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노동위 '성추행 가해자 정직 부당' 판정에 여성계 "정신 차려라"
서울노동위 '성추행 가해자 정직 부당' 판정에 여성계 "정신 차려라"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07.09 17: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8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여성단체가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있다.
8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서울지방노동위원회 판정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김여주 기자

서울지방노동위원회가 KBS 지역국 소속 기자의 성추행으로 내려진 '정직이 부당하다'고 판정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여성단체연합과 한국여성노동자회 등 여성단체들은 지난 8일 오후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 서울지방노동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KBS 모 지역국에서 벌어진 성추행 가해 기자에 대해 노동위의 '부당정직' 판정에 대해,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무시했다"고 주장했다.

사건은 KBS 모 지역국의 한 기자가 2014년부터 후배 기자와 프리랜서 아나운서를 상대로 성희롱과 성추행을 일삼았다.

피해자에 따르면 가해자는 노래방에서 여성 기자와 아나운서에게 걸그룹 노래를 시키며 “엉덩이 좀 흔들어라”라는 발언과 함께 성희롱하고, 술에 취해 여기자의 블라우스 가슴 쪽 홈에 지폐를 꽂아 넣기도 했다.

심지어는 늦은 밤에 유흥업소에 후배 여기자들을 동시에 불러 누가 먼저 오는 지 타사 기자와 100만원을 걸고 내기를 했다. 새벽 시간대에 여기자에게 “사랑해 영원히”라는 내용을 보내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이같은 성희롱, 성추행 피해를 당하면서도 위계질서 때문에 문제제기를 할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가해자는 당시 사건팀 팀장역할을 맡았을 뿐 아니라 근태 등 대부분의 활동을 지시하고 허가하는 위치에 있었다.

피해자들은 "당시의 모욕감과 불쾌감으로 몇 년이 지난 현재까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KBS는 해당 사실이 밝혀지자 가해자의 행위를 성희롱으로 판단하고 지난해 12월 가해자에게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2014년부터 발생한 성희롱 6건 중 2년이 지난 4건은 KBS 내부의 인사규정에 따라 인정되지 못했다.

가해자는 부당징계를 주장하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를 신청했다. 이에 5월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가해자에게 징계를 내릴 사유는 인정되지만, 징계 양형은 지나치다는 판정으로 가해자의 손을 들어줬다. 여성단체는 "서울지방노동위원회의 판정이 직장 내 위계관계에서 성희롱이 발생하고 유지되는 맥락을 무시했다"고 지적했다.

박지혜 방송작가유니온 사무차장은 “이번 사건의 경우 가해자가 2014년부터 지속적으로 자행한 성희롱과 성추행이 모두 사실로 인정됐고, 업무상 위계관계나 2차 피해에 대한 두려움으로 피해사실을 즉시 신고하기 어려웠던 점 등을 고려해 징계시효가 지난 사건들도 참작해 KBS에서 선도적으로 정직 6개월의 징계를 내렸다”라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징계시효 2년이라는 규정을 들어 징계사유는 인정하지만 징계 양형이 지나치다는 시대착오적이고 성인지 감수성이 떨어지는 판정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위원회 국장은 “서울노동위는 정신을 차려야 한다”며 “성희롱 사건은 가해행위자 개인의 구제조치만으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말했다. 이어 “사건을 성인지적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그 판단이 개인의 구제만이 아니라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조직문화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봐야한다”고 주장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