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놀면서 성차별 격파하는 '요즘 페미니스트'…'2019 페스티벌 킥!' 뜨거운 현장
[르포] 놀면서 성차별 격파하는 '요즘 페미니스트'…'2019 페스티벌 킥!' 뜨거운 현장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7.01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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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여성의전화 ‘2019 페스티벌 킥 요즘 페미 노는 법’ 성황리 개최
체험 부스 17개·토크쇼·공연 등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 마련
'2019 페스티벌 킥!'에 참여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성산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작성하고 인증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김연주 기자
'2019 페스티벌 킥!'에 참여한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이 성산업에 반대하는 이유를 작성하고 인증사진을 찍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김연주 기자

#1. ‘2019 페스티벌 킥’ 현장에서 만난 20대 여성 A 씨는 본인을 성(性) 소수자라고 소개했다. 그는 연인과 커플룩을 입고 행사장을 찾았다. 그들은 여느 커플들처럼 손을 맞잡고 마련된 체험 부스를 즐기고 있었다. A 씨는 “평소에도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빤히 쳐다보거나 수근거리는 사람들의 모습을 마주할 때면 신경 쓰이는 건 사실”이라면서도 “오늘 행사에서는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여자친구와 좋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2. 친구들과 행사장을 방문한 10대 여성 B 씨는 여성들이 모여 놀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B 씨는 “모든 세대 여성들이 겪는 어려움이겠지만, 특히 10대 여성은 놀 수 있는 장소가 제한적”이라며 “10대도 함께 어울릴 수 있는 행사라고 해서 찾아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본 행사처럼) 여성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9일 서울 서초구 반포 한강공원 세빛섬에서 한국여성의전화가 주최한 ‘2019 페스티벌 킥’이 열렸다. 페스티벌 킥은 성차별·성폭력이 만연한 사회에 분노를 표출하고 이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함께할 수 있는 페미니즘 문화 축제다. 행사는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성차별·성폭력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살기를 도모하며 지난 2015년 시작됐다.  

이날 행사는 오후 3시부터 10시까지 진행됐으며 ▲페미 놀이터 ▲토크쇼 ▲음악공연 등으로 꾸려졌다. 행사 시작 30분 전 기자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는 개장을 기다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2019 페스티벌 킥!'에 참여한 '세이브앤코'가 룰렛 돌리기로 자사 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김연주 기자
'2019 페스티벌 킥!'에 참여한 '세이브앤코'가 룰렛 돌리기로 자사 제품을 증정하는 이벤트를 마련했다. /김연주 기자

한국여성의전화를 비롯한 17개 페미니즘 모임이 마련한 부스들과 놀이 기구가 비치된 ‘페미 놀이터’는 참여자들의 큰 인기를 끌었다. 특히, 사회 문제로 떠오른 디지털 성범죄, 성차별·성폭력을 주제로 한 체험부스는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들로 줄이 길게 늘어져 있었다. 무거운 주제지만 해당 부스에서는 자체 제작한 펀치 및 룰렛, 사격, 보드 게임 등 놀이 형태로 체험을 제공해 ‘놀면서 사회적 문제를 격파하자’는 행사 취지와 걸맞는 느낌이었다. 성인들도 마음껏 뛰놀 수 있는 놀이터에는 트램펄린 과 에어바운스가 설치됐고 아동부터 성인까지 함께 놀이 시설을 즐기는 모습이었다.

참여 부스 외에도 토크쇼와 축하무대 등 진행자와 참가자들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마련됐다. 토크쇼는 코미디 팟캐스트 ‘영혼의 노숙자’를 진행하는 셀럽 맷과 권김현영 여성주의 연구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사무처장이 ‘여자들이 함께 모여 노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주제로 열렸다. 토크쇼는 참여자들의 고민이나 질문을 즉석에서 받아 얘기를 나눠보는 참여형으로 진행됐다. 

토크에 참여한 한 관객은 “사람들은 흔히 ‘탈코르셋(타인의 시선을 의식해 억지로 꾸미지 않을 것을 실천하는 사회적 운동)’이 화장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아닌 것 같다”며 “내가 원하는 걸 찾아 당당하게 실천하는 게 진정한 탈코르셋 운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본인의 주장을 떳떳하게 밝혔다.

자신을 중학생이라고 밝힌 한 관객은 “교복치마가 불편해 바지를 입게 해달라고 선생님께 요청했으나 ‘사회적 시선을 생각해서 여학생은 치마를 입어야 된다’는 말을 들었다”며 “선생님이 사회적 시선에 속한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전해 현장에 모인 관객들의 환호를 받았다. 

축하무대는 신승은, 래퍼 슬릭, 이랑, 오지은 등의 순서로 진행됐다. 이들은 각자 준비해 온 노래로 관중과 함께 소통했다. 무대에 오른 가수 이랑은 “많은 사람이 모여 성차별철폐를 외치는 모습을 보고 울컥했다”며 “좋은 날인만큼 무대를 즐겨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한국여성의전화에 따르면 이날 페스티벌 킥에 참여한 인원은 700여 명이다. 지난 2015년에 시작한 행사는 올해 규모를 확장해 큰 관심을 끌었다. 한국여성의전화 관계자는 "실내에서 소규모로 진행하다가 올해 처음으로 야외로 나갔다"며 "갇힌 공간이 아닌 탁 트인 공간에서도 안전하게 놀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야외에서 진행하다 보니까 불법촬영이나 외부 노출을 우려해 울타리를 높게 설치하고 활동가들을 배치하는 등 신경을 많이 썼다”며 “여성들이 안전하게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지 많은 사람이 알아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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