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장길 칼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의 그림자
[송장길 칼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의 그림자
  • 송장길(언론인·수필가)
  • 승인 2019.06.25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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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연합뉴스
신임 검찰총장 후보자로 지명된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 연합뉴스

Q.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는 적폐청산의 적임자로 지목되는데, 그의 임명을 찬성하십니까?

Q.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는 코드인사로 비판받고 있는데, 그의 임명을 찬성하십니까?

이렇게 같은 사안을 다르게 꾸며서 물을 경우 그 결과는 엄청난 차이를 보이는 것이 여론조사의 함정이고, 트릭이다. 수식어의 정도에 따라 아마 10% 이상의 격차도 나지 않을까 싶다. 특히 윤석열 후보의 지명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인사여서 더욱 그럴 것이다. 그만큼 윤 후보자의 임명 문제는 찬반의 여론이 양분된 논쟁꺼리이며, 정가의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다. 검찰총장의 임명이 이토록 핫이슈가 된 유래가 없을 지경이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면 여야 간의 전례없는 극렬한 공방이 벌어질 것이다. 한국당은 윤석열 검찰의 칼날이 보수 진영을 향해 전방위적으로 휘둘려지리라고 의심해서 불안해 하고 있고, 민주당은 정권의 주요 과제인 적폐청산을 선거의 보검으로도 여기는 듯해서 양측이 조금도 물러서지 않는 격전을 벌일 전망이다.

윤석열 후보는 올해 59세로 서울법대를 1983년에 졸업한 김수남 전 검찰총장과 동기생이고, 서울법대 대학원은 1988년까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과 함께 다녔다. 대학 4학년 때 고시를 1차 합격했으나 2차에서 계속 떨어져 9수 만에 1991년 31살의 늦깎이로 법조계에 합류했다. 결혼도 늦어서 52세에 12살 연하의 여성 재산가와 늦게 화촉을 밝혔다. 연수원 동기들과도 연령차이로 잘 섞이지 않고 연장자 대접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다만 이명재, 정상명,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박영수 전 특검, 우병우 전 민정수석 등 선배들과는 가깝게 지냈었다.

윤 후보자는 이명박 정권에서 검찰의 꽃인 특수를 전담하는 대검 중수부 1, 2과장과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을 거쳤다. 그러나 박근혜 정권 당시 채동욱 총장 아래에서 국정원 댓글 사건을 수사하면서 법무부와 갈등을 빚다가 국정감사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일로 1개월 징계를 받고 난 뒤 좌천돼 3년 동안 고검을 전전했다. 학창시절부터 교수와 논쟁을 벌일 정도로 지나치게 원칙론에 천착했다는 전언이다.

윤 후보는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검에 참여하면서 화려하게 부활해 주목을 받았다. 특검에 합류하면서 한풀이 가능성을 질문받자 “수사권으로 보복하면 깡패지 검사냐?”라고 강하게 부인했고,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특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구속 수사하므로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과 구속에 결정적인 단초를 제공하기에 이른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윤 후보는 연이은 파격의 주인공이 되었다. 첫 번째는 당시 고검 검사에서 두 단계를 뛰어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것이다. 청와대는 서울중앙지검장의 한 단계 격을 낮춰가면서 윤 지검장을 임명했고, 연수원 기수로는 5단계를 뛰어넘었다.

날개를 단 윤 지검장은 문재인 정권의 우선적 국정과제인 ‘적폐 수사’를 진두 지휘하면서 거의 매일 매스 미디어에 주요 기사를 제공하는 수사 공화국의 이미지를 당겼다.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들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을 비롯해서 박근혜 정권의 청와대 참모들과 장관들, 국정원과 검찰, 경찰 간부 등 120 명이 넘는 고위급 인사들이 대거 기소됐다. 표적이 되면 탈탈 터는 집중 수사를 벌였고, 본건이 미진하면 별건 수사로 기소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연수원 동기인 변창훈 검사가 자살을 감행하기도 했다. 한 때 상사였던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구속해 조사자와 피의자로 뒤바뀐 처지가 되기도 했다. 대기업의 수사에서 검사가 1년 동안 해당 기업에 상주하는 일이 벌어져 기업활동을 못하겠다는 볼멘 소리도 들렸다.

윤 후보 발탁의 파격은 또다시 두 단계를 뛰어넘어 고검장을 거치지 않은 채 검찰총장 후보 지명으로 이어졌다. 연수원 기수로는 또 5단계를 넘은 것이며, 18기인 현 문무일 총장과 23기인 윤 후보 사이의 5기 안에 든 선배 21명과 윤 후보보다 젊은 나이의 동기 10명이 관례에 따라 옷을 벗을 가능성이 높다. 치열한 경쟁을 이겨낸 능력있고 경험을 쌓은 인적자산의 거취가 주목되고 있는 형편이다.

윤석열 검사의 강점은 뚝심있는 일처리 성향이다. 윗선의 방침에 반발하면서까지 원세훈 댓글 수사를 벌이다가 물러났던 이력이 그의 방식이었다. 여권에서 적폐청산을 마무리할 적임자로 평가하는 데도 그런 그의 강경한 이미지가 한 몫했을 것이다. 서울중앙지검장으로서 적폐수사에 몰두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조국 민정수석의 구상과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가 결정적으로 힘이 됐겠지만, 자신의 터프한 성정도 그가 말한 강성 “플레이어”가 되게 한 요인으로 보인다.

윤 후보는 “검찰을 사랑한다”, “수사는 법률가인 검사가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해왔다. 이는 조국 수석이 주도한 여권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과 뉴앙스가 사뭇 다르다. 물론 검찰총장에 오르면 청와대의 방침을 노골적으로 거역하기는 어렵겠지만, 문무일 현 총장처럼 정면으로 반발하지는 못하더라도 검찰의 위상이 추락하도록 방관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국회 청문회는 윤 후보 앞을 가로막고 있는 거친 가시밭길이다. 야당의 화살은 먼저 적폐수사의 공평성을 겨냥할 것이다. 친문 무죄, 반문 유죄라는 과녁은 나름 방어논리와 여당의 지원사격을 받겠지만, 그 과정에서 청와대에 초청된 원로들이 제기한 적폐청산의 피로감은 다시 부각돼 진보진영에 어퍼컷이 될 수 있다. 한국당은 청와대의 인사 스타일로 보아 청문회에서 임명동의가 채택되지 않아도 최악의 경우 임명을 강행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을 것이다. 윤 후보자 외에 조국 수석이나 노영민 비서실장의 증인 채택 등도 요구하려 할 것이다. 질의도 포괄적으로 정권을 겨냥해 시위를 당길 가능성이 높다.

공직자 재산공개에 지난 3월에 신고된 윤 후보의 재산은 66억여 원으로 검찰에서는 1위, 전 고위공직자 중에서는 5위로 나타났다. 그 중 80%는 예금이며 그 가운데 2억 원 만이 윤 후보의 몫이고, 나머지는 부인의 소유로 신고됐다. 부인과 장모의 재산 형성과정에 대해서도 야당의 파헤치기가 날카롭게 펼쳐질 전망이다.

인사는 만사라는 말은 단면적인 뜻이 아니다. 자리에 앉는 인사가 적재적소였는지가 우선 중요하겠지만, 인사권자와 그 진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도 무시할 수 없다. 그 인사로 인해 국가에 어떤 미래가 펼쳐질지, 어떤 부작용이 덮칠지 멀리, 그리고 면밀히 숙고해서 단행해야 한다.

조선시대 중종은 사림파의 조광조를 시켜 훈구파의 적폐를 개혁하려 했으나 과격한 개혁에 반발한 훈구파의 반격을 못이겨 실패하고 말았다. 조선조의 대표적인 개혁가 조광조는 사약을 받고 훈구파는 더욱 기세를 부렸다. 간신배 임사홍은 서얼 출신이면서도 세조부터 예종, 성종, 연산군, 중종조에까지 중용되었으나 무오사화 등으로 피범벅이 된 숙청을 주도한 뒤 자신도 사약을 받았다.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는 적폐청산 수사의 공정성에 대한 다수 국민들의 의아심에 명쾌하게 답해야 한다. 앞으로도 투명하고도 불편부당하게 검찰권을 행사하겠다는 결심과 진정성 있는 약속을 보여야 국민들이 수긍할 것이다. 아울러 검경 수사권 조정에도 명백하게 입장을 밝혀야 한다. 또 공직자로서 비정상적인 행위가 저질러졌다면 응당 책임있게 처신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수사기관의 신뢰감과 최고책임자로서의 믿음이 주어질 것이다.

민주당은 청와대의 의지 대로만 순응하는 대신, 국민과 청와대의 중간에서 국민의 뜻을 수렴해서 반영시키는 정당 본연의 기능에 충실해야 한다. 한국당도 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신상털기나 정치적 공세에만 몰입하는 대신, 구체적이고 설득력이 강한 논리로 변명과 반론을 제압해야 제1 야당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국민들은 검찰총장 후보의 그림자가 엄중한 시기에 강산을 검붉게 가리지 않게 되기를 바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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