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지금은 정말 경제가 문제다
[송장길 칼럼] 지금은 정말 경제가 문제다
  • 송장길 (언론인, 수필가)
  • 승인 2019.07.15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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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역대 정권별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모니터에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평화당 유성엽 원내대표가 9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비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던 중 역대 정권별 경제성장률 그래프를 모니터에 게시하고 있다. /연합뉴스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 경제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줄곧 경기가 곧 나아지리라고 예상하면서 국민들에게 기다려 주기를 당부했다. 지난해에는 대통령까지 나서서 새해에는 소득주도성장책의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주장했고, 올해 들어서는 후반기를 기약했다. 그러나 대통령의 말은 빗나갔고, 경제는 여기저기에서 신음하고 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S&P(Standard and Poor)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2.4%에서 2.0%로 크게 낮췄다. 지난해에는 연구기관들이 2.5% 언저리로 전망했었는데 큰 차이가 나는 것이다. 무디스는 2.1%로 예상한 바 있고, 피치도 2.0%로 낮게 보았다. 모건 스탠리는 1.8%까지 더 부정적으로 예상한다. 추락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다. S&P는 한국경제가 2014년 이래 처음으로 부정적 싸이클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1.험난한 영업환경 2.공격적인 재무정책 3.규제 리스크가 부담이 됐다고 분석했다.          

S&P가 지적한 험난한 영업환경은 노동시장의 불안정을, 공격적인 재무정책은 과도한 복지정책을, 규제 리스크는 대기업에 대한 정권의 압박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한국의 경제 현실을 명확하게 반영한 것이다.   

첫째, 한국의 노동 시장은 정권 창출의 채권까지 내세우는 노조의 지나친 강성으로 기업 활동이 위협받고 있는 현실이다. 운송과 조선, 자동차 등 주요 산업에서의 파업이 끝 없이 이어지고 시위가 거리를 뒤엎는 데도 정부는 소극적이고, 사용자 측은 주눅이 들어 있다. 20세기 초반까지 세계의 제조업을 주름잡던 미국은 노동시장의 어려움 때문에 제조업의 쇠락을 막을 수 없었다. 그 결과 일본과 한국, 중국제 수입 상품들이 거대한 미국 시장에 차례로 범람했고, 그들 나라들이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동안 미국은 최대의 채무국이 됐음은 한국에게는 반면교사가 아닐 수 없다. 미국이 G2까지 떠오른 일본을 플라자 협정으로 눌렀고, 지금은 중국을 압박하고 있는 상황은 근원적으로 제조업 쇠락이 낳은 궁여지책이다. 일본의 아베 정권이 첨단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하려는 움직임도 그와 비슷한 견제의 노림수에서 나왔다고 봐야 한다.             

둘째, 문재인 정권은 재무정책에서 생산성의 향상으로 경제의 성장을 높이는  대신에, 분배에 몰두해 왔다. 거의 모든 경제정책이 복지와 시혜에 촛점이 맞춰지다 보니 자본주의의 생리인 원가절감과 생산의욕에 고삐를 채웠다는 것이 S&P의 시각이다.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의 최저임금을 10% 이상이 아닌 2.9%로 올린 8,590원으로 결정한 것은 기업 조건의 형편상 그나마 다행이다. 그런데도 노동계에서는 기대에 못 미친다고 불만이고, 청와대는 문 대통령의 공약인 내년까지 1만 원 달성에 못 미친다고 사과까지 했다. 사회정책적으로는 노임 상승은 거스를 수 없는 명제이다. 그러나 수출 주도형 국가로서는 경쟁력이 임금인상과 반비례한다. 또 중소 자영업의 극심한 고충과는 동떨어진 방향이다. S&P는 선거철을 앞두고 쏟아지고 있는 포퓰리즘적 선심성 재정정책에도 우려의 눈길을 보낸다.    

셋째, S&P가 지적한 규제 리스크는 급변하는 첨단 경제를 리드할 에이스들을 가로막는 촘촘한 규제들을 의미한다. 또 대기업을 청산 대상으로 삼는 듯한 비자유주의, 반시장주의적인 정책 기조를 떠오르게 한다. 성큼 다가선 4차 산업시대에서는 앞서 가지 않으면 뒤쳐진다. 그럼에도 공유경제나 혁신적인 창업, 첨단 기술의 개발 시도에 장벽이 너무 높다는 관련 분야의 원성이 크다. 나라의 살림을 맡고 있는 대기업들의 고뇌는 엄중하다. 치열한 국제경제의 경쟁을 뚫고 성장동력을 확보해야 생존할 수 있는 ‘샌드위치’ 대한민국의 어두운 현실이다.   

자본력과 종합적인 경영 시스템을 갖춘 전략 기업들은 정부의 매서운 눈초리에 떨고 있다. 기업들이 정부의 시퍼런 서슬 앞에서 생존을 걱정하면서 기세좋게 치열한 국제 경쟁을 헤쳐나갈 수 있을까? 물론 기업들도 이제 비정상적인 운영은 엄두도 내지 말고, 사회적 책임감도 높이는 투명하고 건전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러나 기업들의 변신과 거듭 태어남은 정부의 태형이 아니라, 따듯한 고무와 지원 안에서 힘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두 말 할 여지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정잭 팀에는 참여연대 출신들이 주류로 포진하고 있다. 케인지언 풍의 정부주도정책과 공정한 분배의 경제에 필이 꽂친 세력이다. 진보적인  이념과 궤를 같이 한다. 그들은 줄곧  대기업이 주축인 한국의 경제체제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여왔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도 그 중에 속한 연구자 출신이다. 한국의 경제가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 그를 정부의 경제 실세로 앉힌 인사가 타당했는지 의아심이 그치지 않는 이유이다. 정부에서는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경제의 사령탑이라고 표방하지만, 실제로 나타나는 그의 지도력은  관료적이고 수동적이다. 경제를 전향적으로 이끄는 추진력이 미약하게 느껴진다.    

한국경제는 S&P의 시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심각한 현안들에 둘러 싸여 있다. 통계청의 5월 중 산업활동보고에 따르면 제조업의 생산능력지수는 10개월 연속 내려가서 지난해 보다 2.7% 떨어진 71.7%였으며, 설비 투자는 11.5%나 감소했다. IMF와 금융 위기 수준이다. 경기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는 조짐이다.  기업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엑소더스도 급증해서 올 1분기에만도 16조 원대를 기록했다. 롯데 그룹은 미국에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인 약 3조 원을 투자해  백악관 초청까지 받았고, CJ는 약 2조 원을 들여 미국의 냉동식품업체를 인수했다. 이미 베트남에 대형 공장을 세운 삼성에 이어 LG도 베트남으로 스마트폰 공장을 옮긴다. 공장 건설에 대한 주민 반대를 피해 가는 것이다.      

탈한국 바람은 중소기업들에게도 불고 있다. 고질적인 고비용 구조와 주 52시간제,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 혁신성장을 가로막는 규제들이 원인으로 지적된다. 한 일간지의 조사에 따르면 기업인의 65%가 해외의 투자 환경이 국내보다 훨씬 낫다는 의견을 밝혔다. 국내로 들어오는 외국인 투자는 지난해보다 37.3%나 급감했다. 기업인들이 합리적인 경영판단을 내리기에는 정부의 정책이 너무 혼란스럽다는 것이다.싱가포르와 홍콩의 번영은 열린 경제, 기업활동의 자유가 이뤄놓은 기적임은 오늘 한국에게 좋은 타산지석의 예로 음미해야 하지 않을까?  불황을 빠져나갈 길은 정부의 노력에 따라 달라진다. 정부가 모든 역량을 쏟아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면 희망이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김 빠진 소득주도성장을 부등켜 안고 있을 때가 아니다. 한국경제가 비상상태에 들어갔다고 보고 총력전을 펴야 한다. 경제상황을 총체적으로 백지에 올려놓고 객관적이고도 깊이있는 분석 작업을 본격적으로 벌이는 일이 먼저다. 그 위에서 이념을 배제한 순수한 경제논리로 진정성 있는 반성도 이뤄져야 한다. 잘못된 부분으로 판명되면 정치적 이해타산을 누르고 과감히 버려야 살 길이 보인다. 그런 과정에서 국가의 모든 지혜를 동원해 특단의 대책을 수립하고 서둘러서 실천에 들어가야 한다.     

대통령이 먼저 직접 팔을 걷고 나서서 정부의 총력전을 총지휘해야 진전이 있을 것이다. 정치는 계산에 숙달된 말꾼들에게 맡기고, 행정은 숙련된 공무원들에게 권한을 주면 된다. 위기 상황에서는 지시만으로는 특단의 묘안은 나오지 않는다. 밤샘 토론도 벌이고, 외부의 자문도 광범위하게 수렴하는 수준의 열의가 필요하다. 열린 자세로 야권과도 진지한 협의를 전개하면서 합리적인 요구는 수용해야 한다. 지금은 야당과 기 싸움을 벌일 게제가 아니다. 국민들은 정치인 문재인을 나라를 일으키는 모든 국민의 대통령으로, 국가의 경영자로 선출했지 진보진영의 영수로 뽑은 게 아니지 않은가.          

대통령이 경제에 올인하려면 정치와 거리를 둬야 한다. 물론 정치에서 완전히 손을 떼는 결심은 고통스런 일이겠지만, 정치에서 멀어져야 경제의 리더십이 모아진다. 문 대통령은 2년 반 동안 섣부른 정치논리에만 너무 경도돼 있었다. 경제정책도 공약의 실천에만 매달렸고, 공정한 사회에만 몰입했다. 경제는 정치가 통제하면 굳어지게 마련인데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인사와 적폐청산에도 다른 쪽 목소리에는 귀를 닫아버렸다. 반대 와 충고를 내치면 돌아오는 것은 원망과 증오 뿐이다. 남북 문제에서도 야당을 배제하면 비판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 심혈을 기울였던 남북 중재자의 노력도 소기의 성과 없이 겉돌고 있는 게 엄연한 현실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중대한 결심의 순간을 맞았다. 소신보다 포용을, 정치보다 경제를 선택해야 하는 변곡점에 서 있다. 시간은 많지 않다. 올해를 놓치면 너무 늦어버린다. 무너지고 있는 경제를 살려서 박수를 받을 것인지, 경제를 잃어 국운을 날려버린 불운한 대통령으로 남을지 심각하게 고민해서 판단해야 한다. 역사의 심판은 냉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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