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도 처벌하는 ‘아청법’ …피해 당해도 신고조차 못하는 현실
피해자도 처벌하는 ‘아청법’ …피해 당해도 신고조차 못하는 현실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6.10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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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경 아청법 개정 공대위 공동대표 “아청법 개정안, 신속히 처리돼야”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연합뉴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개정안 처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연합뉴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아청법)’이 제구실을 하지 못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성매매를 강요 받았어도 법원의 판단에 따라 피해자가 성범죄 가담자로 처분되는 경우가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이 같은 현실에 피해자들이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사태까지 발생하고 있다. 일각에선 청소년을 보호해야 할 아청법이 피해자를 입막음 하는 법안이 됐다며 지적하고 있다.

아청법은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 성매매를 조장하는 형태의 중간 매개 행위를 하거나 청소년에 대한 성폭력 행위를 강요한 자들을 처벌하고 성폭력 행위의 피해자가 된 청소년들을 보호하고 구제하기 위해 마련된 법안이다.

현행 아청법에서는 성범죄 피해 청소년을 ‘피해 청소년’과 ‘대상 청소년’으로 구분한다. 성매매 강요 사실을 입증하지 못하면 ‘대상 청소년’으로 분류돼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받게 된다. 그러나 주로 스마트 폰 앱(APP)을 통해 발생하는 청소년 성매매는 알선업자를 정확히 알 수 없어 강요받은 사실을 입증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또, 평소 잘 알고 지냈던 사이에서 발생하는 성 착취의 경우도 강요 사실을 입증하는 데 한계가 따른다는 지적이다. 

아청법 개정의 필요성은 지난 2015년부터 제기됐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국정 과제 공약사항에 아청법 개정을 포함한 바 있다. 그러다 지난해 2월 국회 여성가족위원회가 ‘대상 아동·청소년’ 조항을 삭제하자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안을 발의했다.

그러나 아청법 개정안은 법제사법위원회 검토 과정에서 법무부가 표명한 반대 의견으로 인해 안건 상정조차 되지 않은 채 계류되고 있다. 법무부는 피해 사실이 있어도 자발적으로 이뤄진 성매매의 경우 피해자로 분류할 수 없다며 반대 의견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조진경 십대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아청법 개정안의 핵심은 피해 아동, 대상 아동의 구분 없이 보호를 강화하자는 것”이라며 “성매매를 강요받았어도 처벌을 받는 피해사례가 많은데 법무부가 개정안 처리를 미루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스마트폰 앱(APP)으로 발생하는 청소년 성매매는 알선업자가 명확하지 않아 강요받은 사실을 입증하기 힘들다”며 “대상 아동으로 처분돼 가해자와 같은 위치에서 처벌을 받을까봐 피해 사실조차 알리지 못하는 청소년들이 많다”고 밝혔다. 

한편, 법무부는 지난 7일 아청법 개정안 계류와 관련해 입장문을 발표했다. 법무부의 입장문에 따르면 성매매에 노출된 청소년에 대한 보호·지원을 강화하자는 개정안의 입법 취지에 공감하며 아청법 소관부처인 여성가족부와 협의 중이다.

법무부는 “현행 아청법에서 문제가 되는 대상 아동·청소년의 성매매 재유입을 방지함에 있어 대안이나 보완방안이 없는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본다”며 “실질적인 보호·지원 방법 등에 대한 대안을 여성가족부에 제시했고 협의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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