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휴가 나 몰라라”...법제도 허울뿐인 한국 사회
“생리휴가 나 몰라라”...법제도 허울뿐인 한국 사회
  • 김여주 기자
  • 승인 2019.06.21 1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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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10명 중 8명은 생리휴가 사용해 본 적 없어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법으로 보장된 생리휴가를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시민들이 생리용품을 고르는 모습 / 연합뉴스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의 조사에 따르면 여성 직장인 10명 중 8명은 법으로 보장된 생리휴가를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 여성경제신문 자료사진

생리휴가는 근로기준법 73조에 따라 당연히 부여되어야 하는 제도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기업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 것으로 조사됐다. 심지어, 직장 여성 10명 중 8명은 생리휴가를 전혀 사용해 본 적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리휴가는 여성근로자 보호의 일환으로 생리 기간에 부여하는 휴가다. 생리 기간 중에 무리한 근로로 인해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을 해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 졌다. 기업은 여성근로자의 청구가 있을 경우 월 1회의 무급 생리휴가를 주어야 한다. 해당 휴가는 일용직, 임시직에 관계없이 부여되고, 근로일수와도 관계없이 적용된다. 이를 위반 한 사용자는 근로기준법 114조에 따라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직장 여성 10명 중 8명은 생리휴가를 전혀 사용해본 적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지난 2014년 유한킴벌리가 직장인 20대에서 30대 여성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생리휴가 제도를 얼마나 자주 사용하는지 조사한 결과 생리휴가 사용 경험이 없다는 응답자가 76%에 달했다. 

생리휴가를 사용해본 적 있다는 24%의 응답자도 1년에 1~2회 사용해봤다는 사람이 12%로 제일 많았다. 2~3달에 한 번이 7%, 4~5달에 한 번 사용해본 적 있다는 응답이 2%로 이어졌다. 매달 사용하는 응답자는 3%밖에 안됐다.

생리휴가 사용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상사에게 눈치가 보여서’가 42%로 제일 많았다. 이어 ‘주위에서 아무도 사용하지 않아서’ 36%, ‘남자 동료에게 눈치 보여서’ 18% 순으로 나타났다.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는 답변은 4%였다.

실제로 여성들이 생리휴가 사용에 어려움을 겪는 사례가 많다. 지난해 직장 갑질 119에 따르면 공공기관 무기 계약직 여성이 생리휴가를 쓰려고 하자 상사가 생리대를 검사했다는 사례가 제보됐다.

지난 1월 신창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입수한 ‘대한항공 사업장 수시근로감독’ 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근로기준법 위반 혐의로 지난해 9월 형사입건해 수사 받는 중으로 나타났다. 직원에게 생리휴가 3000건을 부여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017년 직원들에게 선호하지 않는 노선이나 연차 신청일, 오프와 연결해 생리휴가를 신청하는 건 본연의 목적에 맞지 않다며 취지에 맞게 써달라고 권고했다.  특히 공지 중 ‘생리현상이 없는 여성근로자는 생리휴가를 신청할 자격이 없다’라는 문구를 기재해 논란이 됐다. 생리가 불규칙적으로 이루어지거나 생리통이 심한 여성이 많은데 이 점을 배려치 못했다는 지적이다.

사회복지시설에 근무한 적 있다는 A 씨는 “생리휴가의 존재를 알고 있고 법적으로도 쓸 수 있는 걸 알고 있지만 회사에서 쓰는 건 상상도 못한다”라며 “월차나 제대로 받으면 다행이고,  상사에게 생리휴가를 쓰겠다고 말도 못 했지만 만약에 말했으면 이상한 사람 취급을 받았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다수의 여성이 생리 기간에 신체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모성보호를 위해 (생리휴가는) 법적으로도 보장된 휴가다”라며 “생리일에 여성이 청구하면 생리휴가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직장 여성들이 사용을 꺼려 하는 상황이라 사회 인식개선이 꼭 필요한 상황이기도 하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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