쏟아냈다. 학자들도 국가를 위해 연마한 지식을 국가 운영에 일조하는 것은 자연스런 일이다. 그러나 교육자가 캠퍼스에 발을 딛고 서서 내놓고 정치 행위를 한다면 상아탑은 세속의 이해에 섞여 부식해 들어가고, 나라의 미래인 학생들은 정치공학에 오염된다.         

조국 전 민정 수석이 재임 당시 주어진 업무를 바르고 철저하게 수행하지 못했다는 지적은 야권만의 주장은 아니다. 주임무인 인사 검증의 미흡으로, 또는 경시로 국회 청문회를 통과하지 못한 장관급 인사의 수가 16명으로 역대 최다였다. 청문회 결과를 불문하고 대통령이 고위 공직자의 임명을 강행하게 해 청와대에 정치적 부담을 주었다. 원래 대통령의 뜻이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대법원장과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을 두 단계 씩이나 위계를 뛰어넘는 파격 인사를 단행하게 해  법조계의 질서에 충격을 주었다. 그 외에도 중앙선관위의 실권자인 상임위원과 헌법재판관, 대법관의 임명에서 우리법연구회  출신 등 진보적 인물들을 편중 임명하는데 조역해 보수진영의 반발을 일으켰다. 궁국적으로는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지만 보좌하는 소관 참모의 역할도 적지 않다.    

휘하의 중급 비서관이 군참모총장을 민간 음식점으로 불러냈고, 그러다가 기밀서류도 분실했다. 한 부하는 정부의 블랙 리스트에 청와대의 개입이 있었다는 공익제보로 관계 장관이 사퇴하는 등 정관계를 뒤흔든 태풍급 물의도 빚었다. 본연의 임무 중 하나인 청와대 친인척 관리에서 대통령 딸의 부동산 정리와 해외 이주의 의혹도 불거졌다. 이런 문제들은 직무 과실의 책임이 무거운 사안이지만 대통령의 신임으로 잠재워졌다는 평판을 받았다.       

그의 SNS 정치는 괴이했다. 조용히 대통령을 보좌할 비서가 심심하면 독자적으로 야권을 힐난했다. 대통령의 비서가 헌법기관인 국회의원과 정당을 상대로 시비나 싸움을 벌일 수 있는가? 일본이 백색국가 지정을 풀겠다고 밝히자 SNS 에 폭풍처럼 민족주의를 선동하는 문구를 올렸다. “대법원의 일본 징용보상 판결을 반대하면 친일파”라는 프레임으로 다른 의견들을 덮어씌워서 친정인 서울법대 교수들까지 집단으로 비난하고 나서는 일을 당했다. 일본군과 싸웠던 동학군의 노래 ‘죽창가’를 부르자는 식으로 반일 감정을 부추키기도 했다. 분명히 자연인 조국의 사적인 활동이 아니고, 청와대 고위 참모의 분별 없는 탈선이었다. 사사로운 일이라든지 평범한 소재도 아니고 국가의 중차대한 이해가 걸려있는 심각하고 예민한 외교 문제였고, 민족감정만으로는 풀 수 없는 복잡다단한 경제 문제였다. 

외교부나 산업통상자원부 등 공식 기구에서 전문성으로 심도있게 논의해서 해당 당국자가 신중하게 발표해야 할 일을 그렇게 대중을 선동하고 나섰음을 국제사회가 어떻게 보았을지 부끄러운 일이다. 그는 전문가도 아니고, 정치인도 아니지 않은가. 비판의 소리를 들어도 우겨서 선동 정치를 이어갔고, 청와대를 나와서도 숨을 고를 겨를도 없이 SNS 통해 국민을 친일과 반일로 가르는 대중정치를 폈다.          

 조국 전 수석은 적폐청산이 자신의 소임임을 밝힌 적이 있다. 검.경 개혁도 그의 주도로 이뤄지고 있음을 대통령도 시사했다. 그렇다면 적폐청산의 대상이 진보냐 보수냐에 따라 공정하지 못했다는 비판에 그는 진영논리를 떠나서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검경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위한 패스트트랙으로 국회가 파국으로 치달았다는 야권의 주장에도 반격이나 변명, 주장이 아닌 진솔하고 합리적인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그가 봉직한 청와대는 여권이나 그에 동조하는 사람 뿐 아니라, 모든 국민의 대표기관이자 통치기관이기 때문이다. 내용의 옳고 그름도 객관적으로 엄정히 따져야 하지만, 조국 전 수석은 자신이 주도해서 일어난 논쟁과 그 추진 과정에서 일어난 나라 운영의 파행에 책임 의식을 가져야 한다.   

그럼에도 그는 민정 수석 퇴임의 변으로 격무로 일한 성과를 자찬하면서 자신에 대한 “비판과 야유를 보낸 야당과 언론을 존중한다”는 야릇한 표현만을 남겼다. 사과로 보기에는 진정성있게 들리지도 않았고, 그의 표현 대로 반대 의견에 대한 “야유”이었는지, 다가올 청문회를 의식한 쐐기 박기인지 애매했다.        

법은 입안과 집행에서 다른 분야보다도 더 엄격해야 되고, 그래야 권위가 선다. 신뢰가 떨어지면 법 체제는 취약해지고 흔들린다. 자연과학에서 하나의 예외라도 있으면 이론이 성립되지 않듯이 법체계에서도 일부 일탈은 전체를 훼손한다. 사법의 상징인 평형은 기울어지며, 또 다른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게 된다. 국가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불행한 일이다. 그런 기준으로 볼 때 조국 전 수석은 법무 장관의 재목으로서는 지나치게 정치적이다. 정치가 법 위의 개념이라 하더라도 원칙보다 정치를 앞세워 법을 다루면 법은 혼란스러워지고 경계선이 무너지거나 뚫린다, 조국 법무의 장래가 우려되는 이유다.       

문재인 정부에서 그가 민정 수석으로 일하면서 정치적 입장에 따라 편향된 사법적 판단을 내리는데 상당한 입김을 불어넣었을 것이라는 평판은 많이 퍼져있다. 사람들의 태도 표명과 인식하고 있는 것은 다를 수 있어서 표면화되지 않았다고 무탈한 건 아니다. 그가 주역을 맡은 적폐 청산에 피로감이 지적되고 있는 것도 그에게는 부하적이다. 청와대가 엄선해서 초청했을 사회 원로들이 적폐청산의 부작용을 지적하자 대통령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인 일도 그에게 결코 유리한 크래딧이 아니다.           

조국 전 수석은 사법고시를 통과한 법조인 경험이 없다. 말하자면 고시 출신들로 층층이 조직된 법조계의 열외 인사이다. 내부가 아니고 외부 인사로 검찰 개혁을 이루겠다는 발상은 낯선 도구를 들이대서 저항을 정면으로 돌파하겠다는 소리로 들린다. 대법관을 거치지 않은 지방법원장을 대법원장에 앉힌 논리와 일맥 상통한다. 국외자로 하여금 내부를 혁신하겠다는 구상이 편가르기에 그치지 않고 얼마나 순수하게 결실을 맺을지 의문을 제기하는 시각이 많다.    

조국 전 수석은 법무장관으로 임명된 뒤 4~5개월이 지나면 올해 말 쯤의 개각 때 사퇴해서 내년 총선에 부산에서 출마하리라는 예측이 회자된다. 일종의 경력 관리용으로 장관을 시킨다는 것이다. 대통령이 인사권을 그렇게 가볍게 행사하지는 않는다고 보지만, 만일 사실이라면 권한의 남용이라는 비난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조국 전 수석이 사법개혁과 적폐청산을 마무리할 적임자라는 의도된 태그를 떼고 차라리 아예 정치권 진입을 준비한다면 비판의 예각은 피할 수 있을 지 모른다. 조국 전 수석은 민정수석 자리에서 물러나면 학교로 돌아가겠다고 밝혀 왔다. 또 야구 구단장이 꿈이라고도 말했다. 그 공언을 지키는 것이 그를 위해서도, 정권을 위해서도, 정부를 위해서도 가장 무난한 선택일 것이다. 굳이 정계 입문을 위해 법무부 장관 자리를 꿰차려 한다면 국회 청문회 과정에서 야당에 의해 난타 당할 것이고, 여권 안에서도 스멀거린 일부 부정적인 움직임의 극복에도 신경 쓰일 것이다. 청와대에도 편향적인 인사를 계속 강행한다는 지적으로 심각한 부담을 줄 것이다. 결기와 자신감으로 돌파하겠다는 생각은 일종의 만용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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