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차별 없는 세상,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소중”
“성 차별 없는 세상,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더 소중”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7.22 18: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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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가 전하는 한국 여성인권 현주소
'가정폭력' 명칭 최초 사용…1983년 설립 여성인권 관심이끈 여성단체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많은 사람이 함께 성차별 문제를 지적하고 같은 목소리를 낸다면 ‘차별 없는 세상’이 더 빨리 오지 않을까 싶어요. 한국여성의전화가 여성 문제에 대한 여러 사람들의 목소리를 모으는 죠”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는 성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여성인권운동을 이어가고 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사회에서 차별받는 사회 구조적인 모순을 바로잡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처음으로 여성주의에 관심을 갖게 된 건 대학생 때였고, 졸업 이후 여성단체 간사로 일하면서 여성인권문제와 직면하게 됐다. 첫 사회생활부터 여성단체 일원으로 일했고 지금까지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80년대 당시 민주화만 이루면 모든 게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던 사람들은 정작 여성들을 외면하는 경우가 빈번했는데, 여성인권문제를 같이 해결하지 않고 외치는 민주화는 완전한 민주화가 아니다. 그래서 여성인권운동을 시작했다”고 활동 계기를 설명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1983년에 설립된 여성단체다. 단체는 사회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는 여성 대상 범죄와 관련해 처음 문제를 제기했다. 고 대표는 “설립 당시 아무도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강간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을 때 상담센터를 열어 피해상담을 진행했다”면서 “가정에서 일어나는 폭력도 사적 영역으로 취급됐는데 한국여성의전화에서 ‘가정폭력’이라는 단어를 처음 사용해 여성 인권에 대한 관심을 모으는 데 기여했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는 당시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여성인권을 본격 거론했고 여성이 겪는 수많은 문제가 개인이 아닌 사회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을 우리 사회에 알려왔다. 여성의전화는 각종 범죄로 피해를 본 여성들을 위한 상담센터, 사회인식개선사업, 피해자에게 불리하게 적용되는 법제도 개선 운동, 당사자 운동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여성도 함께 잘 살자는 취지의 사회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고 대표는 “현행 가정폭력처벌법은 피해자 인권보다 건강한 가정 유지에 그 목적을 두고 있다”며 “여성 범죄와 관련한 법들 가운데 피해자의 권리를 우선하는 법이 많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스토킹 처벌법 개정의 필요성도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스토킹 피해 여성들이 겪는 고통에 비해 가해자 처벌 수위가 터무니없이 낮아 스토킹 범죄를 근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고 대표는 “스토킹 처벌은 범칙금 8만 원이 고작”이라면서 “처벌법 개정이 이뤄질 때까지 지속해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외에도 성폭력 특별법, 강간죄구성요건 등 피해자 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않는 법 제도를 개선하기 위해 기자회견, 토론회 등을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 

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체계적인 지원 시스템을 자랑한다. 가정폭력 피해여성이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공간인 쉼터를 마련했고 피해 여성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고 대표는 “쉼터 설립의 목적은 치유와 저항이다. 피해 여성들이 집에서 나왔다는 것은 ‘더는 폭력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저항심이 행동으로 이어진 것이다. 하지만 입소 기간에 제한이 있어서 가정폭력의 현장이었던 집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문제가 있다. 피해 여성들이 경제적, 정서적으로 자립이 가능해지면 다른 선택의 여지 없이 집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여성의전화는 가정폭력 피해여성들이 온전히 자립할 수 있도록 피해자의 적성, 요구 등 특성을 반영한 자립 프로그램과 직업교육훈련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교육 참가를 진행하고 있다. 또 보호시설에서 퇴소할 경우 1인당 500만 원 내외의 자립지원금을 지원한다”고 말했다.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고미경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와 활동가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한국여성의전화 제공

고 대표는 ‘1인 가구 여성 범죄’가 잇따라 발생하는 것은 여성 안심정책이 도리어 여성들을 범행 대상으로 인지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성 안심정책은 안전하지 못한 우리 사회에서 필요하지만, 오히려 안전하지 못한 지역이라고 낙인을 찍을까 봐 우려된다”며 “모든 공간이 성 평등하고 안전한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또 고 대표는 여성을 타깃으로 한 범죄가 증가하는 현상과 관련해 ‘제대로 된 처벌을 내린 선례’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고 장자연 사건 등 풀리지 않은 중대한 사건들이 조속히 해결돼야 한다. 현재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뇌물죄로만 기소된 상태인데,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 같은 종류의 범죄가 계속 발생한다. 이슈화된 사건들이 정의롭게 해결되는 선례를 남겨야 비슷한 범죄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고 대표와 여성의전화는 많은 사람이 함께 손을 잡아야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전했다. 고 대표는 “100만 명 정도의 사람들이 함께 여성차별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면 큰 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믿는다. 미투운동을 시작으로 많은 여성이 부당함들을 폭로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열 걸음보다 열 사람의 한 걸음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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