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회 칼럼] 여자와 북어는…
[김영회 칼럼] 여자와 북어는…
  • 김영회(언론인)
  • 승인 2019.07.19 17:3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갑룡 경찰청장이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총수 회담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사건과 관련, 유감을 표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민갑룡 경찰청장이 또 람 베트남 공안부 장관과의 치안총수 회담에서 베트남 결혼이주여성에 대한 가정폭력사건과 관련, 유감을 표명하고 엄정한 수사를 약속하고 있다. /연합뉴스 사진

 

베트남 아내 폭행사건은
남존여비 사상의 잔재,
삼종지도에 칠거지악
훠이, 훠이 날려 보내야

전라남도 영암에서 30대 한국인 남편이 베트남 출신 아내를 갈비뼈가 부러질 정도로 무지막지하게 폭행한 사건은 우리나라 가정 폭력의 뿌리가 얼마나 질긴가를 보여 준 수치스러운 단면이었습니다. 그것도 두 살짜리 어린 아이가 보는 앞에서 권투선수가 샌드백을 치듯 주먹을 휘둘렀다는 소식이고 보면 명색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나라의 후손으로서 아연 실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그것은 베트남 여성이라서가 아니라 “남자는 존귀하고 여자는 비천하다”는 남존여비(男尊女卑)라는 유교문화의 산물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505년간 이어져 온 조선의 역사를 통틀어 우리의 할머니, 그 할머니의 할머니들이 겪어온 수난이 얼마나 혹독했던가를 보여준 부끄러운 사건임이 분명합니다.

2천 여 년 전 중국에서 규정된 남존여비 사상은 여성은 남성의 부속물이라는 구시대의 잘못된 관념이 21세기가 된 오늘에까지 전해져 오는 것에 다름 아닙니다. 삼종지도(三從之道)라는 도덕규범이 있었습니다. 삼종이란 “결혼하기 전에는 아버지를 따르고, 결혼해서는 남편을 따르고, 남편이 죽으면 아들을 따라야한다”는 엄격한 법도입니다.

유교경전인 ‘예기(禮記)’에 적혀있는 이 글은 지켜도 되고 지키지 않아도 되는 것이 아니라 여성이라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강요사항이었습니다. 남자와 여자를 하늘과 땅으로 구분할 만큼 성 차별이 심했던 과거, 여자는 평생을 가족인 남성에 종속되도록 규정한 것이 바로 삼종지도입니다.

남수여종(男帥女從), “남자는 이끌고 여자는 따른다.” 부창부수(夫唱婦隨), “남편이 주장하면 아내는 따른다.” 모두가 남성제일주의의 강요된 예법입니다. 그러지 않고 여자가 주장을 하면 “암탉이 울면 집안이 망한다.”고 엄격하게 이를 배척했고 “여자는 재능이 없는 것이 덕(德)이라고 거꾸로 재주 있음을 오히려 백안시했습니다.

칠거지악(七去之惡)도 유교의 악폐 중 하나입니다. 조선시대 아내를 내 쫓을 수 있는 일곱 가지 구실이 있었으니 이것이 곧 칠거지악입니다. ▷시부모에게 순종하지 아니하는 것(不順舅姑), ▷자식을 낳지 못하는 것(無子), ▷행실이 음탕한 것(淫), ▷질투하는 것(妬), ▷나쁜 병이 있는 것(惡疾), ▷수다스러운 것(多言), ▷도둑질을 하는 버릇盜癖)이 있으면 내쫓을 수 있도록 관습법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 중에도 일말의 양심은 있었던지 일곱 가지 내쫓는 허물에서도 예외가 있긴 했습니다. 삼불거(三不去). 첫째 ▷갈 곳이 없는 경우(有所取無所歸不去), 둘째 ▷함께 부모의 삼년상을 치른 경우(與共更三年喪不去), 셋째 ▷장가들 때 가난하였으나 뒤에 부자가 된 경우(前貧賤後富貴不去) 등은 쫓아 내지 못하였습니다. 우리가 평소 조강치처(糟糠之妻)라 함은 술지게미와 쌀겨를 함께 먹는다는 말이니 지난 날 가난을 함께 한 아내라는 뜻입니다.

자고로 여성은 법도에 정한 의무와 정신적 성실성을 바쳐야 했습니다. 즉 아버지에게는 효와 공경의 의무를, 남편에 대해서는 정절과 신의의 의무를 가져야 했던 것입니다. 이로부터  여자는 반드시 남자를 따라야 하는 여필종부(女必從夫)가 여성의 이상적인 모습이 된 것입니다.

여자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 때려야한다는 말이 있었습니다. 옛날 통으로 말린 북어는 조리 전 방망이로 두들겨서 펴 말려야한다는 점에 착안하여 방망이를 남성의 성기에 비유하여 삼일에 한번 같이 잠자리를 하라는 데서 유래했다는 해석이 퍼진지 오래입니다.

실제로 ‘춘향전’에 보면 이몽룡이 춘향에게 “이 궁 저 궁 다 버리고 양각(兩脚)사이 수룡궁(水龍宮)에 나의 힘줄 방망이로 길을 내자꾸나”하고 스스로의 남근(男根)을 방망이로 비유한 장면이 있으며 처음 쓰여 진 때가 언제인지는 모르나 예부터 남성성기가 방망이로 비유되어 온 예는 야사에 자주 보이고 있습니다.

‘여자와 북어’에는 이런 이야기가 전해옵니다. 옛날 어느 마을에 하루도 조용할 날이 없는 부부가 살았습니다. 고민 끝에 남편이 마을에서 제일 금슬 좋은 형님 부부를 찾아가 비결을 물었습니다. “이 사람아, 마누라와 북어는 사흘에 한번 씩 패야한다는 말도 못 들었는가!” 남편은 얼른 집으로 달려가 여전히 툴툴거리는 아내를 흠씬 두들겨 팼습니다. 그러나 마누라는 부드러워 지기는커녕 여전히 악을 쓰고 욕설을 내뱉어 도망쳐 나왔습니다.

남편은 다시 형님을 찾아가 “왜, 거짓말을 하였소. 손발 할 것 없이 마구 두들겼으나 유순해지기는커녕 도리어 욕질이요!”라고 따졌습니다. “이 사람아! 그게 진짜로 패란 말인가. 북어는 방망이로 패고 여자는 ‘육방망이’로 패야 부드러워 진다는 말도 모르는가! 쯧쯧” 하고 핀잔을 주었습니다.

남편은 다시 돌아가 아내를 달랬으나 울며 돌아누워 꼼짝도 하지 않았습니다. 하여튼 여차여차하여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그렇게 은밀한 부인 패는 소리가 사흘에 한 번씩 온 집안에 울려 퍼지자 부부는 소원대로 잉꼬부부가 되어 백년해로를 하였다고 합니다.

영암 아내 폭행 사건으로 그동안 박항서 감독이 쌓은 베트남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좋은 인식이 확 바뀌었다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은 듣기도 어려운데 애써서 만든 분위기가 그 모양이라니 아쉬운 대목입니다. 고약한 사람입니다. 만리타향에서 온 아내를 사랑은 못 해줄망정 주먹질이라니. 그런데 어디 외국인 며느리들의 수난이 그 집뿐이겠습니까. 얼마나 많은 이국의 여인들이 전국에서 눈물짓고 있을지, 상상으로도 눈에 선합니다. 

일본정부의 무역 보복이 심상치 않은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5당대표들과 만나 위기 대처방법을 논의했습니다. 무슨 뾰족한 의견이 나왔을까마는 대통령이 여야지도자들과 한자리에 앉은 모습만으로도 국민들이 보기에는 좋았습니다. 맞습니다. 정치는 그렇게 하는 것입니다. 특히 야당 대표들은 평소 대통령이 많이 미웠을지라도 나라가 어려울 때는 힘이 돼주는 것이 대인의 덕목입니다. 그것은 대통령을 위해서가 아니라 국가와 국민을 위한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그러한 어려움에 처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