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과 처방전
[기자수첩]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과 처방전
  • 조문경 기자
  • 승인 2019.06.19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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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문경 기자
조문경 기자

잘못된 처방이었다. 

처방이 잘 됐으면, 병은 나았을 것이다. 병이 낫지 않고 더 심해진다면 처방을 의심해 볼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저출산 원인을 열악한 보육환경으로 보고, 여기에 예산의 70% 가량을 투입했다. 또한 약 2년 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새로 구성하며 관련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비추었다. 하지만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98명을 기록했고, OECD국가 중 저출산 1위라는 불명예를 낳았다. 처방을 다시 해야 할 때다. 

저출산의 근본 원인은 나아지지 않는 청년들의 삶의 질이다.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지난해 20대 실업률은 9.5%에 달했다. 전 연령대에서 첫 번째로 높다. 높은 삶의 질을 보장해 주는 기본인 일자리마저 없는 상황에서 결혼은 언감생심이다.

실제 통계청 2018년 인구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출산 감소와 함께 혼인 건수도 지난해까지 7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 물론, 결혼을 하고 열악한 보육환경 탓으로 출산을 꺼리기도 한다.

하지만 보다 더 근본적인 원인은 N포 세대라는 말이 대변하듯, 힘든 삶으로 인해 결혼 자체를 하지 않는 문화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우리나라는 주택가격이 1억 원 정도 상승하면 합계출산율이 0.042% 정도 하락한다. 그 만큼 삶의 질이 출산에 많은 영향을 끼치는 것이다. 

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 청년들의 삶의 질을 개선함과 동시에 지방경제 활성화 정책을 펼쳐야 한다. 그것이 정책의 효과를 키우는 지름길이다.

인구학에 따르면, 출산율이 2.1명 보다 낮으면 저출산, 1.3명 보다 낮으면 초저출산이라고 부른다. 그리고 1.0명 보다 낮으면 ‘극저출산’이다. 여기서 문제는 저출산 현상이 ‘자연선택’ 과정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진화학 관점에 따르면, 인구밀도가 높아지면 쓸 수 있는 자원이 줄어 사람들이 재생산에 골몰하기 보다는 본인 생존에 더 힘을 쓰게 된다. 그런데 현재 우리나라는 전체 인구 중 49.6%가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 살고 있다. 수도권의 높은 인구밀도를 해결하지 않으면, 어떤 복지 정책을 써도 효과가 미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므로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삶의 질을 높이며 수도권 청년들이 지방으로 눈을 돌릴 수 있는 정책을 펼쳐야 한다. 지방 문화시설 확충, 지방 거점 대학 활성화와 같이 청년들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것이다. 지금과 같은 모호한 청년 정책으로는 극저출산에서 벗어나기 힘들다. 

진단서에서 무서운 것은 '너무 늦었다'는 의사의 소견이다. 한국의 인구정책은 너무 늦었다 쪽으로 다가서고 있다. 더 늦기 전에 알맞은 처방을 해야 한다. 맬서스는 ‘인구론’에서, 인간은 두 가지 본능(생존과 재생산) 중 생존 본능이 더 앞선다고 했다.

극저출산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지방 거점 도시들을 서울 못지않게 발전시켜야 한다. 그래서 수도권의 밀도를 낮춰 출산율이 낮은 원인을 근본적으로 해결해야 한다. 아이 낳으면 돈을 더 준다는 식의 정책으로는 ‘아이가 사라지는 세상’을 막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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