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우리 조카 와튼 MBA야! 뽑아 줄 거지?”
[박창욱의 인사만사25시] “우리 조카 와튼 MBA야! 뽑아 줄 거지?”
  • 박창욱(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 승인 2019.06.2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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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업에서 보는 MBA의 가치 -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박창욱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사무총장.

필자가 다녔던 회사인 ㈜대우 무역부문(현재 ‘포스코인터내셔날’)은 30여년 전 뿐만 아니라 지금도 글로벌 활동을 꿈꾸는 사람의 취업 선호도가 높은 회사다. 

그래서, 공채 시즌이 되면 미국 유수의 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자, 즉 MBA 출신들이 유난히 눈에 띄게 많이 지원을 했었다. 종합상사이니 ‘전략, 금융, 재무, 글로벌 시각’ 등을 갖춘 사람을 당연히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며 ‘따 놓은 당상’같이 인식을 하곤 했다. 노력과 시간, 비용 등을 감안하더라도 그럴 것이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었다. 심지어는 내부의 임직원들 조차도 그런 감각으로 조카들이나 친지들을 추천하며 자신감을 보이곤 했다. 

그때 나온 말들이 “박과장! 우리 조카 와튼(Wharton) MBA 출신이야! 당연히 뽑아줄 거지?”라는 말을 자주 들었던 것이다.

그런데 인사과장인 내가 하는 답은 “사람 따라 다릅니다. 학위나 MBA가 전부는 아닙니다. 뽑았다가 독(毒)이 되는 경우를 더 많이 보았습니다.”

MBA학위 보유자의 조급함
직원들의 역량은 일에 대한 전문성과 사람에 대한 관계성이 그것이다. MBA에 대한 인식도 이 두 가지 측면을 보는 데, 종합상사에서는 일정 수준에 오르는 데에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학위로 인해 성과를 내고 싶은 당사자의 급한 마음과 시간이 걸리기에 지켜 보는 상사의 생각이 조화를 이루어 가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는 본인에 대한 진가를 알아 주지 않는다는 성급한 판단으로 6개월을 채 넘지 못하고 사표를 내는 경우가 많았다. 

종합상사가 다른 산업대비 일정 수준에 오르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업무적 측면과 관계적 측면으로 나눠 보겠다.

업무에 대한 전문성은 궁극적으로 취급하는 제품이나 바이어 혹은 서플라이어(제조사)에 대한 이해가 전제가 되어야 한다. 맡은 일의 경중(輕重) 판단과 우선 순위의 판단, 문제해결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등도 업무를 통해 배워지는 것들이다. 심지어는 기초적인 문서, 무역관련 서류작업 등도 습득에 시간이 필요한 것들이다. MBA라는 학위가 실력을 발휘하는 저변의 지식은 되겠지만 본업(本業)의 전문성을 높이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업무의 인간관계적 측면도 마찬가지다. 회사내보다는 외부의 국내외 거래처와의 관계형성은 전문성 개발과 걸맞는 수준의 관계관리가 필요한 것이다. 관계자가 전세계에 흩어져 있기도 하다. 그러기에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는 요인들이다. 
거기다가 MBA를 받으면 학업기간인 2년을 경력으로 인정해 준다. 당연히 급여를 더 받고 진급에도 유리해진다. 그런만큼 밥값도 해야 한다. 가끔씩은 성과를 내지 못하면 옆에 있는 동료들 눈치도 보게 된다. 학사학위의 직원이 더 높은 성과를 내는 경우에는 일부 입사동기들의 볼멘 소리도 듣게 된다. 국가자격증 보유자들이 자격증으로 인해 안주하는 경향이 많은 것도 그들을 꺼리는 요인이기도 했다. 

이런 것을 예상하고 잠재적인 인재일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고 1년 정도를 기다려 본다는 마음으로 뽑았는데, 채 6개월 정도면 갖은 핑계로 관두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보니, 실무자들 조차도 “과장님 다음에는 MBA출신 절대로 뽑지 말죠”라는 소리가 튀어 나왔다. 

학위 자체의 가치?
그러면 MBA학위를 일반적으로 어떻게 볼 것인가? 종합상사의 경우는 선호보다는 기피대상이 되었지만, 업종이나 산업따라 혹은 직급에 따라 그 가치가 달라진다. MBA에서 학습한 내용이 현업활용의 근접성이 제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경영전략, 재무회계, 마케팅, 금융, 생산관리, 인사조직, 기업문화, 경영정보, 글로벌경영 중에 환경이나 시대에 따른 변화가 적으면 배운 것들이 상당히 실무에 적용이 된다. 기업에서 쓰는 기준이 규정화 되어 있는 분야인 재무회계나 금융 등은 바로 써먹는 경우를 많았다. 덕분에 해당 분야에 종사하는 직원들이 입학하는 경우를 많이 보았다.

두루두루 보는 시각과 관점의 보유
필자의 경우는 대우에서 인사업무 13년차 시점인 36세 때 경영대학원 공부를 시작했다. 그것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공부하는 야간대학원을 간 것이다. 일주일에 2~3일 수업을 듣는 데 상당부분이 겉도는 느낌이었다. 시험치고 나면 금방 잊어버리는 것도 대학시절이나 비슷했다. 2학기가 끝나는 시점에 학교를 포기했다. 외환위기와 대우그룹의 존폐 논의가 오가던 때에 한복판 실무자인 ‘경영기획부장’으로 자리를 옮기며 도저히 감당이 안되었다. 

그런데, 대우 종합상사를 관두고 15년만에 중소기업에 ‘상무’ 직함의 전문경영인으로 재취업을 했다. 대학원도 3학기부터 복학하고, 총 5학기 만에 졸업하며 학위를 받았다. 국내영업을 주로 하는 중소규모 회사의 경영총괄업무를 하다보니 대학원 공부한 것의 상당부분이 업무에 적용이 되었다. 공부와 업무가 상생작용하며 모처럼 신나기도 했었다. 

그런 경험으로 볼 때, 학위를 하면 업무에 연관된 것을 헤아리거나 통합적 관점을 가지게 되더라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필자는 늘 MBA 학위는 한 업무에서 10여년을 일한 다음에 시도하라고 말을 하는 편이었다.

하나 아쉬었던 경우는 당시 ‘경영기획부장’의 직함으로 존폐를 가름하는 회사평가로 회계사 또는 은행원들과의 업무가 많았다. 재무, 금융, 전략적 측면의 이슈와 균형, 통합의 관점이 많이 필요했다. 한창 세월이 지난 후에야 MBA공부를 진작에 했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적으로 MBA가치는 종사하는 산업에 따라 다르고 업무의 스코프(Scope)에 따라 다르다. 그냥 보기에 글로벌 이슈가 많고 효용도가 많아 보이는 ‘종합상사’는 그렇질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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