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하식 칼럼] 블라인드 채용은 ‘깜깜이’인가
[송하식 칼럼] 블라인드 채용은 ‘깜깜이’인가
  • 송하식(칼럼니스트)
  • 승인 2019.07.16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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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TV 화면캡쳐
채용비리를 근절하는 방편으로 블라인드채용에 대한 기업들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연합뉴스TV 화면캡쳐

 

“큰 기업에서는 스펙보다 특성화된 역량을 본다더라. 학점은 3학점이 안 되고 토익점수는 800점인데, KT에 취업한 사람이 있다. 그게 바로 내 아들이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지난달 20일 숙명여대 특강에서 ‘아들 자랑’을 한 것인데, 이후 논란이 커지자 황 대표는 “사실 자신의 아들은 명문대(연세대 법대)졸업에 학점이 3.29였고 토익점수도 925점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청년민중당은 “황 대표 아들 황모 씨는 스펙이 부족했음에도 KT에 입사할 수 있었다. 특히 황 대표가 법무부 장관 재임 중 아들 황 씨는 같은 회사 마케팅 직군에서 법무팀으로 인사 이동했는데 이는 부정 취업을 뒷받침하는 정황이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황 대표를 업무방해 협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공교롭게도 같은 당 김성태 의원도 딸의 KT 부정 취업 의혹으로 수사를 받고 있는 터여서 세간의 관심은 증폭되고 있다.

자신의 아들 자랑이 문제가 됐고 실제 아들의 스펙이 높은 편으로 좁은 취업문틈에 끼어 아둥바둥대는 우리 청년들의 일반 정서에 반하는 황 대표의 신중치 못한 발언은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황 대표가 말하려 했던 것은 대졸 채용시장이 과거와 다르게 크게 발전했다는 것을 강조했던 것이라고 생각된다. 여기저기서 강연과 정치적 수사를 하루에도 몇 차례 펼쳐야 하는 황 대표의 처지를 감안할 때 능력중심, 직무역량 중심의 채용을 섣불리 얘기하려다 실언을 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 대표가 언급한 ‘스펙보다는 특성화된 역량’, ‘KT 채용’ 등은 이른 바 ‘블라인드 채용’을 지칭하는 것이다. NCS(국가직무능력표준)기반 능력중심 채용과 블라인드 채용(편견 없는 채용)이 전격 도입되기 이전에는 대졸 취업준비생들은 좁은 취업문을 통과하기 위해 스펙 쌓기 경쟁에 몰두할 수밖에 없었다. 다시 말해 취준생들은 기업들의 명확한 채용기준을 알 수 없어 직무와 무관하게 다양한 스펙을 보유하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들였다. 이를테면 9대 스펙이라는 것이 있는데, 명문대학을 나왔는가? 평균 학점은? 토익 성적은? 어학연수는 어디서? 어떤 자격증? 공모전 참여는? 어떤 인턴경험을 했나? 봉사활동 시간은? 심지어 성형수술 여부는? 등이다. 이들 스펙은 입사 후 직무와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인데도 자신을 치장하기 위해 1인당 평균 6800만원 든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기업은 스펙이 넘치는 신입사원을 뽑아놓고도 별도의 직무교육을 위해 1인당 18개월씩 5959만원을 지출해야 한다.(경영자총연합회 발표) 

우리나라 채용시장은 2014년 공기업을 중심으로 능력중심 채용제도가 시행되기까지 이른바 기업(구인자)과 취준생(구직자)간의 미스매칭으로 고비용·저효율의 구조적 모순을 겪고 있었다. 당연히 대졸 실업률은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이는 대학진학률(공급)은 70%대로 높아진 데 반해 대졸 일자리(수요)가 줄어든 이유도 있지만, 기업이 비용측면에서 직무역량과 무관한 고학력·고임금을 꺼린 탓도 크다. NCS는 이런 와중에 대졸 취업난을 해결하려는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다.

능력중심 채용과 지금의 블라인드 채용이 아예 다른 것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2017년 출범과 함께 은근슬쩍 명패를 ‘능력중심’ 채용에서 ‘블라인드’ 채용으로 바꿔 달았다. 주지하다시피, 박근혜정부 당시에도 블라인드 채용은 있었지만, 넓은 뜻으로 NCS기반 능력중심채용에 포함시켜 사용했었다. 능력중심 채용은 기존의 입사지원서에서 ⓵사진 ②나이 ③본적 ④출신학교 ⑤학교소재지 ⑥특기 ⑦가족관계 ⑧신장 ⑨몸무게 ⑩해외경험(여행,연수) 등 기재사항을 빼고 그 대신 지원 분야의 직무와 직접 연관되는 ①교육 ②자격 ③경력·경험만을 넣어 평가하도록 하고 있다. 인적사항은 최소한으로 ①성명 ②주소 ③연락처 ④지원분야(신입,경력)만을 작성하되, 직무와 무관한 것으로 평가는 하지 않도록 하고 있다.

지금의 블라인드 채용은 직무와 무관한 편견 요소를 제외하고 직무능력 중심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⓵학벌·외모 지상주의 ⓶학연·혈연·지연에 의한 관행적 채용 ⓷채용비리 근절에 방점을 두고 있다. ‘공정사회’기치를 내걸고 있는 문재인정부가 과거 정권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기 위해 명패만 바꾼 것이지 책상은 둘 다 NCS를 기반으로 하는 것으로 대동소이하다. 

NCS는 우리나라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 영국 독일 호주 일본 등 산업선진국들은  우리보다 먼저 직업훈련, 기술자격, 경력개발 등에서 체계적인 인적자원개발(HRD)시스템으로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산업현장에서 직무를 수행하는데 요구되는 지식·기술·태도 등의 내용을 체계화하기 위해 2002년부터 착수해 2016년 말 현재 897개 NCS를 개발 완료했다. 정부는 NCS보급을 위해 학생, 취업준비생, 직장인, 교육훈련교사, 기업인사담당자, 기타 등으로 구분해 사용자별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정부는 기업이 NCS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매년 1000개 안팎의 기업에 NCS기반 채용컨설팅을 제공하고 능력중심·블라인드 채용을 민간 기업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한일 갈등으로 더욱 더 일본으로부터의 산업기술 자립이 요구되는 엄중한 시기에 NCS가 다시 주목을 받아 우수 인재 채용을 통한 기업경쟁력 강화에 밑거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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