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성매매 내몰린 10대에게 먼저 손 내미는 어른 돼야”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성매매 내몰린 10대에게 먼저 손 내미는 어른 돼야”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6.25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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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대여성인권센터, 성매매 피해 입은 아동·청소년 적극 지원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본인제공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 /본인제공

“무엇보다 아이들이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10대 때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삶이 크게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성 착취로 상처를 입은 10대들이 힘들다고 말했을 때 손 내밀어 줄 사람이 있다는 걸 알려주고 싶어요”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지난 2012년 아동·청소년 성매매 피해자 지원 단체인 ‘십대여성인권센터’를 설립했다. 조 대표는 20년 가까이 성매매에 유입된 성인 여성들을 지원했다. 조 대표는 피해를 호소하는 대부분의 성인 여성이 10대 때부터 성매매에 노출됐다는 공통점을 찾아냈고, 지원 연령대를 10대로 낮추게 됐다. 

그는 “센터를 찾아와 도움을 요청하는 성인 여성들은 어릴 때부터 성매매에 노출된 경우가 많다”며 “어린 나이에 피해 사실을 밝히고 도움을 구할 수 있는 기관이 있었다면 더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고 운을 뗐다. 이어 “10대는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면서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어른이 있다는 게 아이들에게 큰 힘이 될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 십대여성인권센터, 성 인권 향상을 위한 지원체계 갖춰

조 대표가 이끄는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성매매에 유입된 10대 여성을 보호·지원하는 비영리민간단체다. 십대여성인권센터는 여성 가출청소년 7~10명 중 1명이 성매매에 노출된다는 문제를 지적하며 사업을 시작했다. 센터 설립 초기에는 성 구매자와 알선자들을 대상으로 한 낮은 처벌 수위를 규탄하고 청소년들의 성을 이용한 사례들을 살펴 성매매 피해 조기예방, 성매매 조장세력에 대한 경고 등 활동으로 사업을 진행했다. 

센터는 현재 성매매 피해를 당한 10대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사이버또래상담사업, 상담소 등 다양한 지원을 통해 성 인권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 또 피해 아동·청소년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까지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지원체계 중에서도 사이버또래상담사업은 피해자와 비슷한 연령대가 상담원으로 활동한다는 특징이 있다. 상처받은 10대 성매매 피해자들이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할 상황에 대비해 비슷한 연령대의 상담원을 양성한 것이다. 

조 대표는 “성 착취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누구에게도 피해 사실을 알리지 않으려고 한다”며 “비슷한 언어를 쓰는 또래 상담원들이 피해자들과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식으로 상담 지원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주최한 전시회 '성착취 아동청소년 "Here I am, Here We are"'에 붙은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김연주 기자
십대여성인권센터가 주최한 '성착취 아동청소년 "Here I am, Here We are"' 전시회에 붙은 응원과 위로의 메시지 /김연주 기자

◆ 성매매 노출된 10대, 피해자도 처벌받는 안타까운 현실

조 대표는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 개정을 촉구하는 운동에도 힘을 싣고 있다. 아청법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매매·성폭력 행위를 강요한 자들을 처벌하고, 피해자가 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구제하기 위해 마련됐다. 현행 아청법은 성범죄 피해 청소년을 ‘피해 청소년’과 ‘대상 청소년’으로 구분한다. 성매매 강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돼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이와 관련해 조 대표는 “성매매 피해 청소년들을 보호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법이 오히려 청소년들이 피해 사실을 밝힐 수 없도록 한다”며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될 경우 가해자처럼 피의자로 조사를 받고 소년법에 의해 보호처분을 받게 되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개정안 국회 통과 촉구에 대해서는 “대상청소년이라는 개념을 삭제해 아동·청소년이 피해자로서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야한다”면서 “피해 아이들이 성매매라는 악의 고리에서 빠져나와 정상적으로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청법 개정안은 현재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계류 중이다. 법무부는 이달 초 입장문을 통해 아청법 개정에 공감을 표했지만, 일정 연령을 기준으로 대상 청소년을 분류하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조 대표는 “법무부의 이번 제안은 ‘배 아픈 사람에게 파스를 붙여주는 격’이라고 비유할 수 있을 만큼 해결방안이 왜곡됐다”며 “법무부가 대상 청소년 삭제 조항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은 성매매에 노출된 피해 청소년에 대한 이해도가 떨어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 “성매매 노출된 10대,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봐야”

조 대표는 사회가 앞장서 성매매에 노출된 10대 피해자들을 따뜻하게 대해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전보다 많은 사람이 10대 성매매 문제에 관심을 두고 피해자들의 잘못이 아니라는 인식을 하게 됐다는 것을 느낀다”며 “아이들이 성 착취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복합적인 상황과 피해를 당해도 쉽게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먼저 개선돼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 “아직도 많은 사람이 아청법 개정이 쉽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면서도 “20대 국회에서 아청법이 개정되든 개정되지 않든 우리의 활동은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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