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 본사 뒤편에 걸린 검은색 현수막의 슬픈 사연
아모레퍼시픽 본사 뒤편에 걸린 검은색 현수막의 슬픈 사연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07.23 15: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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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 주장하는 A씨 “언니가 가게 지키려다 유명을 달리했다”
아모레 측 “회장님 차가 위협을 가해 돌아가신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
지난 22일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뒤편에 현수막이 설치 돼 있다. / 김여주 기자
지난 22일 용산구 아모레퍼시픽 본사 뒤편에 현수막이 설치 돼 있다. / 김여주 기자

 

“대기업 권력으로 삶의 터전 몰아내고, 사람 죽여 놓고 증거 대라고 한 아모레에게 시위로 표현할 수밖에 없는 힘없는 저희 사회적 약자들이 억울함이 없도록 정의롭게 살펴 판단해 주시기를 간곡히 바랍니다”

이는 아모레퍼시픽(아모레)으로 인해 언니가 사망했다고 주장하는 시위자 A씨의 호소문에서 원문 그대로 인용한 글이다. 그는 지난 2월부터 서울 용산구 한강로100 아모레 본사 건물 뒤편 도로에 자신들의 억울한 사정을 알리는 현수막을 게시하고 아모레로부터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검은색 현수막 문구는 ‘죽은 자 묘지가 아모레 명당이네’, ‘가게 지키려다 유명을 달리했네’ 등 한눈에 봐도 섬뜩하고 자극적이다.

A씨는 “작년 아모레 회장님 밴 승용차가 위해를 가해 친언니가 사망했고 이로 인해 현수막도 붙이게 됐다. 지난 2월 25일부터는 언니 추도식을 겸해 이렇게 거리로 나와서 시위를 하게 됐다”며 현수막을 내건 사연을 말했다.

그는 2018년 2월 24일 사건 당시를 회상하며 “아모레가 본사 사옥을 짓는 과정에서 저희 언니가 30년 지켜온 자신의 옷가게가 철거로 내쫓기게 되자 회장님 집을 찾아가 생계 대책을 호소하고 있던 중 때 마침 지나친 아모레 회장님 승용차와 충돌할 뻔했고 그로인해 크게 놀랬던 언니는 집에 돌아왔지만 하루를 못 넘기고 숨을 거뒀다”고 주장했다. 이어 “언니가 죽고 나서 아모레는 사건에 대한 어떤 수습도 하지 않았다”고 분노했다.

A씨는 “회장 집 담 벽을 끼고 언니하고 나하고 일렬종대로 서 있었는데 아모레 회장 승용차 중에 대형 밴이 기습적으로 뒤에서 각도를 좁혀 들어오면서 그 밴 승용차와 벽 사이에 직접 접촉은 없었지만 틈에 끼는 정도로 갇히게 됐다”며 “언니는 제 앞에 있으니까 담 벽과 승용차 사이가 더 좁은 각도였고 언니 뒤에 있는 난 좀 더 넓은 각도였다. 당시 언니는 쇼크 상태였고 난 너무 놀라 뒤로 빠져나왔다”고 사고 상황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는 “사고 직후 언니는 새파랗게 질린 모습이었고 이러다가 정말 사람 죽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연락이 안 돼 119를 불러서 언니 집 문을 뜯고 들어갔더니 언니가 이미 죽은 상태였다고 눈물을 글썽거렸다. A씨 어머니는 이에 충격을 받아 쓰러졌고 급기야 실명까지 했다고도 했다.

그는 “2018년 10월 쯤, 아모레 관계자와의 전화통화에서 ‘뭘 원하느냐, 얼마를 원하느냐’고 묻기에 사람 목숨을 돈으로 얘기하는 거냐, 돈은 필요 없으니 유족에게 사과 먼저하고 위로해야 하는 거 아니냐”면서 전화를 끊은 바 있다.

A씨가 공개한 호소문 / 김여주 기자
A씨가 공개한 호소문 / 김여주 기자

 

그는 이어 “지난 2월 현수막을 내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경찰서에서 명예훼손 관련으로 출석하라는 연락이 왔다”고 밝히고 “아모레 측은 지난 5월 내용증명을 통해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고 명예훼손 추가 고소와 가처분 신청을 할 수도 있다고 위협했다”고 덧붙였다.

아모레 관계자는 이와 관련, 본보와의 통화에서 “본사 건설과정에서 주변 상인 피해 보상 건을 진행했는데 협상이 되지 않은 분들 가운데 지병으로 돌아가신 분이 있었던 것 같다. 상인 피해보상 금액차이로 협상이 잘 이뤄지지 않아 현수막이 내걸린 것으로 확인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어 “회장님 밴 승용차가 위협을 가해 돌아가신 건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원래 지병이 있다고 들었고, 저희와 무관하다 보니 이에 대해 대응하고 말고 가 아닌 것 같다”고 설명했다.

아모레측은 명예훼손으로 A씨를 고소한 사실은 인정했다. 아모레측은 이에 대해 “회장님 승용차가 위협을 가한 적도 없는데 당황스럽다. 저희는 원만하게 협의를 보려 하고 있고, A씨를 제외한 다른 분들과는 원만하게 해결을 봤다”고 해명했다. 이와 함께 아모레 관계자는 “가능하면 A씨와도 협의를 계속할 예정”이라는 뜻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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