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은연중 취재기자 압박…뷰티기업 '아모레'의 민낯
[기자수첩] 은연중 취재기자 압박…뷰티기업 '아모레'의 민낯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07.24 18: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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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신용산 사옥은 22층으로 그 규모가 크고 외형이 독특해 이 지역에서 가장 존재감이 있는 건물 중 하나다. 그런데 아모레 사옥 뒤편 도로변에 걸린 검은 현수막/여성경제신문
아모레 사옥 뒤편 도로변에 걸린 검은 현수막들/여성경제신문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100에 위치한 ‘아모레퍼시픽’의 신용산 사옥은 22층으로 그 규모가 크고 외형이 독특해 이 지역에서 가장 존재감이 있는 건물 중 하나다. 그런데 아모레 사옥 뒤편에는 사람이 죽었을 때나 볼 수 있는 검은 현수막이 반년가량 걸려있어 을씨년스럽다. 도대체 어떤 사연이기에 그런가 싶어 기자는 열흘이상 취재를 했다. 현수막 글씨는 ‘죽은 자 묘지가 아모레 명당이네’, ‘가게 지키려다 유명을 달리했네’ 등의 섬뜩한 문구였다.

현수막을 건 A씨를 만나 사연을 들어보았다. A씨의 언니B씨는 30여 년간 용산 일대에서 옷가게를 운영했던 사람이다. 아모레퍼시픽 사옥의 확장 재건축으로 인한 피해 보상 문제로 회사 측과 다투다가 언니B씨가 사망하고 어머니까지 실명하게 됐다는 한 가족의 비극적인 이야기였다. 

A씨는 지난 2월부터 서울 용산구 아모레 본사 건물 뒤편 도로에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아모레로부터 사과를 요구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A씨는 “언니와 함께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회장님 집을 찾아가 생계 대책을 호소하고 있던 중, 때 마침 지나친 아모레 회장님 승용차와 충돌할 뻔했고, 그로 인해 크게 놀랐던 언니는 집에 돌아왔지만 하루를 못 넘기고 숨을 거뒀다”며 문제의 차량 사진과 함께 당시 상황을 상세하게 설명했다.

아모레측은 이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수차례 아모레에 연락을 시도한 끝에 아모레 관계자는 현수막과 관련한 사실관계를 확인해 주었다. 그는 “사망하신 분이 원래 지병이 있다고 들었고, 해당 사건이 저희와는 무관하다 보니, 이에 대응할 사안이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사망자 B씨의 지병 여부를 어떻게 알았는지 묻는 질문에는 그는 “이웃 상인을 통해 들었다”며 “해당 상인에 대한 개인 신상정보는 제공할 수 없다”고 말을 흐렸다.

아모레는 A씨를 명예훼손으로 고발해, 현재 법원에서 심리가 진행중이다. 언니의 지병설과 관련해 A씨는 “언니는 생전에 아무 이상 없었다. 고혈압도 없었다”고 반박했다. A씨는 ‘언니 건강이 이상이 없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진료기록을 열람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기자의 여러 질문에 답변을 차일피일 미루던 아모레 관계자는 지난 22일, 23일 이틀에 걸쳐 직접 전화를 걸어와 해당 기사가 언제 올라오는지 재차 확인하려했다. 

아모레 측을 취재하던 중 아모레 법무팀이 시위자 A씨에 대해 추가적인 손해배상과 가처분 등을 검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계속된 취재에 아모레 측은 ‘본사 관계자 실명이 기사에 올라가느냐?’ ‘기사가 3시쯤 올라가느냐?’ ‘이렇게 나오면 곤란해 가지고 없는 스토리가 나오다보니 저희(홍보팀)도 기사 올라오면 같이 확인하겠다’라고 말했다. 은연중 기자를 압박하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기자는 기사작성을 위해 다각적으로 취재했고 그 과정에서 관련 문서와 사진, 인터뷰 녹취물 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아모레의 언론대응은 대기업답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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