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작가 이아리 “데이트 폭력 심각성 널리 알리고 파”
웹툰 작가 이아리 “데이트 폭력 심각성 널리 알리고 파”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06.25 18:3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실제 피해 경험 담은 작품 '다 이아리' SNS 연재
웹툰 ‘다 이아리’ / 이아리 작가 제공
웹툰 ‘다 이아리’ / 이아리 작가 제공

“안녕하세요, 이아리입니다. SNS 사이트에 '다 이아리'라는 제목으로 데이트 폭력 경험담을 그려나가고 있습니다”

이아리는 인스타그램에서 활동하는 웹툰 작가다. 그는 '다 이아리'라는 작품을 통해 데이트 폭력에 대해 연재하고 있다. 약 54만 명의 팔로워들이 그의 만화를 구독 중이다. 그들은 웹툰을 통해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깨닫고 피해자들에게 응원을 보내기도 한다.

웹툰 ‘다 이아리’엔 작가의 실제 피해 경험이 담겨있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웹툰을 그렸다. 그는 “(데이트 폭력이) 다루기 어렵고 민감한 주제지만, 꼭 해야 하는 이야기이기도 하다”라며 “속에 담아 두고 있었던 일들을 만화로 그려내면 스스로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기도 했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트 폭력이 사회적으로 널리 퍼져 있다는 사실과 그 심각성을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알게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림을 그렸다”라고 강조했다.

웹툰 ‘다 이아리’ / 이아리 작가 제공
웹툰 ‘다 이아리’ / 이아리 작가 제공

“누구나 다 이아리가 될 수 있죠”

‘다 이아리’라는 제목은 데이트 폭력과 연관되어 있다. 누구나 다 ‘이아리(작품 속 주인공)’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고 ‘Diary(일기)’로 읽었을 땐 주인공의 일기 속 내용을 본다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웹툰 속의 피해자와 가해자는 그림체에서 극명한 대비를 보여준다. 피해자는 작고 단순한 캐릭터인데 비해 가해자는 거대하고 거친 그림체로 그려진다. 작가는 “가해자에게서 느꼈던 위압감이나 두려움을 나타내기에는 실사에 가까운 그림체가 더 적합했지만, 반대로 피해자로서 느꼈던 무기력감을 표현하기에는 만화적으로 작고 단순한 그림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라며 “아리(웹툰 주인공)의 이미지는 ‘인형’에 가까운데 가해자가 저를 한 인격체로 존중하기보다는 인형처럼 얌전하고, 착하고, 예쁘게 길들이고 싶은 존재로 보았기 때문이다”라고 답했다. 이어 “하지만 그렇게 작고 힘없어 보이는 아리가 나중에는 조금씩 이 문제를 극복해나가고, 회복하면서 단단한 마음을 가지게 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라고 설명했다.

악성 댓글과 보복 두려움에도 그리는 이유

작가의 진심이 담긴 내용은 SNS를 통해 공유됐고 많은 이의 공감과 응원을 이끌어냈다. 하지만 그만큼 악성 댓글이 달렸고 보복의 두려움도 생겨났다.

이아리는 위로받는 구독자들을 생각하며 악성 댓글을 견딘다고 답했다. 그는 “정신과 선생님께 이 문제로 고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저보고 ‘소방관이 불을 끄기 위해 불길 속으로 들어가듯, 다른 피해자들을 위해 소방관이 되어 달라’는 말씀을 해주셨다”라며 “저는 악성 댓글보다는 이 만화로 조금의 위로 혹은 힘을 얻게 되는 많은 분들을 더 생각하려 한다”라고 답했다.

작가에게 보복의 두려움을 묻자 비슷한 피해 사례가 많아 씁쓸하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그는 “만화를 그리면서도 ‘혹시 그 사람이 보게 되는 건 아닐까, 그래서 알아보고 나를 찾아와 보복하는 건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그의 신원을 알 수 있는 정보는 최대한 담지 않고, 캐릭터를 그릴 때도 눈을 안 그리고 있다”라고 불안함을 드러냈다. 하지만 “저랑 비슷한 일들을 겪은 분들이 많아서 (가해자가) 의외로 알아보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작가의 이런 노력과 희생 끝에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은 웹툰을 통해 응원과 도움을 얻고 있다. 그는 “가끔 다른 피해자들의 메시지를 받는다”라며 “만화를 보고 나서 (피해자가) 데이트 폭력의 굴레를 끊어 내고 회복하고 있다고 메시지를 보내주시기도 하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정말 다행스럽고 동시에 대견하기도 하다”라고 말했다.

웹툰 ‘다 이아리’ / 이아리 작가 제공
웹툰 ‘다 이아리’ / 이아리 작가 제공

데이트 폭력 피해자 위해 국가와 사회의 도움 절실

작가는 데이트 폭력 피해자들이 발생하는 걸 막기 위해선 정부와 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데이트 폭력 신고 후 조사를 받고 나서 가해자가 집 앞으로 찾아온 적이 있다”라며 “법의 테두리 안에서 보호받을 수 없게 되면,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다시 가해자를 만나거나, 도망 다니다 끝내 보복을 당하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신고가 들어오면 즉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분리시키고, 접근 금지 명령도 좀 더 현실적으로 운영될 수 있어야 하고 법이 더 강화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데이트 폭력 상당수가 가해자의 보복이 두려워 신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디어 속 데이트 폭력 미화 문제도 언급했다 그는 “드라마나 영화에서 강제적인 스킨십이나 폭력적인 장면을 로맨틱하고 멋지게 연출하기도 하는데, 이 부분도 규제를 해야 한다”라며 “미디어가 가진 영향력은 아주 크기 때문에, 왜곡된 장면 하나로 잘못된 가치관을 갖게 되거나 성 인지 감수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데이트 폭력이 연인 혹은 부부간의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범죄임을 널리 알리고 가해자들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에서 교육하고 인지시키는 것이 선행될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피해자들 모두 폭력의 굴레서 벗어 났으면”

이아리는 자신의 웹툰이 데이트 폭력 피해자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사랑하는 사람이 나에게 폭언을 퍼붓고, 손찌검을 할 때 느끼는 참담함과 비참함, 슬픔, 모든 감정들을 이해할 수 있고, (피해자가) 울타리를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두려움과 실낱같은 희망 때문에 놓지 못하는 것도 이해한다”라며 “하지만, 그 사람이 달라질 거라는 달콤한 상상은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고 (피해자가) 용서해주고 다시 믿음을 가지는 동안, 가해자는 점점 더 무서운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라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작가는 데이트 폭력 당사자뿐만 아니라 주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혼자서 해결하기 어렵다면, 용기를 내서 주변에 알렸으면 좋겠다”라며 “나를 아껴주고 도와주는 사람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라고 당부했다. 이어 “제가 그랬듯, 여러분도 분명 그 폭력의 굴레에서 나와 또 다른 세상의 품에 안기는 날이 찾아올 거라 믿는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작가는 웹툰을 봐주는 독자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이아리가 우울증과 무기력증을 겪을 때 응원으로 기다려준 독자들이 큰 힘이 됐다. 그는 “얼굴도 모르는 제게 따뜻한 말씀 나눠주셔서 정말 큰 힘이 됐다”라며 “받은 사랑 돌려드릴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작업을 이어 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이아리 작가의 ‘다 이아리’는 단행본 발간을 앞두고 있다. 그는 “재연재가 끝날 시점에 단행본이 나올 예정”이라며 “오프라인 매장에서 책이 판매되면 더 많은 분들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 개인적으로 기대가 된다”라고 덧붙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