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폭력 피해자 법제 개선➀-이주 여성 편] 베트남 여성 폭행 그 후…
[가정폭력 피해자 법제 개선➀-이주 여성 편] 베트남 여성 폭행 그 후…
  • 조문경 기자
  • 승인 2019.07.09 1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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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도보다 실질적 도움이 우선돼야
 
전남 영암경찰서는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로 A(36)씨를 긴급체포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 연합뉴스 사진 제공
전남 영암경찰서는 베트남 출신 아내를 무차별 폭행한 혐의(특수상해, 아동복지법 위반)로 남편 B(36)씨를 긴급체포했다고 지난 8일 밝혔다. / 연합뉴스

"제 친구들도 (자신들의) 남편에게 많이 맞았지만, 한국말이 서툴고 경찰이 한국인 편이라는 우려로 신고를 거의 안 한다"

두 살배기 아들이 보는 앞에서 남편 B씨(36)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한 베트남 출신 아내 A씨(30)의 말이다.
 
남편 B씨가 아내 A씨를 영암군 자신의 집에서 주먹과 발로 마구 때리고 소주병으로 폭행하는 영상이 인터넷 상에 퍼지면서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법제 강화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법상으로는 가정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데, 특히 이주여성의 경우가 가장 열악한 상황이다. 
 
앞서 A씨가 진술한 바와 같이 소통이 원활하지 않고 타국이기에 갈 곳도 없기 때문이다.
 
이승현 한국형사정책연구원 형사법제연구실장은 여성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주 여성들은 남편과 이혼을 하면 강제추방이 되는 상황이 올까 두려워서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했다. 이어 이 연구원은 "체계적인 법적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은 것도 물론 문제지만, 형식적인 것 보다는 실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향이 먼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가정폭력처벌법 강화를 위한 반의사불벌죄 폐지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실장의 반응은 회의적이었다.
 
반의사불벌죄란, 피해자가 가해자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처벌할 수 없는 범죄를 말한다. 보통 피해자가 가해자와 합의를 하고 선처를 바라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데, 가정폭력처벌법은 현행법상 반의사불벌죄에 해당된다.
 
이 실장은 기자의 물음에 "법 조문으로 장치를 만들어 놓는다 하더라도 이주 여성의 실질적 구제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그러면서 "이주 여성 스스로가 신고를 하지 않아도 강제 추방을 당하지 않을 것이고, 불이익을 받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인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방안이 더욱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며 실질적인 도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또 "이주 여성들이 처음에 한국 남성과 혼인 신고를 할 때, 가정 폭력 발생 시 대처할 수 있는 방법을 지자체에서 의무적으로 안내하도록 하는 방안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전했다. 
 
이 실장은 "이같이 사전 예방 시스템을 갖추는 것이 시급한 문제"라며 "사후 시스템도 중요하지만 예방이 먼저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후 시스템의 보완과 관련해서 "단계마다 통역 서비스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답했다.
 
실제 현행법인 '검사의 사법경찰관리에 대한 수사지휘 및 사법경찰관리의 수사준칙에 관한 규정' 제23조에 따르면 수사과정에서 피해자의 신뢰관계인이 동석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피해자의 심리적 안정과 원활한 의사소통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으로 규정하고 있어 통역전문가의 참여가 가능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법률에서는 명확하게 지원범위를 기술해 두지 않았다. 이는 적절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가정폭력처벌법에서 명문으로 피해자가 외국인인 경우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통역인 등이 참여해 실질적인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 마련도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지난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반의사불벌죄 폐지를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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