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성범죄 근절,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
“디지털 성범죄 근절, 우리 모두가 풀어야 할 ‘숙제’”
  • 김연주 기자
  • 승인 2019.05.2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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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아 변호사가 전하는 우리나라 디지털 성범죄 현주소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본인제공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본인제공

“디지털 성범죄 피해사례를 계속 접하다 보니까 모른 체하고 살 수 없었어요. 제가 도울 수 있는 일이 어떤 게 있을까 고민을 거듭해요. 법조인이라는 사명도 있지만, 사람으로서 큰 책임을 느끼고 계속해서 관심을 두는 거죠”

김현아 한국여성변호사회 인권이사는 디지털 성범죄를 비롯한 성범죄에 큰 관심을 두고 활동하고 있다. 그는 “처음 디지털 성범죄 건을 접했을 때는 지금처럼 디지털 성범죄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기 전이었다”며 “직접적인 신체접촉 없이 발생하는 성범죄라는 특성이 있는 특수한 범죄였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스마트폰과 같이 카메라가 부착된 디지털 기기가 보급화 되면서 디지털 성범죄 발생 빈도가 빠르게 증가했다"며 "범죄와 관련한 판례를 한국여성변호사회에서 분석하면서 자연스럽게 관심을 더 갖게 됐다"고 말했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사례를 처음 접했을 때 충격을 잊을 수 없다고 전했다. 설령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진심 어린 사과를 받는다고 해도 불법 촬영물에 대한 확산을 완벽하게 막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는 “다른 성범죄도 마찬가지지만, 디지털 성범죄 피해는 언제 어떤 경로로 재발할지 모른다”면서 “이 같은 특성 때문에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들의 고통은 끊이지 않는 게 현실”이라고 착잡함을 토로했다.

그는 변호인으로서 활동하는 것 외에도 강연과 논문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 알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현재 범정부 대책기구인 ‘범정부 성희롱, 성폭력 및 디지털 성범죄 근절추진 협의회’와 경찰청 ‘사이버 성폭력 수사 자문단’에서 위원직을 지내고 있다.

김 변호사는 “사회적으로 디지털 성범죄의 심각성이 드러난 것은 맞지만 아직 필요한 입법이 정말 많다”면서 “국가가 나서서 관련 법안을 만들 때, 지금까지 연구한 자료들을 지원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 많은 활동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국가기관뿐만 아니라 사이버 성폭력과 관련해 제 도움이 필요한 곳이 있다면 언제, 어디든지 참여하려고 한다”며 “관심을 갖고 올바른 대안이 마련되길 바라는 한 사람으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불법 촬영물의 ‘유포’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에 따르면 불법 촬영물 유포로 인한 피해는 영상물이 지워져야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이 확산되는 속도나 경로 등을 고려했을 때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인관계에서 발생한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수위가 굉장히 높다”면서 “피해 당사자가 모르는 상황에서 찍히고 유포되는 사례가 많아 피해가 극심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신고하고 가해자가 처벌을 받아도 영상물 유포가 중단될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가해자의 손을 떠난 영상물이 어떤 이들에 의해 퍼질지 알 수 없어 피해자는 평생 유포에 대한 불안을 떠안고 살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성범죄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처벌 수위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현재 처벌수위가 많이 상향됐지만 피해 크기와 견주어 봤을 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라며 "유포의 경우에는 벌금형을 없애는 등 처벌 수위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범죄 특성을 고려한 ‘양형기준’도 이제 만드는 단계에 있다”며 “촬영 피해자 수, 유포경위 등 지난 피해 사례를 바탕으로 한 양형기준이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처벌 강화와 더불어 영상물 유포 범죄가 발생하지 않도록 예방 교육이 동반돼야 한다고 전했다. 김 변호사는 “최근 10대들도 스마트폰을 많이 이용하는데 디지털 기기를 올바른 방향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며 “청소년은 디지털 성범죄가 범죄인지조차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어 “타인을 찍고 퍼뜨리는 행위는 일종의 호기심이라고 할 수 없는 중대한 범죄라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면서 “불법 촬영물 유포 파급력을 인지하고 책임을 질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변호사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원가해로부터 파생되는 가해는 2차 가해가 아닌 또 다른 원가해라는 것을 사회 구성원들이 인지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에서 2차 가해라는 개념은 의미가 없다”며 “가해자가 유포한 영상을 보는 것과 다른 곳으로 공유하는 건 2차 가해가 아닌 새로운 원가해를 행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사회 구성원 모두가 사이버 성폭력의 심각성을 알고 피해자를 헤아릴 줄 아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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